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자금력이 풍부한 중국 벤처투자 열기는 중화권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전략화돼고 있다. 중국 정부의 스타트업 육성과 투자 정책 등은 글로벌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금융굴기’로 집약된다. 실제 중국의 한국 기업 투자금액은 2013년 4억8100만달러에서 지난해 19억7800만달러로 2년만에 4배로 급증했다.
| △황하이옌 중국 테크코드 최고경영자가 지난해 11월 12일 서울 역삼동 카이트타워에서 한국 법인 설립 이유와 향후 목표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진=테크코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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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유망 스타트업을 겨냥하는 테크코드(Tech code)는 중국의 금융굴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테크코드는 중국 정부 산하 과학기술부 지원으로 화샤싱푸, 칭화대 기금으로 설립됐으며 해외 유망 벤처기업을 중국으로 끌어들여 창업단지를 조성해 중국제조업의 차세대 혁신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삼고 있다. 한국법인인 테크코드엘셀레이터코리아는 지난해 11월에 설립해 국내 산학연과 MOU를 맺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 △중관춘에 있는 칭화과기원(TusPark) 건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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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고 명문대학인 칭화대가 지난 1994년 설립한 지주회사인 치디홀딩스도 같은 목적으로 지난해 서울과 인천시와 MOU를 맺고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모색하고 있다. 치디홀딩스는 칭화대 산하 칭화과기원(TusPark)의 개발·건설·경영 및 관리 등을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으며 총자산은 800억위원(약 14조원) 규모다. 주요 투자비중은 △신에너지 △헬스케어 △스마트시티 등에 집중돼 있다.
뚜펑 부총재는 “올해는 한국에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센터를 준비할 계획”이라며 “한국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목표로 하고 있는 VC/PE, 기업 등을 대상으로 협력 프로젝트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치디홀딩스는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기 위해 지난해 말에는 한국계 VC/PE와 파트너십을 맺고 1억위원(약 180억원) 규모의 한국 스타트업 전용 투자 펀드를 조성하고 투자대상 기업을 검토하고 있다. 치딩홀딩스는 이 펀드에 50%를 출자했다.
| △왕광위 차이나소프트 캐피탈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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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VC/PE도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계 VC인 진링화란투자그룹(China Soft Capital)의 경우 올 하반기 2000억원 규모의 한중IT펀드 조성을 마무리한다는 전제로 현재 4~5곳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왕광위 차이나소프트캐피탈 회장은 “최근 한국 스타트업과의 접촉을 통해 일부 사업에 대한 투자의향을 표명하고 결정단계에 있다”며 “앞으로 사업의 질과 투자협의에 명시한 투자기한에 따라 자금을 합리적으로 배분해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과 마찬가지로 한국 시장에 대해서도 차세대 정보기술, 첨단장비 제조, 친환경에너지, BIO메디컬 등의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며 “이런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 자본의 공략에 국내 VC/PE 업계는 중국의 유망 스타트업 선점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VC 관계자는 “중국 자본의 융단폭격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망 스타트업까지 다 뺏길 판”이라며 “중국의 산학연 협업 모델을 벤치마크해서 한국 정부도 장기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