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우리나라 최대 검색 포털인데다 인터넷쇼핑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에서 시작한 카카오는 은행과 증권에 이어 보험사 라이센스까지 노리고 있습니다.
정부가 규제로 구획해준 틀 안에서 경쟁을 하던 금융사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전에 경쟁했던 상대들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자칫했다가 크게 밀릴 수 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강해?..모바일로 바뀐 판에 살아남았을 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100번 싸워 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근래 들어 막강한 경쟁력을 갖게 된 요인을 살펴봐야 되겠죠.
우선은 이들의 태생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자그마한 벤처기업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경쟁을 해왔습니다. PC 온라인 중심의 인터넷 시장에서 모바일 시장에까지 적응했습니다.
네이버만 봐도 그렇습니다. 1999년 네이버 영업 시작 시절, 네이버는 보잘것 없었습니다. 포털 시장은 야후가 장악했고, 검색 기술력은 라이코스 등에 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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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게임 창업자로 NHN(舊 네이버) 대표까지 지냈던 김범수 의장이 2007년 창업했지만 초반 3년은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망하기 직전에 만들었던 서비스가 카카오톡이었습니다.
이들의 경쟁력은 다른 게 아니라 PC온라인 시대에서 모바일 시대까지 20년을 망하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데 있습니다. 수백·수천개의 인터넷 업체로 시작해 살아남은 것입니다. 프로듀스101 뺨치는 서바이벌 과정을 거친 덕에, 살아남기 위한 경쟁 방법을 잘 아는 것입니다.
이는 몽골이나 여진 등 중국과 우리 민족을 괴롭혔던 북방민족의 성장 과정과도 비견됩니다. 13세기 중원을 정복했던 몽골제국도 그 시작은 젊은 칭기즈칸(테무친)의 작은 천막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생존을 위한 경쟁에 능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PC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전장이 변화할 때도 빠르게 적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강해서 살아남은 게 아니라 살아남다보니 강해진 것이죠.
게다가 이들은 외부의 적과도 경쟁을 해야합니다. 구글과 아마존 등입니다. 거대한 제국과 같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입니다. 혁신성과 자금력, 기술력 면에서는 우리나라 빅테크를 압도합니다.
어찌보면 규제라는 틀 안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해왔던 국내 금융사들과의 경쟁은 빅테크 입장에서는 손쉬울 수 있습니다. 만리장성 안에서 번영해왔던 송나라나 명나라를 보는 입장이라고 할까요.
프로듀스101 뺨치는 서바이벌 과정을 겪고 살아남은 빅테크와 규제라는 틀 안에서 영업해왔던 금융사와의 경쟁 구도는 쉽게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아마 초반 상황은 빅테크들의 일방적인 우세 속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말 탄 유목민족처럼 기민하게 서비스 대응을 하는 빅테크들과 비교해 금융사들의 몸집은 매우 큽니다. 효율성 있게 조직을 꾸려나가기도 힘듭니다. 나름 모바일 시대를 준비해왔다고는 하지만 빅테크들의 그것과 비교하면 초라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최종 승자가 빅테크가 되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기존 금융사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소위 말해 ‘쥐어 터지면서 배우는 것’입니다.
임진왜란 때 100년에 걸친 내전으로 실전경험이 풍부했던 일본군에 맞서 조선군이 맥없이 당했다가 판세를 뒤집었던 경우처럼요.
조선군도 실전경험이 쌓이고 조총을 사용하게 되면서 일본군과 어느 정도 전투를 벌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임진왜란 후 조선군이 보유한 조총부대 만큼은 후금도 쉽게 보지 못할 정도로 강력했습니다. (다만 정치권의 무능함에 이를 잘 활용못했죠.)
빅테크의 금융업 진입으로 국내 금융사들도 생존을 위한 경쟁에 돌입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와중에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몇몇은 도태될 것입니다. 예전 규제라는 만리장성 안에서 번영을 구가하던 때를 그리워할 것입니다.
그러나 치열한 생존 경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금융사들의 서비스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K팝의 글로벌 경쟁력 발판이 우리끼리의 치열한 생존 경쟁이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