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정용진·정지선 모두 꽂혔다…불 붙은 'AI 내재화' 경쟁

한전진 기자I 2025.01.24 05:39:14

신동빈 롯데 회장 'AI 특명'에 롯데쇼핑도 분주
정용진 신세계 회장 "AI·유통 접목 관심 많아"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직원 이벤트로 AI 강조
"보여주기 아닌 실질 활용…경쟁 더 뜨거워진다"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유통업계 전통 ‘빅3’가 일제히 AI(인공지능) 내재화에 고삐를 죄고 있다. 유통 총수들이 일제히 혁신을 외치며 AI 도입을 피력하면서다. 데이터 분석으로 현업 서비스를 고도화하거나 신사업 등 다방면에 AI를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신기술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위기감이 엄습하면서 유통업계의 AI 도입 경쟁은 더욱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신동빈 “AI 내재화” 특명에 곧바로 움직인 김상현

23일 업계에 따르면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은 최근 내부 인트라넷에 올린 CEO 레터를 통해 올해 중점 신사업으로 ‘AI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꼽았다. 김 부회장은 “올해는 반드시 턴어라운드(실적개선)를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시장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고 고객의 니즈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는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 9일 계열사 경영진이 모두 모인 VCM(옛 사장단회의)에서 계열사 AI 활용 기술을 점검한지 불과 이주일만이다. 신 회장은 당시 롯데케미칼(011170) 등 AI 우수 활용 사례를 알리는 쇼케이스를 둘러봤다. 앞서 신년사에서는 “AI 내재화에 집중하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신 회장의 특명에 김 부회장도 AI에서 성과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실제로 현재 롯데마트는 AI를 여러 서비스에 접목하고 있다. AI 과일 선별이 대표적이다. 롯데마트는 2022년부터 AI를 활용해 과일의 당도·수분함량·후숙도 등을 선별 중이다. 멜론, 사과, 복숭아, 수박, 참외 등 9개 폼목이 대상이다. AI로 수박 속 상태와 복숭아의 씨 갈라짐 현상까지 판별할 수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AI 선별 과일의 매출은 100억원을 돌파했다. 데이터가 쌓여갈수록 선별 정확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롯데쇼핑의 설명이다.

롯데마트는 이런 AI 선별 식품류를 계속 늘려가겠다는 계획이다. 스마트팜 농산물, 저탄소·친환경, AI 선별 과일 농산물을 늘리는 ‘내일농장’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 중 가장 선도적으로 AI 선별 기술 도입에 힘써왔다”며 “이런 차세대 기술을 적용한 고품질의 상품을 통해 ‘신선이 곧 롯데’라는 인식을 각인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용진 정지선도 “AI”…보여주기 아닌 실질 활용

정용진 신세계(004170)그룹 회장도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AI 활용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 AI·암호화폐 정책 책임자와의 만남에서 “AI 같은 신기술을 유통에 접목해 고객 경험을 확대하는 부분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실제로 이마트(139480)는 AI를 활용해 고객 상품평과 고객센터에 접수된 의견을 한눈에 볼 수 있는 ‘e-Trend’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월 평균 80만개에 이르는 데이터를 분석한다. AI 무인편의점 등도 연구 중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069960)그룹 회장은 최근 AI 기술을 활용해 직원들을 위한 신년 이벤트를 진행했다. 서울 강남구의 현대백화점 본사 사옥 1층에서 AI로 만든 정 회장의 가상이미지를 활용한 디지털 포토카드 부스를 운영한 것. 이번 이벤트를 통해 AI 활용에 대한 정 회장의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은 최근 AI 소비자 의견 통합 분석 플랫폼 ‘인사이트 랩스’를 론칭했다. 이외에도 AI 카피라이터 ‘루이스’를 도입하고 광고 이미지를 생성하는 AI ‘원스텝’도 활용 중이다.

사실 과거 업계의 AI 활용은 보여주기에 가까웠다. 실질적인 서비스에 도입하기 보다 관심을 유도하는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AI가 만든 가공인물, 공지 챗봇 등에 그쳤다. 하지만 지금은 실제 서비스로까지 내재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글로벌 유통시장내 AI 시장은 2023년 216억달러에서 2028년 793억달러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활용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업계의 AI 활용은 소비자 눈길을 유인하는 ‘쇼잉’ 성격에 가까웠다면 이젠 데이터를 분석해 실질적으로 업무 효율과 효과를 높이는 핵심 기술로 급부상했다”며 “주요 총수들도 실무성을 강조한 AI 내재화를 언급한 만큼 업계 AI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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