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BoA 메릴린치 괜히 인수했나

지영한 기자I 2009.02.22 12:54:16

메릴린치 부실 추가로 국유화 논란까지
메릴린치 보너스 잔치, 공시위반 조사도
존 테인 "루이스 회장 보너스 잔치 알고 있었다"

[뉴욕=이데일리 지영한특파원]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메릴린치 인수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메릴린치의 인수로 부실이 더욱 확대된데다, 메릴린치가 인수되기 직전에 벌인 `보너스 잔치`의 책임을 BoA가 모두 뒤집어쓸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CNN머니는 21일(현지시간) 뉴욕주 검찰이 케네스 루이스 BoA 회장이 메릴린치의 `보너스 잔치`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진술을 존 테인 前 메릴린치 회장으로부터 확보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메릴린치가 BoA에 인수된 직후 발표한 작년 4분기 손실이 15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예상치를 크게 웃돈 금액으로, 이로 인해 BoA는 美 정부로부터 추가적인 구제자금을 받아야만 했다.  이같은 구제자금 확대는 BoA의 국유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켜 BoA의 주가가 연일 급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작년 4분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던 시점에 메릴린치가 거액의 보너스를, 그 것도 평상시보다 대폭 앞당겨 지급한 것이 드러나 미국내에선 비난의 여론이 들끓었다. 급기야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 검찰총장이 앞장서 조사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 존 테인 전 메릴린치 회장 "거액 보너스 BoA 알고 있었다"

▲ 루이스 회장
검찰은 현재 메릴린치가 BoA에 인수되기 직전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한 것을 BoA 경영진이 인지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만약 이를 알고도 투자자들에게 공시를 하지 않았다면 증권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검찰측의 생각이다. 

이와 관련, 케네스 루이스 BoA 회장은 지난 11일 하원 청문회에서 메릴린치의 보너스 계획과 자신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루이스는 "올 1월 이전에는 두 은행이 별도의 주식회사였고, 별개의 이사회와 보상위원회를 두고 있었기 때문에 BoA가 메릴린치에 지시할 권한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주 목요일 검찰에 소환돼 하루종일 조사를 받은 존 테인 前 메릴린치 회장은  "루이스 회장이 보너스 지급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해 BoA가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또 검찰은 메릴린치와 BoA가 인수협상을 벌이던 과정에서 메릴린치의 보너스 상한선을 약 50억달러로 정하고 있는 협상 문건도 입수했다고 CNN머니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 소식통은 "BoA 고위급 임원들이 메릴린치의 보너스 결정에 상당히 관련돼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며 "최소한 루이스 회장의 의회 증언은 부정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존 테인-케네스 루이스, 인연이 악연되나

▲ 존 테인 前 회장
존 테인 前 회장은 BoA가 메릴린치를 인수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고 M&A가 끝나자 BoA의 글로벌뱅킹 헤드로 변신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22일 루이스 회장을 면담한 직후,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다.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월가에선 메릴린치 부실이 예상보다 커진데다 거액의 보너스 문제까지 불거지자 존 테인이 책임을 진 것으로 보고 있다.  

루이스 회장은 최근 CNBC 인터뷰에서 존 테인의 해임과 관련해 질문을 받자 "과거일을 다시 생각하기 싫다"며 "그런 일이 벌어져 유감이며, 그가 잘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바람과 달리 존 테인은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루이스에게는 불리한 진술도 내놓았다. 지난주말 미 언론은 루이스 회장 역시 검찰로부터 소환장을 받았다고 전하고 있다. 아무래도  존 테인의 진술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루이스 회장은 CNBC 인터뷰에서 "메릴린치 인수에 대해 후회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당시엔 다른 투자자들이 메릴린치를 인수하도록 그냥 놔둘 수 없었고, 메릴린치 인수가 BoA와 국가이익을 위해서도 최선의 선택이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BoA는 메릴린치 인수 이후 주가가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메릴린치 부실로 구제자금은 450억달러로 늘어났다. 이로 인해 루이스 회장은 주주들로부터 퇴진압력을 받고 있다. BoA로선 메릴린치를 인수한 대가가 결코 적지 않은 셈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