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비보존제약은 비마약성 진통제 임상 3상 유효성 일차평가항목 결과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공시 제목은 ‘오피란제린 주사제 한국 임상3상 유효성 일차평가항목 결과 발표’이며, 데이터 수령 날짜와 관련해서는 ‘유효성 일차 평가항목 분석 결과를 수령한 날짜’라고 돼 있다. 하지만 이는 거래소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톱라인 데이터 결과 또는 임상시험 결과보고서를 수령했을 때 하는 형태의 공시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거래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바이오 기업이 개발 중인 신약에 대한 유효성 결과를 공시하는 경우는 톱라인 데이터를 수령했을 때와 임상시험결과보고서를 받았을 때다.
최근 1년 간 코스닥 바이오 기업 공시를 보면 톱라인 또는 CSR로 수령받은 보고서 명칭을 정확히 밝히고 있다. 오스코텍(039200)은 23일 공시한 ‘SYK 저해제 SKI-O-703’ 임상 2상 결과 보고서 제목을 ‘TopLine Data 수령’으로 했다. 사실발생(확인)일에 대해선 ‘임상시험수탁기관(CRO)으로부터 전달받은 톱라인 테이터를 실제 확인한 날짜’라고 했다. 알테오젠(196170)은 ‘ALT-BB4’ 임상1상 보고서 제목과 수령 날짜에 대한 설명에 모두 톱라인을 넣었다. CSR을 수령한 경우 젬백스(082270)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GV1001’ 임상 2상 보고서 제목과 중요사항에 CSR 리포트를 수령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그런 정보를 알고 있는데 공시를 하지 않으면 미공개 정보 이슈가 있고, CRO가 공식적으로 발행한 문서이기 때문에 승인해줬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엄연히 거래소 가이드라인에는 톱라인 데이터를 수령했을 때와 임상시험결과보고서를 받았을 때 공시를 해야 한다고 돼 있는 만큼 거래소가 명확히 가르마를 타줬어야 하지 않냐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공시제도팀 관계자는 “이번 공시는 1차 지표에 대한 톱라인”이라며 “통상 공시 제목은 회사에서 기입한대로 하기 때문에 거래소가 제목까지 수정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임상시험을 대행해주는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업계에 따르면 ‘1차 지표 톱라인’ 또는 ‘2차 지표 톱라인’ 문서를 각각 따로 발행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1차와 2차 평가 지표 결과는 통상 같이 나오기 때문에 회사에서 급히 요청하지 않는 이상, 1차 지표에 대한 톱라인만 정리한 문서를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 CRO 대표는 “임상시험 종료 후 CRO가 회사에 보내주는 공식적인 첫 자료는 통계분석계획서(SAP)다. 적게는 100개, 많게는 2000개 가량의 데이터 지표가 있는데 이 계획서에는 1, 2차 변수가 다 나와 있다”며 “따라서 1차 지표 데이터만 먼저 정리해서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회사가 따로 요청할 경우엔 그럴 수 있지만 일반적인 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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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공시제도팀 관계자는 “회사가 중요한 1차 데이터를 알게 됐다고 하는데, 거래소가 기다리라고 할 순 없다”며 “임상시험 계획에 있는 주 평가지표가 뭔지 중요하게 봤고, 이에 대한 유효성 데이터를 받았기 때문에 받은 시점에서는 공시를 하는 게 맞아서 공시시킨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