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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도 번쩍! 환갑 넘어도 행복해요” 시니어 채용 ‘붐’ 왔다

김경은 기자I 2025.03.25 05:35:01

[일하는 시니어]②채용 플랫폼 5060 비중↑
사람인 이용자 18%는 5060…2년 새 7.7%p 높아져
기업도 중장년 채용에 적극적…“책임감 높아”
초고령사회에 2차 베이비부머 은퇴…시장 각광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요즘 노인들은 예전과 달리 건강하고 수명도 길어서 다들 일하고 싶어 해요. 내가 일한다고 하면 복지관 노인네들이 부러워한다니까요. 환갑이 넘어 일을 시작했는데 전보다 더 건강해지는 것 같고 소속감도 들어 엄청 행복해요.”

지난 20일 서울 강서구 지하철 5호선 가양역 앞에서 만난 전정자(75) 씨는 29㎏짜리 전동킥보드를 번쩍 들어 보이며 이같이 말했다. 전씨는 주중에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강서구 일대를 돌며 전동킥보드를 주차구역에 재배치하는 일을 한다. 한 달 수입은 약 60만원 수준이지만 남편과 함께 맞벌이하며 생계를 이어가기엔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남편인 김세현(80) 씨 역시 정년퇴직 후 집에서 쉬다가 이 일을 시작하며 활기를 되찾았다.

개인형 이동장치(PM) 공유 플랫폼 ‘지쿠’를 운영하는 지바이크는 전씨 부부 같은 노인 인력 42명을 전국 사업장에 고용하고 있다. 지쿠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가 통행에 방해되지 않도록 주차구역에 재배치하는 게 이들의 주된 업무다. 지바이크 관계자는 “중장년층 직원들은 근면 성실하고 책임감이 있다”며 “사업 확대에 따라 중장년 채용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바이크 소속 직원인 전정자 씨가 지난 20일 서울 강서구 지하철 5호선 가양역 앞에서 전동킥보드를 주차구역으로 옮기고 있다. (사진=김경은 기자)
◇채용플랫폼 5060 회원수 지속증가

중장년층이 채용시장에서 대접받고 있다. 은퇴 후 재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이 채용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다. 올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데다 2차 베이비붐 세대(1964년~1974년생)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중장년 채용이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채용시장에 중장년층의 진입이 잇따르고 있다. 인크루트에서는 지난해 50~60대 신규 회원이 전년 대비 7.3%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는 전년동기대비 17.9% 늘어나는 등 점차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기업에서도 중장년 채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인크루트 내 ‘서울 중장년’ 전문관 채용 공고 건수는 지난해 4분기 기준 전년 대비 5.3% 증가했다. 중장년층을 찾는 기업과 일자리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구인난을 겪는 중소기업에서는 중장년 채용에 더욱 적극적이다.

사람인HR연구소가 기업 22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41.4%는 ‘영 시니어(만 55~64세)’ 채용에 관심이 있다고 답변했다. 중소·스타트업(45%)의 응답률은 대기업(28%)보다 컸고 업종별로는 제조·건설 분야가 46%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실제 경북 영천시에 위치한 비케이엠솔은 인구소멸 위기 지역의 제조 중소기업임에도 인력난과 거리가 멀다. 2021년부터 중장년 직원을 1년 단위로 재계약하고 신규 채용 시에도 연령과 경력에 제한을 두지 않고 중장년을 적극 채용한 결과다. 이 회사 장은수(62) 책임은 “정년 이후에도 일할 수 있어 좋다”며 “중장년 직원은 후배들에게 숙련된 업무 기술뿐 아니라 삶의 지혜도 나누며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2차 베이비부머 은퇴 본격화…중장년 구인수요 증가

기업에서는 중장년의 사회생활 경험과 책임감 등을 높게 평가한다. 알바천국이 기업회원 1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67.6%는 40대 이상 중장년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복수응답)로는 △맡은 업무를 책임지고 수행해서(56%) △연륜 덕에 업무 처리가 능숙해서(46.7%) △비교적 장기간 근무가 가능해서(34.7%) △근무태도가 좋아서(29.3%) 등을 꼽았다.

올해부터 954만명에 달하는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중장년 채용은 더욱 활성화할 전망이다. 2차 베이비부머는 1차 베이비부머(705만명)에 비해 수가 많은 데다 평균수명 연장과 높은 교육수준 등으로 재취업에 대한 갈망이 높다.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하지 않고 경력을 살려 생산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채용업계 한 관계자는 “중장년층은 젊은층에 비해 기술·트렌드 변화에는 느려도 조직문화에 익숙하고 끈기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며 “최근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이 늘어나면서 구인난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중장년층이 기업들의 구인 수요를 충족시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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