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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수렁에 빠진 유통가…1분기 장사 헛했다

송주오 기자I 2018.05.14 06:00:00

대형마트·편의점 등 유통업계 줄줄이 수익성 하락
CJ대한통운, 사상 최고 매출에도 영업익 오히려 11% 감소
유통업, 대규모 인력 고용으로 인건비에 민감한 수익 구조
사상 최대 규모로 오른 최저임금에 발목

CJ대한통운이 올 1분기 사상 최대 매출에도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경영에 부담을 지울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됐다. 주요 유통기업의 올해 1분기 실적을 요약하면 외형은 커지고 이익은 줄었다. 올 들어 최저임금이 16% 이상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 경영 악화 우려가 지표로 드러난 셈이다.

◇매출 증가해도 영업익은 되레 감소

1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올해 1분기 440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적자규모가 240억 원 늘었다. 중국 사업의 손실 영향이 가장 컸다. 중국 시장에서 97% 역신장하면서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다.

국내 사업장의 영업이익 규모도 줄었다. 국내 영업이익은 올해 60억 원으로 작년 대비 25%가량 감소했다. 주요 원인으로 최저임금이 지목됐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등이 60억 원 늘어났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0.7% 늘어난 1조2260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대형마트 1위 이마트(139480)의 사정도 비슷하다. 이마트는 1분기 매출로 4조106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9.7% 증가한 수치다. 반면 영업이익은 8.4% 감소한 1535억 원에 그쳤다. 이마트 역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를 수익 악화의 첫 번째 원인으로 꼽았다.

비용부담이 커진 대형마트 업계는 점포 정리 등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학성점, 부평점, 시지점과 하남, 평택 부지를 매각한 데 이어 지난달 일산 소재 덕이점을 추가로 매각했다. 홈플러스는 연내 동해 김해점과 부천 중동점을 폐점할 계획이다.

1인 가구 증가 수혜를 입은 편의점 업계도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GS25는 매출이 7%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37% 감소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282330)은 영업이익 261억 원으로 시장 기대치 대비 12%를 밑돌았다. BGF리테일은 지난해 11월 BGF와 인적분할 되면서 새로 생긴 법인이다. 양사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담이 가중된 경영주들에게 제공하는 지원기금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은 CJ대한통운(000120)의 실적 잔치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CJ대한통운은 1분기 매출 2조15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25.5% 증가한 수치로, 역대 분기 최고 실적이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1.4% 감소한 453억 원에 그쳤다. 사상 최대 매출에도 CJ대한통운이 웃지 못하는 이유다.

[이데일리 이서윤 기자]
◇최저임금 인상에 경영난 가중…일자리도 없어져

올해 최저 시급은 7530원으로 전년대비 16.4% 인상됐다. 2001년(16.8%) 이후 역대 최고 인상률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경영부담을 우려했다. 실제 지난 1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서 경영주들은 경영 애로사항 1순위로 인건비 상승을 꼽았다.

특히 유통업계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의 특성상 인건비 부담을 더욱 크게 느끼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 중 서비스업(78.5%)이 제조업(70.2%) 보다 높게 나타났다.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유통업의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 3월 대형몰, 슈퍼마켓 등이 포함된 도·소매업 취업자 수가 1년 전에 비해 9만6000명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업종에 비해 유통업은 대규모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건비 비중이 상당하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비용이 급증하면서 수익성 감소로 이어졌다.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를 현실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인력 채용 규모가 큰 유통업체의 수익성을 악화시켰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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