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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작가는 최근 중국의 대표 행위예술가인 허윈창 등 8명의 예술가들과 ‘수수’(SUSU)라는 캐릭터 상품을 디자인하는 프로젝트에 유일한 한국인으로 합류했다. 수수는 유럽 중세시대에 긴 치마를 잘랐던 당당한 여성을 형상화한 캐릭터로, 지난달 출시 이틀 만에 판매량 124만건을 돌파하고 중국 레몬차 브랜드 ‘닝지’와 컬레버레이션을 하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박 작가는 2006년 광주시립미술관 입주작가로 국내에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듬해 첫 뉴욕 전시에서 국제적인 큐레이터 탈리아 브라초포울로스와 인연을 맺고 2009년 뉴욕 브루클린의 보스 스튜디오에 입주하면서 세계무대로 뻗어 나갔다. 중국에서의 작품활동은 2011년부터 시작했다. 2017년 중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 금일(今日·진르)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갖기도 했다. 그는 중국 전역 뿐 아니라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 전시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로 중국 생활 11년째를 맞는 그는 금일미술관의 전시전이 가장 뜻깊으면서도 힘들었던 기억이었다고 회상했다. 사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한중관계가 악화했고, 조수미 등 한국 예술가의 중국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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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작가는 당시 예산 부족에도 미국에서 기획자들이 이코노미석을 타고 중국으로 와 전시를 추진했고, 주중한국문화원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전시 기간인 49일동안 직접 17m 도화지에 ‘부석사 설화-용의 무한한 변화’라는 작품을 완성하는 긍지를 보여줬다.
그는 “정말 포기하고 싶던 순간도 있지만 내 작품 세계를 이해하고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어 정말 감사했다”며 “외국에 나오면 애국자가 된다고 하던데 한국인 작가로 더욱 책임을 갖고 작가생활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허베이미술대학의 초빙교수로 임용돼 중국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시작한 그는 같은 대학 초대전에서 한국문화원과 함께 한국 문화를 알리는 행사도 진행했다.
박 작가는 중국 등 해외로 진출하길 희망하는 한국 화가들에게 “단순히 외국에서 한번 전시를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많은 작가들과 만나면서 경계 없이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세계화 속에 정보가 넘치지만 대중문화가 아닌 예술가라는 직업은 소통이 어렵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자신의 예술 세계를 고집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그게 마음이 통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박 작가는 “시대에 따라 가는 게 아니라 근본을 추구하는 드로잉 작품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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