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20~30일간 지속하는 치료를 이겨내고 살아남은 이들이 더러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는 매독을 치료하기 전 수은 중독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어떤 치료사는 방을 너무 뜨겁게 데우는 바람에 하루에 3명을 연달아 죽이기도 했다. 페니실린의 발견으로 매독의 완치가 가능해진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이처럼 역사 속 흥미로운 의학 이야기를 세 권의 책으로 담았다. 1979년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이후 40여 년간 의업에 몸을 바쳐온 저자가 어떻게 하면 의학의 역사를 일반인도 흥미를 느끼도록 할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물이다. 20년간 각종 매체에 연재해온 의학 관련 217편의 글을 ‘무서운’ ‘위대한’ ‘이상한’이라는 3개의 키워드로 집대성했다.
3년 동안 2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세 유럽의 페스트, 1차 세계대전보다 더 많은 희생자를 낸 1918년 스페인 독감과 같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사건들, 소아마비 백신과 시험관 아기 시술 등 역경을 이겨내고 찾아낸 의료 기술의 발견 과정, 역사를 바꾼 나폴레옹의 치질과 마르틴 루터의 요로 결석 등 역사에 숨겨진 의학의 뒷이야기들도 흥미롭게 펼쳐진다. 아프지 않고는 병원을 꺼리는 일반 대중에게는 의학을 친밀하게 소개하고, 의업의 꿈을 품은 이들에게는 의학사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