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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은 이제 ‘PC카페’로 불렸다. 그 이름에 걸맞게 마치 카페처럼 깔끔했다. PC방 한가운데 자리한 카운터에서 커피 핫도그 감자튀김 등은 물론이고, 심지어 조리가 필요한 김치볶음밥 낙지볶음밥 등도 팔고 있었다. 자욱한 담배 연기는 찾을 수 없었다. 주로 눈에 띄는 건 널찍한 ‘커브드(곡선 형태로 휘어진) 모니터’ 앞에서 게임에 열중하는 10~20대 젊은층. 하지만 30대 이상으로 보이는 이들도 여럿 보였다.
PC방 한 직원은 “회원은 시간당 1000원이고 비회원은 2000원”이라고 했다. 20여년 전 PC방이 처음 생기던 때와 비교하면 가격이 오히려 더 내린 것이다. PC방을 즐긴다는 20대 A씨는 “저렴한 가격에 게임을 즐길 수 있어서 자주 찾는다”면서 “다양한 간식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PC방의 이유있는 부활
사양길에 접어든 줄 알았던 PC방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 올해 들어 PC방 창업이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장기 불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혼밥·혼술 트렌드처럼 주머니가 얇아진 청·장년층도 PC방을 찾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베이비부머의 은퇴 시기와 맞물려 당구장 창업이 급증하는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기류다.
3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월말 현재 PC방 사업자 수는 1만81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1% 증가했다. 지난해 12월(0.89%↑) 증가로 돌아선 뒤 지난 1월(2.64%↑)에 이어 그 오름 폭을 키우고 있다.
이는 이례적인 변화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초반만 해도 PC방 창업은 전형적인 ‘레드오션’(경쟁이 매우 치열한 시장)으로 인식됐다. 지난해 1월 이후 매월 PC방 증감률은 -7.43%→-7.79%→-7.54%→-7.11%→-6.08%로 뚜렷한 하향 추세를 그렸다. 그러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차 마이너스(-) 폭을 줄여가더니 급기야 플러스(+) 전환한 것이다.
PC방이 뜨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임영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스마트폰으로 작은 화면에서 게임을 하다가 대형 화면에서 현장감 있게 즐기려는 고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카페 같은 안락한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직장인들의 발길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공통 키워드 ‘장기 불황’
가격 측면도 주요 포인트다. PC방은 임대료가 비싼 건물 1층이 아니라 고층을 주로 쓴다. 기자가 간 PC방도 6층에 위치해 있었다. 요금 계산 등을 ‘셀프’로 하는 곳이 많은 만큼 인건비 부담도 크지 않다. 비용 절감의 요소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청·장년층이 저렴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배경이다. 임 사무총장은 “특히 대학가 주변은 매우 저렴하다”고 했다. PC방 급증의 이면에는 ‘장기 불황’이 자리한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그 기저에도 역시 불황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의 ‘예기치 못한’ 은퇴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PC방은 좀 낯설고 스크린골프장과 노래방은 가격 부담이 큰 이들이 추억을 머금고 당구장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