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특별법에 ‘주 52시간 예외’ 담는다

김은비 기자I 2024.11.07 05:00:00

與, "반도체 경쟁력 강화 위해…정부와 협의 중"
문제는 대상과 규제 범위
현장선 소득 요건 반대…노동계선 건강보호 조치 등
정부, "구체적 대상은 시행령 위임해야"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국민의힘이 반도체업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도체 특별법에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고연봉 관리·전문직 근로시간 규제 적용 제외) 조항을 담는다. 다만 노동계 등의 반발을 고려해 6개월 혹은 연 단위로 전체 근로시간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또 적용 직군 및 소득 범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는 만큼 법안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6일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주 52시간 근무적용 예외 조항도 반도체특별법에 포함될 예정”이라며 “정부와 현재 최종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미국과 일본 등에서 시행 중인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으로, 산업계의 오랜 숙원이다. 미국은 고위관리직·행정직·전문직·컴퓨터직·영업직에 해당하면서 주 684달러 이상을 버는 근로자, 연 10만7432달러(약 1억5000만원) 이상의 고소득 근로자를 근로시간 규제에서 예외로 하고 있다.

일본도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를 통해 금융상품 개발·자산 운용·유가증권시장 분석·컨설팅·연구개발(R&D) 등 다섯 가지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중 근로소득이 연 1075만엔(약 9700만원) 이상이면 근로시간 및 초과근로수당 등의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 현장선 소득 요건 반대…노동계선 건강보호 조치 주장

문제는 대상과 규제 범위다. 현재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반도체 특별법 법안에는 적용대상을 반도체산업 종사자 중 신상품·신기술의 연구개발 업무에 종사하거나 △관리자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사무종사자 중에서 근로소득 상위 5%가 넘는 사람에 대해서는 주 52시간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소득 기준을 적용할 경우 법의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상위 5%면 대기업 부장급 정도”라며 “반도체 연구개발·생산 등 주요 업무에 대해 일이 몰리는 시기에 탄력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건데 일부 인력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노동계에서는 근무 시간 예외를 허용하면 주 52시간제 자체가 후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주52시간 근무제는 노동자의 건강과 삶의 균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라며 반발했다.

또 일본처럼 근로자의 건강보호 조치 등에 대해서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에서는 근로시간 간격을 최소 11시간 이상 확보, 휴일 규정 등 근로자 보호·최저기준·강행법규에 대한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 “구체적 대상은 시행령 위임…6개월·연 단위 적용도 검토”

정부에서는 이견이 큰 만큼 법을 도입하더라도 해당 조항을 임의규정으로 넣고, 구체적인 대상에 대해서도 시행령에 위임을 하자는 입장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법률에서 범위를 일률적으로 정하면 오히려 현장의 실태를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법 조문에서는 핵심적인 사항만 정하고 시행령에 구체적인 사항을 정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반면 야당에서는 52시간제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야당 관계자는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요성부터 어떤 분야에 대해서 어느정도로 적용을 할지 현황파악부터 공청회를 거쳐 촘촘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도입을 하더라도 적용 대상에 대한 칸막이를 법률을 통해 제대로 쳐야 한다”고 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탄력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전체적인 근로시간이 늘지 않는 범위 내에서 6개월이나 연 단위로 평균을 내서 적용을 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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