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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단은 ‘이 부회장 등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압에 못 이겨 비선 실세 최순실씨를 지원했다’는 논리로 재판부 설득에 성공하며 이 부회장 뇌물사건의 프레임을 180도 뒤집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광장과 함께 국내 3대 로펌으로 꼽히는 법무법인 태평양을 주축으로 김종훈(60·13기) 변호사와 법무법인 기현 소속 변호사들로 구성됐다.
태평양은 항소심에서 이인재(63·사법연수원 9기)·한위수(60·12기)·장상균(50·19기)·권순익(52·21기)·이경환(39·35기) 변호사가 변호인단에 참여해 이 부회장을 변론했다. 이경환 변호사를 제외하고 모두 판사 출신이다.
변호인단의 대표 격은 이인재 변호사다. 서울중앙지법원장 출신으로 태평양 대표변호사였던 그는 2심에서 새로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당초 1심에서 주축 변호사로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송우철(56·16기) 변호사를 내세웠다가 완패한 태평양이 내세운 회심의 카드다.
이 변호사는 모든 항소심 공판에 직접 출석하며 변호인단의 변론을 직접 주도했다. 그는 지난해 12월27일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직접 최종변론에 나서며 25분간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공소내용과 1심 판결에 대해 ‘자의적 검찰권 행사’ ‘공허한 말장난’ ‘희한한 글’ 등의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맹비난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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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판사 출신인 김종훈 변호사는 대형 로펌 소속이 아닌 개인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변호인단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김 변호사는 과거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그는 비서실장 맡기 전에는 2003년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한 송두환 특별검사팀에서 특검보로 참여하는 등 법조계에서 마당발로 유명하다. 김 변호사는 진보성향 판사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우리법연구회 창립멤버이기도 하다. 우리법연구회는 김 변호사 외에도 박시환 대법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을 배출했다.
김 변호사는 1심에서부터 재판 과정 내내 이 부회장의 옆자리에 앉아 수시로 이 부회장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이 부회장의 의견을 변호인단에게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도맡았다.
설립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법무법인인 기현은 1심 심리가 진행되던 와중에 이 부회장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변호사 등 구성원이 6명에 불과한 소규모 로펌이다. 기현은 기업 송무 전담해온 곳이다.
기현소속 변호사 중에선 이현철(51·20기) 대표변호사와 정한진(41·34기) 변호사가 소송에 직접 참여했다. 이들은 모두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이다.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회사법·증권법·도산법 분야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 변호사는 짧은 판사 생활 이후 개업해 기업 송무 분야 사건을 주로 맡아왔다.
기현은 1심 재판에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 작업과의 연관성을 두고 특검과 변호인단이 팽팽하게 의견을 주고받던 시기 변호인단에 합류, 지배구조개편과 승계작업의 연관성이 있다는 특검 주장에 맞선 방어 논리를 구축해 집행유예 판결을 끌어내는 데 일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