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우표는 가치가 상승한다. 중국의 최고가 우표세트는 1978년에 발매된 중국 최초의 우표인 드레곤 우표세트로서 경매낙찰가는 2000만위안(37억8000만원)이었다. 단일우표로 최고가는 1968년11월25일에 발행된 ‘전국산하일천홍’이며 2012년 중국가디언경매에서 8전 가치의 우표가 730만2500위안(13억8000만원)에 낙찰됐다. 약 910만배가 올랐다.
1980년에 발행된 원숭이 우표는 80개가 한 세트인데 2011년 경매에서 한 세트가 120만위안(22억6000만원)에 낙찰됐다. 30년 만에 18만배가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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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우표는 종류별 발매 수량이 한정돼 있어 희소성이 있고, 신규 자산이 지속적으로 발매된다. 우정국은 매년 기념우표를 발행하는데 2022년의 예를 들면 22종류, 1억9000만세트를 발행했고, 한 세트의 평균가는 3.7위안이다. 매년 평균 7억위안 (1323억원) 가치의 우표자산을 발행하고 있다.
셋째, 발행주체가 정부로서 자산의 공신력이 있다. 이러한 우표가 가지는 세 가지 속성 즉 가치상승, 희소성, 공신력은 투자상품으로서 매력을 충분히 발산했다. 기념 주화도 역시 유사한 상황이었다. 우표거래소는 난징에서 시작됐는데 2011년에 중앙정부 국무원이 발표한 주식형 예술품조각투자의 거래금지조항을 충분히 비켜간 획기적인 문화금융상품이었다.
우표는 발행될 때 수십개가 한 장으로 발행되지만 한 개씩 자를 수 있기 때문에 조각투자라고 볼 수도 있지만, 우표 한 개가 개별 상품거래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중앙정부 우편국 사업에 일조해 중앙정부 재정에도 기여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아주 영리한 대책이었다.
‘위에는 정책이 있고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는 중국의 유행어가 있다. 또한 중국은 인치와 법치가 공존하는 시스템이다.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가 출현하면 초기에 법적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도 묵시적으로 허용한다. 그리고 인민에게 이로움을 주면 법적 근거를 만들고, 해로운 결과가 나오면 퇴출시키는 시스템이다. 선진국의 샌드박스보다 좀 더 융통성 있는 제도라고 볼 수 있다.
2013년 10월 21일, 난징문화거래소 산하 우표·화폐거래센터가 출범하였는데 중국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우표 및 주화 거래 플랫폼이었다. 출범 9개월 만인 2014년 8월 7일, 난징문화재산권거래소는 상장문화상품 시총 10억위안(1890억원), 일거래액 1억위안(189억원)을 초과했다.
필자의 회사인 중국문화예술유한공사도 2015년에 우표, 주화, 옥을 문화상품으로 하는 주식형 거래방식의 한당예술품거래소를 개장했다. 2015년6월30일 중국 최대의 난징문화재산권거래소는 일거래액이 38억위안(7182억원)에 도달했다. 본사가 운영하는 한당예술품거래소는 일거래액이 12억위안(2260억원)을 초과했다.
당시 2631개 회사가 상장돼 있는 전국중소기업 주식거래플랫폼인 신삼판의 일거래량이 7.5억위안(1417억원)이었으니 시장의 반응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짐작할 수 있다.
난징(南京, 남쪽의 수도), 베이징(北京,북쪽의 수도)의 이름에서 보듯이 난징은 역사적으로 저력이 있는 도시다. 남방에 난징문화재산권거래소가 있다면, 북방에는 본사가 운영하는 베이징한당예술품거래소가 쌍벽을 이뤘다.
지방정부에서 인가를 받은 거래소들도 대거 참여하면서 우표화폐거래소는 40여개로 늘어났다. 문화예술품 주식형거래시장은 더욱더 확대됐고 신삼판 일거래액의 10배를 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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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초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다. 우표거래회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과도한 가격의 등락폭으로 피해를 본 거래회원들은 각 정부청사 앞에서 데모를 시작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2017년 2월10일 중국증권감독위원회 덩바위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의 금융자산거래소 1131곳의 감사에 착수하며 6월30일 부처 간 연석회의에서 감사가 통과된 거래소는 정상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불법선물거래, 증권형 투기거래가 의심되는 곳은 300여개로 추정된다며 우표, 전화카드, 귀금속, 원유거래소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증권감독위원회의 감독하에 있는 상하이증권거래소, 선전증권거래소, 전국중소기업주식양도플랫폼(신삼판), 상하이선물거래소, 정저우상품거래소, 다렌상품거래소, 중국금융선물거래소, 상하이금거래소는 6월30일 이후 정상화됐다. 나머지 증권형거래소는 아직도 부처 간 합의를 보지 못했고 거래를 재개하지 못했다.
증권감독위원회 산하가 아닌 거래소들은 상무국, 문화부 등의 관리를 받고 있었고 이러한 거래가 증권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법적으로 판별할 수 없기 때문에 부처 간 합의는 매우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감독위원회의 감독을 받지 않는 거래소들의 거래를 중지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단체행동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래회원들의 단체행동을 야기시킨 문제는 거래의 공정성이다.
향후 한국의 STO 플랫폼을 가동할 때, 공정성을 답보하기 위해 어떻게 관리, 감독할 것인가는 중국의 경우를 볼 때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된다. 문화예술품거래소의 일거래액이 신삼판 거래의 10배가 넘는 상황에서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것이 아닐까라는 의견도 있었다.
최근 미국의 SEC가 리플과 BUSD 토큰 발행사를 증권법 위반으로 고소한 사건이나 한국도 조만간 토큰의 증권성 판단을 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 중국의 당시 상황과 오버랩 된다. 우리는 실물자산의 증권형 거래가 일찍이 성행했던 중국의 선례를 들여다보면 한국의 미래에 펼쳐질 STO 시장에 대한 많은 지침서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에서 증권형 거래에 성공했던 실물자산은 어떠한 상품성을 가지고 있었을까. STO의 실행은 실물자산 및 금융자산의 유동화를 위해서 도입되는 제도로서, 유동화에 성공을 위해서는 그 자산의 상품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중국에서 유동화에 가장 성공한 실물자산의 예와 그 자산의 상품성을 분석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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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에서 보듯이 실물자산의 유동화에 성공하려면 가치 상승과 희소성은 기본적으로 충족돼야 하고 표준화, 신뢰성, 공익성이 뒷받침되면 상품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표와 주화는 정부에서 발행했기 때문에 표준화와 신뢰성까지 내포하고 있어서 거의 완벽한 상품성을 내재하고 있었다. 그래서 신삼판 주식시장을 초월하는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STO 실물자산을 위의 기준으로 평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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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의 많은 증권사와 기업들이 STO 시장의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STO 실물자산을 선택할 때 상품성을 여러가지 측면에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부족한 면이 있다면 어떠한 시스템으로 보강해야 할 것인지 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STO 시장의 유동성 확보는 상품성 못지않게 중요한 포인트다. STO 플랫폼의 운영시스템, 운영 방법 등에 대한 해외 사례의 벤치마킹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3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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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는 올해 2월5일 ‘디지털 자산 인프라 및 규율체계 구축’ 국정과제를 반영해 ‘토큰 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금융위가 올해 1월19일 제6차 금융규제 혁신회의에서 STO 전면 허용 방침을 밝힌 뒤, 후속 가이드라인을 담은 것이다. 금융위는 올해 상반기에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회가 연내에 개정안을 처리하면 이르면 내년부터 STO가 전면 허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