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한우목장에서의 자연과의 조화
웰빙산책로에서의 특별한 힐링 경험
시간의 마법, 마애여래삼존상의 미소
조선 시대의 흔적을 간직한 해미읍성
 | 서산 한우목장 전망대와 가야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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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충남)=글·사진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충남 서산은 수도권에서 가까운 위치에 있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숨은 보석’ 같은 도시다. 천 년의 시간을 넘어 여전히 신비로운 분위기를 간직한 마애불과 한우가 한가로이 노니는 광활한 목장 초지, 600년 전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조선 시대 성곽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최근엔 각종 SNS를 타고 일상의 무게에 지쳐 쉽게 떠나지 못했던 이들이 언제든 훌쩍 다녀올 수 있는 포근한 여행지로 명성과 인기를 쌓아가고 있다.
◇서산 한우마을과 웰빙 산책로, 자연 속 힐링 여행
 | 서산 한우목장 전망대에서 본 가야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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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시 운산면 ‘서산 한우목장’ 일대는 수려한 경관으로 ‘서산의 알프스’로 불린다. 컴퓨터 바탕화면에서나 본 듯한 탁 트인 초지와 수려한 경관이 눈에 담기지 않을 만큼 한껏 펼쳐지는 곳이다. 한국의 토종 소 ‘한우’(韓牛)를 방목해 키우는 목장은 여의도의 약 4배에 달하는 엄청난 면적(약 1130㏊)을 자랑한다.
관리·운영주체인 농협경제지주 한우개량사업소는 이곳에서 우수 한우 보전과 보급을 위해 ‘한국 소의 아버지’라 불리는 보증 씨수소 60여 두 등 총 3000여 마리 한우를 사육한다. 이곳에서 전국 한우 농가에 인공수정 냉동 정액을 공급하는 보증 씨수소 한 마리의 몸값은 대략 20억 원 수준. 워낙 귀한 몸이라 구제역이 발생하면 병을 피해 헬기에 태워 지리산이나 제주 한라 목장으로 이동시킬 정도라고 한다.
 | 서산 한우목장 웰빙산책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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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을 이유로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던 서산 한우목장은 작년 12월 서산시가 목장 일부 지역에 ‘웰빙 산책로’를 준공하면서 관광 명소로 재탄생했다. 탐방로에 해당하는 웰빙 산책로는 초원 위에 총 2.1㎞의 데크길과 정상 전망대로 구성돼 있다. 차량 110여 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갖췄다.
목장 초지를 가로지르는 산책로는 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 오르는 데 약 30분이 소요된다. 한우의 역사가 깃든 장소에 남해 청산도의 보리밭을 연상케 하는 특별한 힐링 공간을 조성한 것이 이채롭다. 전망대에 도착하니 서산 시내와 가야산 일대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폭설 후 방문한 탓에 곳곳의 구릉은 거대한 스키장을 연상케 했다.
 | 겨울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서산 한우목장 전망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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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한우목장의 풍경은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봄부터 가을에 해당하는 4월 중순부터 11월 말까지는 겨우 내 우사에서 지내던 수천 마리 한우가 밖으로 나와 초원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는 장관을 볼 수 있다. 다가오는 봄에는 전망대에서 왼편으로 내려가는 길이 벚꽃길로 바뀐다. 시기적으로 여의도 윤중로 벚꽃이 다 떨어질 때쯤 피기 시작하는 만큼 지나가는 봄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꽃세상’인 셈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마법 같은 미소를 새긴 절벽
 | 국보 제84호로 지정된 서산 마애여래삼존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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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의 자랑 중 하나는 ‘백제의 미소’라고 불리는 ‘마애여래삼존상’이다. 국보 제84호로 지정된 이 불상은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의 가야산 절벽에 새겨져 있다. 마애여래삼존상이 유명한 이유는 보는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독특한 분위기 때문이다.
“삼존상의 미소를 제대로 보려면 여름엔 오전 10시, 겨울엔 오전 11시 전에는 가야 해요.”
관광지를 안내하는 김재신 서산시 문화관광해설사는 예정된 일정을 바꿔 오전에 삼존상을 보러 가자며 서둘렀다. 제때 가야 햇빛이 부드럽게 마애불을 비춰서 생동감 있는 표정을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란다.
주차장에 내린 뒤 다리를 건너 돌계단을 약 10분간 올라가자 절벽에 새겨진 마애여래삼존상이 나타났다. 백제 후기인 7세기경에 조각된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삼존불은 단정한 이목구비를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 국보 제84호로 지정된 서산 마애여래삼존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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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잎을 새긴 대좌 위에 서 있는 가운데 여래입상은 퉁퉁한 얼굴에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유쾌한 웃음을 짓고 있다. 왼편 보살입상과 오른편 반가상 역시 만면에 자애로운 미소를 띠고 방문객을 맞이한다. 자리를 바꿔가며 감상하다 보니 어느덧 해가 더 높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내 삼존불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지더니 특유의 웃음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삼존상 관람의 관건은 ‘시간’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다.
조각 후 마무리되는 일반적인 작품이 아니라 빛의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표정을 보여주는 마애여래삼존상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천변만화’(千變萬化)한다. 그 특유의 모습을 직접 만나니 ‘백제 불교 예술의 정수’라는 극찬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조선 시대로 타임 슬립…해미읍성
 | 서산 해미읍성의 진남문 (사진=한국관광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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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의 필수 방문지 중 하나는 조선 시대의 군사 요충지이자 역사의 다양한 흔적이 남아 있는 ‘해미읍성’이다. 1421년에 완공 이후 600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는 해미읍성은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의 아픈 역사를 품고 있다. 1790년대부터 약 100년간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이곳에서 순교했다. 성 안에는 이들의 넋을 위로하는 순교 기념비도 세워져 있다.
해미읍성은 역사 체험 명소로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18년 방영된 인기 드라마 ‘미스터선샤인’에 나오는 무관학교는 해미읍성의 동헌을 배경으로 찍었다. 동헌 밖 돌담길과 청허정 등도 극에 등장한다. 동헌 내부에는 로봇 인형으로 구성된 사또와 관리들이 회의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 해미읍성의 동헌 내에 있는 조선 시대 관리들의 인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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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성 내부에선 조선 시대 군사들이 사용하던 운제, 검차, 천자총통 등 각종 무기로 가득한 병장기 전시장, 서민들의 생활상이 담긴 민가, 활을 쏘는 국궁장, 운동장처럼 넓은 잔디밭 등을 즐기며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다.
 | 마가린으로 튀기는 해미호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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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읍성 인근의 맛집 ‘해미호떡’은 여행객의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다. 주말에는 1시간씩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사랑받고 있는 지역 명물로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온 후 유명해졌다. 호떡을 일반 기름이 아닌 마가린으로 튀겨 짭짤하면서도 고소하고 풍미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