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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의 재생유 사업은 선친 때부터 시작했다. 2023년 작고한 그의 부친은 세라믹볼을 활용해 폐플라스틱과 폐비닐에서 기름을 안정적으로 추출하는 기술을 고안했다. 과거처럼 높은 열로 태우지 않고 300℃ 미만의 저온으로 분자 구조 분해를 통해 배출가스가 없는 재생유를 만드는 기술이다.
아버지의 기술에서 가능성을 본 정 대표는 2015년 본인이 하던 기존 사업을 접고 본격적으로 도시유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5년의 일이다. 그는 “연구를 하면 대체로 실험실에서는 가능하지만 실험실 밖에서는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오히려 저희는 규모를 키울수록 효율이 훨씬 더 좋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2014년까지 10㎏짜리부터 10t에 이르기까지 테스트 실시 후 2015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곧바로 사업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폐플라스틱과 폐비닐로 기름을 만든 사례가 전혀 없다 보니 관련법이 없어서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폐플라스틱과 폐비닐을 활용해 만든 고체 연료에 대한 법은 있었는데 액체 연료에 대한 법은 없었다. 정 대표는 ‘액체 연료’의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청와대의 문을 수차례 두드렸다. 정만기 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특히 정 대표의 아이디어를 아꼈다는 후문이다.
법령 정비가 끝난 2020년부터 정 대표는 인천에서 실증상용화를 위한 시설 운영에 돌입하면서 해외 회사들과 도시유전의 기술을 접목할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정 대표는 재생유 판매뿐만 아니라 재생유 생산설비 판매 및 관리를 통한 기업 성장이 더 궁극적인 목표다. 최근 미국 피닉스시에 영국사비엔(SABIEN) 그룹과 합자로 진출한 사업이 이 형태다. 미국의 T사, 유럽의 B사, 국내 G사 등 유수의 대기업이 도시유전의 사업 본격화를 기다리고 있다. 핀란드에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제품을 수출하기도 했다. 유럽이 한국의 ‘친환경 제품’을 수입한 최초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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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재생유는 등급 구분이 없어 이 부분이 개선되기 바란다고 정 대표는 전했다.
그는 “정제유를 ‘휘발유’라고 하면 당연히 높은 등급의 석유임을 알 수 있지만 재생유는 품질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해외는 이런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제도를 정비한다면 재생유 뿐만 아니라 관련제도도 해외에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재생 항공유 시장이 주목을 받고 굉장히 각광을 받고 있다”며 “법이 허락된다면 ‘웨이스트 항공유’를 내세워 항공유 시장에도 진출하는 것이 도시유전의 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