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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는 2009년 2월경 객실에 LCD 시설물을 956대 설치 등 전동차 내 정보 제공시스템 구축사업 선정하기 위한 사업제안 요청서 배부했다. A사 모회사는 서울교통공사와 계약 체결 뒤, A사를 설립해 계약 내용을 이행했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가 구형전동차 500량을 신형전동차로 교체하는 계획을 세우면서 2016년 4월 ‘신형전동차 제작이 객실 내 행선안내표시기를 측면설치로 진행되는 상태이므로 차량 내 중앙 설치는 불가하다’는 공문을 A사에 발송했다. 또 정부와 서울시 지침 변경으로 폐쇄회로(CC)TV 설치 시 사각이 없도록 해야 함에 따라 모니터를 측면에 설치해야 한다고 알렸다.
이에 A사는 2018년 7월 전동차 부분 광고운영권 반납함으로써 서울교통공사와 상호 계약을 해지하고, 이로 인한 시설물 등 잔존 가치를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하며 연구용역 결과에 따른 시설물 등의 잔존가치 상당액인 약 102억8700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위적 청구에 나섰다.
또 예비적 청구로 서울교통공사는 전동차의 객실 내 천장 중앙에 총 4면의 LCD 모니터로 구성된 행선안내표시기를 설치해 광고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승인 또는 협조할 의무가 있음에도 공사가 해당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2021년 3월 계약을 해지한 탓에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광고운영권 부분 해지와 보상금 지급이 합의된 내용인지, 서울교통공사가 계약상 의무를 위반했는지 등이다.
1심은 원고가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계약 중 전동차 객실 내 광고운영권에 관한 부분을 해지하고 그에 따른 정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합의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도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채권자는 채무가 이행됐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얻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봐야 할 것인데, 전동차 내 시설물 등의 잔존가치 전액이 곧바로 손해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2심 재판부 역시 1심 판단을 수긍하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대법원은 예비적 청구에 대한 판단을 다시 하라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전동차사업의 매출이익과 직결되는 광고 사업의 운영조건은 이 사건 계약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라며 “서울교통공사는 쌍방이 계약 당시 합의한 광고 사업의 운영조건을 계약기간 동안 유지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객실표시기를 객실 천장 중앙에 돌출해 설치하는 것과 객실 출입문 상단 벽면에 평면적으로 설치하는 것은 화면 노출 정도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어 동일한 운영조건으로 볼 수 없다”며 “객실표시기의 중앙 설치는 계약 당시 합의한 광고 사업의 운영조건”이라고 봤다.
특히 객실표시기를 천장에 설치한다고 CCTV 카메라 설치가 불가능하다거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서울교통공사가 최근 도입한 전동차 중에는 객실표시기가 천장 중앙에 설치된 것이 있고 도시철도법의 개정으로 객실표시기를 측면에 설치해야 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의 판단에는 이행거절, 계약의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