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주나 법인을 동시에 처벌하도록 하는 양벌규정은 기업활동을 위축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형사처벌항목 중 양벌규정이 적용되는 항목은 397건으로 전체 432건의 91.9%에 달했다. 최저임금 처벌 조항에도 이 중 하나다.
특히 최근 몇 년 간 최저임금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소상공인·영세사업자 등의 인건비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으로 2020년(8590원)에 비해 14.7%나 급증했다. 내년에는 최저임금이 1.7%로 추가 인상되면서 처음으로 시간당 1만 원을 넘어서게 된다.
이에 따른 최저임금 위반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최저임금법 위반 사업장 감독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최저임금 위반 건수는 731건에서 지난해 6064건으로 8배 가량 늘었다. 반면 사법처리 건수는 5년간 26건으로 0.1%에 불과했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현장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담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사법 처리를 할 수 없는 것”이라며 “행정기관이 규제목적 달성을 위해 형벌을 과도하게 부과하는 것은 피해자나 근로자에 대한 실질적 혜택 없이 불필요하게 전과자만 양산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벌 조항에 면책 조항을 넣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도 있었다. 2007년 헌재는 ‘면책 규정 없는 양벌규정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후 양벌규정에 면책 단서 조항을 넣는 개정 작업을 대대적으로 진행했지만, 최저임금법 양벌규정은 법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노동계 등의 반발로 미개정 상태로 남았다.
야당에서는 이같은 위헌성을 해소하는 면책 조항에 대해서는 공감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저임금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배상책임 강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한 사용자가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양벌 조항에 대해서는 상당한 주의를 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지 않도록 면책근거를 담았지만 법인이 고의·과실이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면 그 차액의 5배 이내에서 배상책임을 지도록 강화한 것이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최저임금의 실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최저임금액 위반에 대한 사업자의 책임체계를 형사처벌 중심에서 배상책임을 포함한 종합적 측면으로 개편하고자 했던 것”이라며 “면책 조항만 추가되면 최저임금제 준수의식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에서는 이 같은 면책 조항이 최저임금 위반에 대한 벌칙을 완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헌재 판결의 취지를 반영해 현행화하는 것”이라며 “최저임금 위반에 대한 처벌 조항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벌칙 조항을 완화한다고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