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에서 수은으로 매독 치료한 이유는

장병호 기자I 2020.07.08 06:00:00

무서운 의학사·위대한 의학사·이상한 의학사
이재담|324·356·332쪽|사이언스북스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중세 유럽에서 유행한 매독은 16세기 전반 도시 지역 인구의 약 20%가 감염될 정도로 치명적인 병이었다. 그러나 대학 교육을 받은 의사들은 성병이라는 이유로 매독 치료를 거부했다. 이들을 대신해 매독 치료에 나선 돌팔이 외과 의사들이 찾아낸 것은 수은 치료법이었다. 환자의 온몸에 수은 연고를 바른 다음 더운 방에 넣고 모포를 뒤집어 씌워 땀을 내는 것이었다.

효과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20~30일간 지속하는 치료를 이겨내고 살아남은 이들이 더러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는 매독을 치료하기 전 수은 중독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어떤 치료사는 방을 너무 뜨겁게 데우는 바람에 하루에 3명을 연달아 죽이기도 했다. 페니실린의 발견으로 매독의 완치가 가능해진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이처럼 역사 속 흥미로운 의학 이야기를 세 권의 책으로 담았다. 1979년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이후 40여 년간 의업에 몸을 바쳐온 저자가 어떻게 하면 의학의 역사를 일반인도 흥미를 느끼도록 할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물이다. 20년간 각종 매체에 연재해온 의학 관련 217편의 글을 ‘무서운’ ‘위대한’ ‘이상한’이라는 3개의 키워드로 집대성했다.

3년 동안 2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세 유럽의 페스트, 1차 세계대전보다 더 많은 희생자를 낸 1918년 스페인 독감과 같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사건들, 소아마비 백신과 시험관 아기 시술 등 역경을 이겨내고 찾아낸 의료 기술의 발견 과정, 역사를 바꾼 나폴레옹의 치질과 마르틴 루터의 요로 결석 등 역사에 숨겨진 의학의 뒷이야기들도 흥미롭게 펼쳐진다. 아프지 않고는 병원을 꺼리는 일반 대중에게는 의학을 친밀하게 소개하고, 의업의 꿈을 품은 이들에게는 의학사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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