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에서 4년간 초고속 인터페이스 IP(설계자산) 개발 업무를 맡았던 것을 계기로 IP 산업에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 이는 창업에 대한 흥미로 이어졌으며 초고속 인터페이스 IP를 개발하며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김두호 퀄리타스반도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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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현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D램개발팀장과 삼성전기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역임하며 메모리반도체 1등 수성에 기여한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가 밝힌 창업 계기는 예상 밖이었다. 그는 “삼성전자를 퇴직한 후배들이 하나같이 ‘일을 하고 싶은데 우리나라에선 갈 곳이 없다’고 했다”며 “중국 업체들로부터 고액 연봉의 입사 제의를 받아도 기술 유출을 염려하며 고사하는 것을 보며 울컥했다”고 했다.
그는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후배들과 중견기업을 만들어 취약한 우리나라 반도체 생태계에 기여해보자는 마음으로 2018년에 원세미콘을 창업했다. 원세미콘은 메모리 모듈의 핵심부품인 레지스터 클럭 드라이버(RCD)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RCD는 D램과 중앙처리장치(CPU) 사이에 위치해 CPU에서 나오는 명령과 주소 신호 등을 재분배하는 반도체다. 즉 서버용 D램의 필수 부품이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는 이를 수입해서 쓰고 있다. 미국 램버스, 일본 르네사스, 중국 몬타지 등 3곳만 생산하던 반도체로, 원세미콘이 이를 양산하며 부품 국산화가 이뤄졌다.
김 대표는 “미국, 일본, 중국에 쟁쟁한 경쟁사들이 있지만 우리도 국산화를 해보자는 마음에 개발을 진행했다”며 “지난해 우리도 양산에 성공해서 첫발을 뗐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에 RCD가 탑재되는 만큼 챗GPT 열풍은 호재다.
부품뿐 아니라 장비 국산화 노력도 한창이다. 국내 반도체장비 업체 중 고속 성장세를 기록 중인 넥스틴(348210)은 다크필드 웨이퍼 패턴 결함 검사장비 등 광학 기반의 웨이퍼 패턴 결함 검사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이 시장은 미국 장비업체인 KLA가 90% 상당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이지만 넥스틴은 지난해 5%에서 올해 10% 점유율을 목표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와 KLA를 거친 박태훈 대표는 “그간 우리나라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처럼 전 세계에서 1,2등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만 있었지 글로벌 1등 장비, 부품회사는 전무한 실정”이라며 “삼성전자 재직 시 국산화팀에 있을 때 기초기술, 제품 국산화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했다. 박 대표는 넥스틴을 2010년 6월 설립했으며, 2020년 10월 코스닥에 상장시켰다. 넥스틴은 중국 시장도 적극 공략 중이다. 넥스틴 검사장비의 검사속도가 미국 업체 제품과 비교해 빠르다는 강점을 앞세워 SMIC, YTMC 등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했다,
DB하이텍(000990)에서 팹리스사업을 담당하는 황규철 브랜드사업본부 대표이사도 삼성전자 출신이다. 그는 삼성전자 DS부문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30년 상당 업무를 맡았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상품기획그룹장,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제품개발팀장, 영업팀장, 전략마케팅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창업은 아니지만 DB하이텍에 영입돼 국내 팹리스 사업 외연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기창 서울대 시스템반도체 산업진흥센터 교수는 “반도체는 경험있는 사람만이 창업할 수 있다”며 “페어차일드반도체 출신들이 인텔과 AMD,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를 만든 것처럼 한국에선 삼성전자 출신들이 창업을 하며 반도체 생태계를 넓히고 있는 것으로, 삼성이 그간 인재 기용을 잘 해왔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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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이른 시기에 삼성전자를 나와 스타트업을 만들고 이를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있는 인물들도 돋보인다. 기존 부품·장비업체 창업에서 나아가 시스템반도체에서 소프트웨어까지 설계하는 팹리스를 만드는 스타트업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퀄리타스반도체의 경우 시스템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한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용 시스템온칩(SoC) 내 각종 데이터를 빠르게 송수신할 수 있는 초고속 인터커넥트 기술 솔루션을 개발했다.
특히 2017년 당시 삼성전자 출신 공학박사들이 빌라 지하실 단칸방에서 차고 창업의 형태로 출발한 일화가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김두호 퀄리타스반도체 대표는 4년여간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 퇴사 후 창업을 결심했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인터페이스 IP개발 업무를 담당하며 반도체 IP 개발업체들과의 교류를 통해 반도체 IP산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었다”며 “이후 금융기관으로 이직해선 전기전자분야 산업·기술을 분석하며 창업에 흥미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초고속 인터페이스 IP를 개발하며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기술적 역량을 높일 수 있었다고도 했다. 이어 “인터커넥트 솔루션뿐 아니라 통신용 SoC와 모듈로 사업을 확대해 최종적으로 초고속 인터커넥트 토털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퀄리타스반도체는 올해 상반기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2017년 국내 팹리스인 퓨리오사AI를 설립한 백준호 대표도 삼성전자와 AMD에서 반도체 설계를 담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신경망처리장치(NPU),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와 자율주행차, 클라우드, 로보틱스 등 서비스에 바로 적용 가능한 수준의 AI 반도체를 설계했다. 삼성전자를 통해 ‘워보이’라고 불리는 1세대 NPU를 개발한 데 이어 2,3세대 칩 개발과 나스닥 상장을 바라보고 있다.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도 삼성전자 출신의 약진이 주목받고 있다. 하태훈 위벤처스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엔지니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투자업계에 입문했다. 2019년 회사를 설립하며 유망기업·지방기업·반도체·임팩트 투자에 집중했다.
최 교수는 “1990년대 중후반 벤처 투자가 활발할 때 팹리스를 창업한 회사들을 팹리스 1세대라고 한다면 2014년 전후로 4차 산업혁명이 언급되기 시작하며 자발적으로 창업한 사람들이 팹리스 2세대”라며 “AI 등 기술 변화가 산업의 변화를 야기할 것을 미리 짚고 변화에 앞장서겠다며 창업한 것으로 창업자 DNA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