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방만 경영에 나랏돈 68조 줄줄 샌다(종합)

최훈길 기자I 2018.08.23 06:38:27

국회예정처, 338개 공공기관 작년 결산 분석
한전, 석유·가스公, 수출입은행 '부실 사업'
예탁원·한수원, 지침 어기고 복리후생비 펑펑
KDI·조세연, 연구비로 드라마 제작 등 집행
기관장 해임 0건, 기재부 개혁안 '오리무중'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작년 12월20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공공기관 CEO 워크숍’에서 “공공기관을 환골탈태시키겠다”며 “직무 중심으로 보수체계 개편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가 호봉제 폐지, 직무급제 도입에 반발했다. 이후 공공기관 개혁안은 현재까지 발표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공공기관에 지원된 국가 예산이 부실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침을 위반하면서 복리후생비를 펑펑 쓰는 등 방만경영이 여전했다. 부채, 손실이 늘었는데도 인건비는 연간 수조원씩 꾸준히 올랐다. 부실 경영으로 올해 해임된 공공기관장은 한 명도 없었다.

◇공공기관 부채 495조 돌파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가 22일 발간한 ‘2017회계연도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공공기관(중앙정부 산하기관 338곳)의 부채는 495조9000억원, 당기순이익은 7조2000억원이었다. 부채는 전년보다 4조5000억원 감축하는데 그쳤다. 당기순이익은 1년 새 8조2000억원이나 줄었다.

손실보전공공기관의 경영은 더 심각했다. 손실보전공공기관은 기관이 손해를 감당할 수 없을 때 정부가 그 부족액을 보전해주거나 보전해 줄 수 있는 13개 공공기관이다. 13곳 중 7곳의 2015~2017년 3년간 당기순이익 합계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3조4616억원, 한국수출입은행 1조4113억원, 신용보증기금 9620억원, 한국무역보험공사 7953억원, 기술보증기금 3440억원, 대한석탄공사 2248억원, 중소기업진흥공단은 1848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그런데도 방만경영은 개선되지 않았다. 공공기관은 자체 수입, 차입금, 출연·출자·보조금 같은 정부 지원(2017년 68조5000억원, 2016년 65조5000억원) 등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예정처가 지난해 338개 공공기관 결산 내역을 분석한 결과 사업 곳곳에서 부실 문제가 적발됐다.

한국석유공사는 무리한 하베스트 유전개발 사업으로 지난해 7338억원, 한국가스공사도 해외자원개발 사업으로 1조191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수출입은행은 탄소펀드, 자원개발 1호 펀드, 2호 펀드 투자의 수익률이 낮아 366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한국서부발전은 동두천드림파워에 투자했다가 589억원의 손실을 봤다. 한국전력은 전력신산업 펀드를 재작년에 만들었지만 올해 4월까지 직접투자 실적은 한 건도 없었다.

일부 공공기관은 재무·사업 상황이 심각해도 지침을 어기면서까지 복리후생비를 챙겼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온누리상품권 등 임직원 기념품비로 지난해 7억1452만원을 썼다. 한전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임직원의 대학생 자녀에 대한 학자금(72억5761만원)을 무상지급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연구개발비 등을 직원 생일 격려품으로 사용했다. 기획재정부의 ‘방만경영 정상화 계획 운용지침’에는 △기념품으로 상품권 지급 △학자금 무상지급 △연구비로 생일 격려품 지급을 금지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도 부적절하게 예산을 썼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연구개발적립금(4860만원)을 ‘한국경제 격동 30년’ 드라마 대본을 집필하는데 사용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연구사업비를 아태재정협력센터 사무실 이전 비용으로 집행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연구 관련 사업비를 연구년 휴직자의 생활비·주택임차료 등 체재비로 집행했다.

예산 지원의 실효성이 없었던 경우도 있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지난 해 농산물가격안정기금 등을 받아 1923억4600만원의 사업을 편성했다. 해당 예산은 농업 분야의 유통비용 감소 취지로 수년 간 편성돼 왔다. 하지만 전체 농산물 가격 중 유통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2006년 44.0%였으나 2015년도에는 43.8%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재정 위험 발생할 수도..철저한 감독 필요”

이렇게 경영 상황이 안 좋은데도 공공기관 복리후생비는 2014년(7475억원)부터 2017년(8363억원)까지 3년 연속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공공기관 인건비는 19조2872억원에서 지난해 24조3304억원으로 급증했다. 경상운영비는 2013년 10조7200억원에서 지난해 12조2330억원으로 늘었다. 예정처는 “일부 공공기관은 국가공무원 수준을 넘어서는 과도한 복리후생을 제공하거나 사업비 등으로 경상운영비 경비를 집행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엄격한 ‘페널티’는 없었다. 올해 기재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이후 해임된 공공기관장은 한 명도 없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공공기관을 환골탈태시키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보수체계 개편 등 공공기관 개혁안은 발표되지 않았다. 이승재 예정처 예산분석실장은 “공공기관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될 경우 이로 인해 해당 공공기관의 부채 등을 정부가 상환해야 하는 재정 위험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기재부와 주무부처의 보다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전체 공공기관(338개)의 정규직 직원 1인당 연평균 보수가 6707만원을 기록했다. 단위=만원.[출처=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국회예산정책처]
지난해 전체 공공기관(338개)의 인건비가 24조3304억원으로 전년보다 5.6% 증가했다. 단위=억원. [출처=기획재정부, 국회예산정책처,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들 공공기관은 기관의 설립근거법에 따라 기관의 이익 적립금으로 손실을 보전할 수 없을 때 정부가 그 부족액을 의무적으로 보전해주거나 보전해 줄 수 있도록 한 ‘손실보전공공기관’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수출입은행 등이 최근 3년간 수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올해 통폐합이 결정됐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손실 발생 원인은 세계 조선경기 침체로 인해 2016년 한 해에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라며 “2017년에는 흑자 전환을 이뤘다”고 해명했다. 단위=억원. [출처=공공기관 감사보고서, 기획재정부, 국회예산정책처,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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