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2020년 기준 글로벌 시장 매출액이 83억6000만 달러(당시 한화 약 9조8949억원)로 전체 의약품 중 6위를 기록한 주사형 황반변성치료제 ‘아일리아(성분명 애플리버셉트)’다. 이 약물은 미국 제약사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즈(리제네론)와 독일 바이엘이 공동으로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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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눈에서 황반은 망막 중 시세포가 밀집된 부위로 사물을 구별하고 색을 인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황반에서 여러 변화가 발생하며, 이를 통칭해 황반변성이라 부르고 있다. 여기에는 망막 기능 저하, 자외선 노출 등 개인에 따라 다양한 유전적 요인과 환경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망막의 중심부에서 신생 혈관이 생기면서 노폐물이 유입될 때 시력 저하와 같은 황반변성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심할 경우 황반 주위에 염증성 고름 등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황반변성은 당뇨성 망막질환, 녹내장과 함께 한국인이 겪는 3대 안과 질환 중 하나다. 이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다만 신생 혈관의 형성을 억제해 병의 진행을 늦추는 약물이 개발됐으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오늘 소개할 아일리아다.
리제네론은 2001년 아일리아의 성분인 애플리버셉트를 이용해 암 치료를 위한 임상 연구를 시작했다. 암이 성장하거나 증식하려면, 그 주변에서 신생 혈관이 형성돼야 한다. 애플리버셉트는 혈관내피성장인자(VEGF)-A와 VEGF-B 등의 활성을 억제해 신생 혈관의 생성을 막는 효과가 있는 물질이었다. 즉 애플리버셉트가 암을 굶어 죽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리제네론의 연구는 2004년경 혈관과 관련한 증식성 안과 질환이 발생한 부위로 애플리버셉트를 전달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2년 뒤인 2006년부터는 리제네론과 바이엘이 협약을 맺고, 이 물질의 안과 질환 적응증을 공동으로 연구했다. 이 과정에서 제품명을 아일리아로 결정했다.
2011년 11월 양 사는 마침내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황반변성 환자에게 아일리아를 쓸 수 있도록 허가를 받는데 성공했다. 2012년 11월에는 유럽의약품청(EMA)도 FDA와 같은 적응증으로 이 약물의 사용을 승인했다.
아일리아의 경쟁 약물로는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가 개발한 ‘루센티스(성분명 라니비주맙)’와 ‘비오뷰(성분명 브롤루시주맙)’가 있다. 주사형인 루센티스는 VEGF-A를 타깃하는 단일클론항체이며, 아일리아보다 훨씬 이른 2006년 FDA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았다. 참고로 현재 스위스 제약사 로슈의 자회사가 된 미국의 제넨텍이 과거 루센티스를 개발해 노바티스에게 글로벌 판권을 판매한 바 있다. 루센티스 매출액은 현재 아일리아 절반 수준(약 4조원)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또 경구형과 주사형으로 모두 개발된 비오뷰는 노바티스가 내놓은 차세대 치료제로 2019년 FDA의 승인을 받은 약물이다. 하지만 시장 진입 초기 비오뷰가 아일리아보다 안구 내 염증 유발 확률이 4배 높다는 안전성 이슈가 터지면서 여전히 매출 부진을 겪고 있다. 2020년 비오뷰의 전 세계 매출은 1억9000만 달러(약 2265억원)에 그쳤다.
현재 황반변성 분야에서 부동의 블록버스터로 자리 잡은 아일리아를 위협하는 경쟁 약물들이 곧 무더기로 등장할 전망이다. 2025년경이면 한국과 일본, 유럽 등에서 아일리아의 특허가 종료된다. 이에 따라 국내외 바이오 기업이 이 약물의 바이오시밀러를 앞다퉈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 개발 중인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후보물질에는 셀트리온(068270)의 ‘CT-P42’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SB15’, 삼천당제약(000250)의 ‘SCD411’ 등이 있으며, 현재 각사가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알테오젠(196170) 역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후보물질 ‘ALT-L9’를 발굴해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