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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잇단 등재 '으쓱'…증도가자 진위논란 '울상'

김성곤 기자I 2015.12.14 06:16:00

- 2015년 문화재 분야 성과와 과제는
공주·부여 등 고분, 이산가족 찾기
유네스코 세계문화·기록유산 올라
개성 만월대서 고려 금속활자 발견도
1조원 가치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소유주·문화재청 갈등…실체도 묘연
숙박비 수백만원 ''궁스테이''도 시끌

백제역사지구인 충남 부여 정림사지. 올 한해 문화재 분야는 부여 정림사지 등 총 8개 지역을 포함하는 ‘백제역사유적지구’를 포함해 3건의 문화유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증도가자의 진위 논란, 숭례문과 훈민정음을 두고 벌인 국보 1호 교체 논란은 여전히 매듭을 짓지 못했다(사진=문화재청).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올 한 해 문화재 분야를 돌아보면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다. 굵직굵직한 성과가 넘쳐났지만 적잖은 과제도 남겼다. 우선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연이어 등재되면서 문화재 강국의 입지를 다졌다. 남북의 개성 만월대 공동 발굴과정에서 고려시대로 추정하는 금속활자를 발견하는 성과도 거뒀다. ‘달빛기행’으로 불린 궁궐 야간개방은 시민의 호응 속에 대박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다. 이른바 ‘궁스테이 사업’은 문화재 활용이란 측면에서 해묵은 과제를 남겼다. 국보 1호 교체 논란이나 ‘증도가자’ 진위 논란 역시 매듭을 짓지 못하고 해를 넘기게 됐다.

◇세계유산 연속 등재로 ‘바쁘다 바빠’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한국 문화재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첫 낭보는 지난 7월 전해졌다.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공주·부여·익산 등지의 주요 고분과 유적을 묶은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대상지역은 공주 공산성, 공주 송산리 고분군, 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부여 능산리 고분군, 부여 정림사지, 부여 나성, 익산 왕궁리 유적, 익산 미륵사지 등 총 8개다.

10월에도 경사가 이어졌다. ‘한국의 유교책판’과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이다. ‘유교책판’은 조선 유학자의 저작물을 간행하기 위해 판각한 책판으로 주요 내용은 유학자의 문집, 성리서, 족보·연보, 예학서, 역사서, 훈몽서, 지리지 등이다.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은 KBS가 1983년 6월 30일부터 11월 14일까지 생방송한 내용으로 비디오 녹화원본 테이프 463개, 담당 프로듀서 업무수첩, 이산가족이 직접 작성한 신청서 등 2만 522건을 총칭한다.

연말에도 희소식이 이어졌다. 아프리카 나미비아 빈트후크에서 열린 제10차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한국이 베트남·캄보디아·필리핀 등과 공동신청한 줄다리기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사진=문화재청).


세계유산뿐만 아니라 국내외 발굴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남북이 6개월간 공동 발굴조사한 개성 만월대에서는 고려시대로 추정하는 금속활자가 발견됐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활자는 국보급에 해당하는 유물로 사찰에서 만든 ‘증도가자’나 ‘직지’와 달리 국가가 주도해 만든 최고 수준의 활자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지난 4월부터 충남 태안군 마도해역에서 수중발굴한 마도 4호선은 최초의 조선시대 조운선으로 확인됐다. 조운선은 국가에 수납하는 조세미를 지방의 창고에서 경창으로 운반하는 데 사용했던 선박이다.

이밖에 도심 속 고궁의 아름다운 야경을 배경으로 전통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야간 특별관람’ 행사는 문화재청의 최대 히트작이다. 경복궁·창경궁·창덕궁 등에서 ‘달빛기행’이란 이름으로 펼친 궁궐 야간개방 행사는 매번 예매시작과 거의 동시에 매진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논란 자초한 ‘궁스테이 사업’

크고 작은 성과에도 문화정책 분야에서의 아쉬움은 적지 않았다. 이른바 ‘궁 스테이’ 사업은 최대 논란이었다. 내용은 창덕궁 낙선재 일대 석복헌과 수강재를 최고급 숙박시설로 개조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개방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목조건물이 대부분인 궁궐의 특성상 제2의 숭례문 참사가 우려된다는 지적부터 하룻밤 숙박료가 수백만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지면서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다. 문화재청은 여론의 반발에 결국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국보 1호 논란도 해법을 찾지 못했다. 숭례문 부실복원 이후 문화재시민단체와 한글단체를 중심으로 국보 1호를 ‘훈민정음’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지만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문화재 지정번호제도의 존폐여부는 지금껏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창덕궁 낙선재. 문화재청이 낙선재 일대 석복헌과 수강재를 최고급 숙박시설로 개조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개방하겠다는 ‘궁 스테이’ 사업은 논란에 휘말렸다.


증도가자 진위논란과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미스터리 역시 문화재 정책의 허점을 보여준 사례다. 증도가자는 1239년 고려시대에 제작한 보물 제758호 ‘남명천화상송증도가’를 찍을 때 사용한 금속활자로 추정하는 것으로 현존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1377)보다 무려 138년이나 앞선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증도가자는 위조 가능성이 큰 가짜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혼란이 야기됐다. 증도가자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게 2010년 9월이란 점을 감안할 때 문화재청이 그간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문제도 긴 공방만 이어가고 있다. 상주본은 국보 70호인 간송본보다 학술적 가치가 높고 금액으로 환산하면 1조원에 이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적절한 수준의 보상을 통한 국가기증이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상주본 소유자와 문화재청의 팽팽한 갈등 속에 실체조차 묘연하다. 최악의 경우 상주본이 역사 속에서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도가자’의 진위 논란이 거세다. 2010년 첫 공개 이후 위조 시비가 끊이지 않은 데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가짜’ 결과가 나오면서 파문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사진=경북대 산학협력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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