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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브레인운용이 지난달 16일 설정한 첫 공모펀드인 ‘브레인금잔디배당성장펀드’ 설정액은 24억원에 머물고 있다. 설정 당시 투자한 회사 고유자금 20억원을 제외하면 한 달간 고작 4억원이 들어오는데 그친 셈이다. 브레인운용이 투자자문사 시절부터 쌓아온 명성이나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첫선을 보인 공모펀드라는 상징성에 걸맞지 않은 모습이다.
초기 펀드 운용성과는 나쁘지 않다. 설정 후 2.57%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 3.23%보다는 낮지만 액티브(일반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 2.13%는 웃돌고 있다. 이 펀드는 배당을 많이 주거나 앞으로 배당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 중심으로 운용하면서 시장 변화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KB자산운용에서 액티브배당펀드를 운용하며 양호한 성과를 냈던 신민재 주식운용1본부장이 책임운용역을 맡아 출시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브레인금잔디배당성장펀드가 초반 인기몰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당장 출시 시점부터 좋지 않았던 탓이 크다는 게 자산운용업계 평가다. 올들어 수익률 부진으로 액티브펀드 전반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저하되면서 대규모 마케팅 조직과 자금력을 갖춘 대형 운용사들조차도 펀드 출시를 꺼리는 가운데 중소 운용사인 브레인운용이 힘겨운 도전에 나섰다는 것.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브레인운용 역시 어려운 시장 상황을 고려해 펀드 출시를 미루고자 했지만 지난 5월 금융위원회로부터 공모펀드 운용사 인가를 받은 후 6개월 이내에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규정 탓에 쫓기듯 펀드를 출시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핵심 펀드 판매채널인 대형 은행들을 판매사로 확보하지 못한 점도 초기 판매고를 끌어올리지 못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게다가 자산관리에 강점을 가진 대형 증권사로, 브레인운용이 자문사 시절 자문형랩을 통해 인연을 맺은 뒤 지금껏 돈독한 사이로 지내온 삼성증권과도 판매계약을 맺지 못했다.
브레인운용에 있어 이번 펀드 출시는 단순히 공모펀드시장 진출뿐만 아니라 정체기에 놓인 회사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09년 자문사로 출발한 브레인운용은 당시 자동차와 화학, 정유주 등에 집중 투자해 뛰어난 성과를 내면서 ‘차화정’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2012년에는 헤지펀드 운용사로의 변신에 성공한 뒤 백두, 태백, 한라 등의 헤지펀드를 잇달아 히트시키며 헤지펀드 최강자라는 칭호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헤지펀드 수익률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자금 유출과 실적 악화에 시달리게 됐고 그 과정에서 어렵게 쌓아온 업계 내 입지마저 약해졌다. 이런 가운데 공모펀드 성공은 재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헤지펀드 수익률 부진으로 명성이 예전 같지 않은 브레인운용이 지금처럼 어려운 시장환경에서 펀드를 내놓다 보니 투자자 관심이 낮은 것 같다”면서도 “그간 브레인운용이 내놓은 상품들의 초반 성과가 매우 좋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장 성공여부를 평가하기보단 좀 더 지켜보면서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