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의 영업점 통폐합 속도가 빨리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감시 아래 지난 2년간 속도 조절을 해왔던 은행들이 초저금리 시대에 따른 수익성 감소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트렌드를 마주하면서 가속이 붙은 모습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의 영업점 수는 지난달 말 기준 3394개로 지난해말(3525)과 비교해 131곳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18곳이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다.
|
은행들의 영업점 통폐합은 2015년 이후부터 매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7년 금융당국이 고객 불편과 일자리 감소 등의 이유로 영업점 폐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면서 통폐합 속도는 잠시 주춤하는 듯 했으나,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며 오히려 가속화된 분위기다. 저금리로 인한 은행의 수익성 악화에다 은행 지점을 찾는 고객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경영효율화가 절실해졌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이미 은행의 수익성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 건전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 1분기 기준 신한은행의 순이자마진은 1.41%로 전년 동기(1.61%)보다 0.20%포인트 떨어졌다. KB국민은행도 0.15%포인트 하락한 1.56%,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전년보다 각각 0.13%포인트, 0.16.%포인트 떨어진 1.38%, 1.39%을 나타냈다.
은행의 1분기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작년보다 각각 0.15%포인트, 1.70%포인트 하락한, 0.48%, 6.29%를 기록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하반기까지 약 200여 곳의 은행 영업점이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달 만 해도 신한은행이 오는 13일과 20일에 인계·순천·안양역(출장)·반석역(출장)점, 대한항공 IOC점을 폐쇄하고 인근 영업점과 통합을 실시할 예정이다 , KB국민은행도 10일 화곡본동, 중곡서, 노원역, 화명롯데카이저, 이곡동 등 5개 지점과 홍릉, 방배동, 연서, 고대입구 등의 출장소 10곳 등 총 15개 영업점을 폐쇄할 예정이다.
보험·카드·증권사 지점 폐쇄 잇달아
영업점 축소 움직임은 은행뿐만 아니라 보험사, 카드사, 증권사까지 번지고 있다.
실제 보험사들의 영업점포 수(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 합산)는 지난해 말 기준 5826개로 전년(6159개) 대비해 5.7% 감소했다. 1년 만에 333개 점포가 사라진 것이다. 특히 온라인 보험가입이 늘어나고 독립법인대리점(GA)영향력이 커지고 있어 영업점 패쇄 속도는 빨리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사(KB국민카드, 롯데카드, 비씨카드, 삼성카드, 신한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현대카드)들도 지난해 말 기준 영업점 수는 총 206곳으로, 2018년 말과 비교해 58곳(21.9%), 2017년과 비교해서는 125곳이 감소했다.
증권사 또한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 있는 지점수가 910곳으로, 2018년말 기준 978개보다 68곳이 줄어들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 등으로 은행·보험사 등 대부분의 금융사들의 수익이 줄어들자, 효율성이 떨어지는 영업점 을 정리하고 있다”라며 “심지어 금융사들은 지점을 없애는 것이 그치지 않고, 지점이 들어가 있던 건물까지 내다 팔면서 수익을 방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금융사 업무영역에 비대면이 들어서면서, 이에 따른 영업점 통폐합도 탄력을 받게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