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정이 그리운 추석이다. 사람들이 가족을 반길 때 그는 얼굴과 이름도 모르는 낯선 이를 맞는다. 올해로 데뷔 12년차 배우 조판수(37). 그는 한가위에 어두운 극장을 지킨다. 출연 중인 아동극 ‘개미와 배짱이’ 공연 때문이다. 오는 19일 추석 당일은 하루 쉴 수 있다지만 앞뒤로 공연이 잡혀 부모님댁에는 가지 못한다. 고향은 전남 광양. 서울서 고속버스로 왕복 10시간은 걸리는 먼 거리다. “차 막히면 답이 없다. 차표 끊는 것도 전쟁이고. 당일치기로 다녀오긴 어려운 거리잖나.” 때문에 조판수는 올해도 ‘나홀로’ 추석을 맞는다. …
2002년 연기를 위해 서울로 올라온 후로는 명절 챙기기가 쉽지 않단다. “연극밖에 몰랐으니까…. 예전에는 ‘일 있어 못 내려간다’고 하면 부모님은 이해를 못하셨다. 내가 서울에서 하는 공연을 보신 적이 없었으니. 할머니도 사실 내가 공연을 하는 도중에 돌아가셨다. 무대에서 가족의 임종을 맞는 게 배우들이다. 그러다 때론 내 인생은 없고 연극만 있다는 생각도 들더라.”
잠시 넋두리를 늘어놓은 조판수는 “그래도 일 핑계로 명절에 결혼 잔소리를 피할 수 있는 건 좋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2남 1녀 중 막내다. 어느 명절보다 음식이 풍성한 추석. 혼자 사는 노총각의 명절음식은 동료 배우들이 대신 챙겨준다. “서울 사는 동료가 차례를 지내고 오후 공연장에 올 때 송편·전 등을 싸오면 나눠 먹는다”는 게 그의 말이다.
명절 연휴 공연에 만나는 관객들은 더 반갑다. 그래도 공연이 끝나고 명절 기분에 헛헛할 때면 지방이 고향인 동료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 위로한다.
‘천생 배우’다. 보름달을 보며 어떤 소원을 빌고 싶으냐고 물으니 돈·결혼 얘긴 하지 않았다. “연기 좀 잘하게 해달라고 빌 거다. 그거 딱 하나다. 그게 내 숙명이고.” 올해 연극 ‘알유알’ ‘노마일기’ ‘미운남자’ 등에 출연한 조판수는 인터뷰 후 문자 하나를 보내왔다. “12월에 좋은 공연한다, 기대해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