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이 지난해 2월 구속기소된 이후 특검과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으며 한치의 물러섬 없이 맞섰다.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였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는 이 부회장 혐의 일부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5년을 선고해 특검에 판정승을 안겼다. 하지만 각각 전부 유죄와 전부 무죄를 주장하는 특검과 삼성은 즉각 항소했고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항소심 공판에서도 주요 쟁점에 대한 거센 공방을 이어왔다.
|
이 부회장 측은 이 회장이 엄연히 살아있는 데 승계 작업을 추진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맞섰다. 이 회장 역시 이병철 선대 회장의 사망 후에야 회장직에 올랐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외아들로서 경영능력을 입증하면 자연스레 경영권을 얻게 되는 만큼 무리할 이유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지배구조 개편은 승계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
◇“삼성, 2014년말께 崔 영향력 알아” vs “檢도 모른 걸 어떻게 아나”
이는 삼성이 최씨 측에 건넨 돈의 성격과도 직접적인 상관관계에 있다. 삼성은 최씨 측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20억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원 △코어스포츠 용역계약 78억원을 건넸다. 삼성 자금이 최씨 측에 전달된 사실은 이 부회장 측도 인정하고 있다.
특검은 건네진 자금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독대에서 이 부회장에게 요청해 이뤄졌고 이 부회장이 승계 작업 지원 대가로 건넨 뇌물로 보고 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정상적인 지원금으로서 최씨의 관여 사실을 몰랐거나 최씨의 겁박에 의해 지원이 변질됐다고 반박한다.
최씨의 막강한 영향력을 언제 인지했는지도 입장차가 분명하다. 특검은 ‘정윤회 문건’으로 떠들썩했던 2014년 12월 진행된 ‘승마인의 밤’ 행사를 앞두고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 삼성 측이 정유라씨의 불출석을 논의한 점 등을 근거로 최씨 영향력을 적어도 2014년 연말 전에는 알았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부회장 측은 “당시 검찰 수사에도 최씨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며 “삼성이 인지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삼성이 실제 박근혜 정부로부터 승계 작업 지원을 받았는지도 쟁점이다. 특검은 삼성이 2015~2016년 사이 삼성물산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의 도움을 받았다며 이를 대가성 입증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통상적 대관업무 수준이었다며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고 맞섰다. 앞서 1심은 개별 현안에 대한 이 부회장의 청탁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개념에 대한 묵시적 청탁을 이유로 유죄로 판단했다.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합병안을 의결했다. 옛 삼성물산 주요 주주였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 일부 대주주들은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며 거세게 반발했고 합병안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에 직면했다. 삼성에서는 전사적으로 찬성표 확보에 나섰다. 옛 삼성물산 대주주(11.21%)였던 국민연금공단이 반대할 경우 합병안 통과는 불가능했다. 국민연금의 찬성 의결로 합병안은 가까스로 주주총회를 통과했다. 합병 성공으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최대주주가 됐다. 옛 삼성물산이 보유하던 삼성전자 지분은 4.06%(약 12조원)였다.
|
특검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의결 결정에 박근혜 정부 차원의 개입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앞서 합병 외압으로 기소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2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개입을 인정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지분을 많이 보유했던 제일모직에 유리한 비율로 삼성전자 대주주인 구 삼성물산과 합병을 추진해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였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 부회장측은 삼성물산 합병은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경영진이 사업상 목적에 의해 자체적으로 행한 경영적 판단일 뿐이라며 지배구조 개편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국민연금의 찬성 의결이 어떤 배경으로 이뤄진지에 대해선 삼성측이 알 수 없다는 것.
항소심에선 추가적으로 2014년 9월 청와대 안가 독대 여부를 두고도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과 관련해 안봉근 전 대통령비서실 국정홍보비서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추가 독대와 관련한 진술을 확보했다. 안 전 비서관이 휴대전화에 이 부회장 번호를 저장한 것을 근거로 시점을 9월12일로 특정했다. 특검도 안 전 비서관을 증인으로 불러 관련 증언을 확보했다.
이 부회장은 피고인신문에서 “기억 못 하면 제가 치매”라며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난 것은 2015년 7월과 2016년 2월 두 차례뿐”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당시 안가에 갔다면 독대를 끝내고 서초사옥으로 돌아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과 회의를 하지 않았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공소장 변경여부도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특검은 1심에서 무죄가 인정됐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제3자 뇌물죄 부분에 예비적으로 직접 뇌물죄를 더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제3자 뇌물죄는 직접 뇌물죄와 달리 부정한 청탁을 입증해야 유죄를 인정한다. 특검은 여기에 더해 1심에서 재판부가 뇌물죄 유죄를 인정했던 승마 지원 부분에 대해 예비적으로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