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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민심(民心)을 천심(天心)으로 여겨야 한다는 정치 선배로서의 진심을 담은 충고다. 백성을 바다로, 임금을 배에 비유하는 ‘수능재주 역능복주(水能載舟 亦能覆舟)’라는 표현은 정치권에서 민심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흔히 사용한다.
정 전 의장은 과거 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이 가장 어려웠을 때 비대위원장으로서 구원투수 역할을 맡은 적이 있다는 점에서 그의 말에 새삼스레 무게감이 느껴진다. 민심이라는 바다는 정치인이라는 배를 순풍에 돛단 듯이 거칠 것 없이 띄우기도 한다. 때로는 거친 폭풍우로 돌변해 파멸로 이끌기도 한다. 우리 정치사를 돌이켜보면 국민의 지지로 혜성처럼 등장했던 정치인들이 한둘이 아니다. 햇병아리 정치신인이 대선후보로까지 수직상승하기도 했다. 반대로 어느 날 갑자기 차가워진 민심에 정치무대 전면에서 초라하게 퇴장하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두 전직 대통령은 지난 2007년과 2012년 대선에서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로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화려했던 시절은 얼마 가지 않았다. 두 사람을 대통령으로 밀어 올렸던 거대한 민심의 바다는 순식간에 돌아섰다. 박 전 대통령은 헌법에서 규정된 대통령 5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권좌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 전 대통령 역시 퇴임 이후 5년 만에 영어의 몸이 되고 말았다. 두 사람은 ‘정치보복’이라고 강력 반발했지만 차갑게 식어버린 민심은 회복되지 않았다.
6.13 지방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북미정상회담이라는 메가톤급 이슈와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고공행진의 여파로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초강세가 예상된다. 역대 선거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싹쓸이 압승이라는 표현마저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러나 선거라는 건 늘 그렇듯이 예측불허의 게임이다. 투표함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아무도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없다. “왜곡된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다”, “밑바닥 민심은 다르다”는 선거전망도 쏟아지고 있다.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의 정확한 결과는 오직 신만이 아는 영역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일주일 뒤에는 모든 게 분명해 진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기의 담판이 될 북미정상회담 다음날인 13일 밤에는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 결과가 공개된다. 누군가는 함박웃음을 터뜨리면서 표정관리에 나서야 할 것이다. 또다른 누군가는 참담한 성적표에 고개를 떨군 채 정계은퇴의 상황에 내몰릴 지도 모를 일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모든 것은 민심(民心)이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