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친명(친 이재명)·비명(비 이재명)·친문(친 문재인) 등 계파 갈등과 함께 ‘586(운동권 출신)’, ‘올드보이’, ‘사법 리스크’ 대상자를 두고서도 내홍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원천배제)’된 사람들은 불복하며 당 지도부와 경쟁 상대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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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지난 6~7일 양일간 발표한 1~2차 공천 심사 결과는, 당 입장에서 ‘험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권과 영남권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큰 잡음은 따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난 15일 발표한 3차 심사 결과에서는 일부 지역구를 두고 파열음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민주당 공관위는 ‘양지’로 통하는 서울 광진을에 경선 없이 현역 고민정 의원(초선)을 단수 공천했습니다. 광진을은 민주화 이후인 1988년 13대 총선부터 36년간 보수 정당이 한 번도 차지하지 못한 선거구입니다.
한 관계자는 이데일리에 “고 의원을 먼저 발표한 데에는 (친명과 친문 간) ‘통합’의 의미가 있다고 보면 된다”면서 “그렇다고 상대가 희생하는 건 아니고, 이미 평가와 여론조사 격차 등 (고 의원이) 단수 공천을 위한 조건을 충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지역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김상진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행정관이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 이번은 끝장을 내겠다”면서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경선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단식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김 예비후보는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 의원을 노골적으로 저격하는 영상까지 게시했고, 이에 고 의원은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맞붙었습니다.
◇이재명 “새 술은 새 부대에”…‘불출마 권고’ 광폭 행보?
여기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직접 ‘불출마 권고’ 행보에 나서면서 반발도 따르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최근 당 최고위원회의와 SNS에서 “떡잎은 참으로 귀하지만,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고 발언하는 등 사실상 비명·586·올드보이 등을 겨냥한 듯한 ‘공천 물갈이’를 시사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문학진 전 의원은 당초 경기 광주을 지역구에 도전했다가 이 대표로부터 불출마 권고를 받았다면서 “이재명 ‘친위부대’를 꽂으려다 보니 비선에서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문 전 의원은 또 안규백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이 ‘경기도’를 언급했다면서 “경기도란 이 대표의 비선인 ‘경기도팀’을 지칭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안 위원장은 지난 15일 전략공관위 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경기도라는 (이재명 비선팀) 자체를 모른다. (문 전 의원에게) 경기도라는 얘기를 한 바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이 대표와 총선 출마 관련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진, 고(故)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부인이자 3선 중진인 인재근(서울 도봉갑) 의원도 지난 14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국민이 보기에 합당한 통합공천, 통합공천, 통합공천을 기대한다”며 ‘통합 공천’이란 말을 3번 반복하는 ‘언중유골’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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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공관위는 현재까지 1차 36곳, 2차 24곳, 3차 24곳 등 전국 총 253개 선거구 중 84개 지역구 후보자를 공천했습니다. 이 중 2~3명 예비후보가 경선을 치르는 지역은 37곳, 단수 공천 지역은 47곳입니다. 이와 별개로 전략공관위도 현재까지 현역 의원 불출마 또는 탈당에 따라 전략 선거구로 지정한 20곳 중 4곳에 ‘영입 인재’ 4명을 각각 단수 전략공천했습니다.
공관위와 전략공관위는 다음 주에도 결과 발표를 이어갈 예정인 만큼 총 단수 공천자는 100명을 웃돌 수도 있습니다. 특히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으로 꼽히는 호남과 서울 강북권 및 경기 남부 등 유리한 지역구가 대거 남은 만큼 공천을 둘러싼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하위 20% 평가를 받은 현역 의원들에게 개별 통보가 이뤄질 예정이고, 이 대표가 뇌물 수수 혐의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들에 대한 컷오프 또는 불출마 압박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홍이 더욱 짙어질 전망입니다.
이 대표 역시 각종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등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형평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죠. 이른바 ‘비선 개입’ 의혹과 함께 ‘밀실 공천’ 혹은 ‘셀프 공천(사천)’ 논란으로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이에 대해 임혁백 민주당 공관위원장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밀실 공천은 없다”면서 “허위·추측성 보도로 인해 공관위의 공정성을 해치고 있다. 현재 민주당 공천은 계획된 일정에 맞춰 원칙과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병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도 전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올드보이 청산이라든지 새로운 인물은 친명과 비명의 문제가 아니다”며 “‘새잎’이 친명을 전면 배치하고 나머지를 배제하는 공천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개별적인 이해관계도 섞여서 하는 이야기로, 결코 그렇게 현재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습니다. 민주당은 앞으로 남은 공천 내홍을 어떻게 다스려 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