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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만 바라보던 농사 끝…배추·양파·마늘값도 잡아주는 `빅데이터 시대`

이지현 기자I 2019.02.15 06:09:00

[빅데이터로 똑똑해지는 행정]③도입되는 신규사업
일부 농작물 생산 예측 가능 날씨 영향 줄일 수 있어
체불임금 사업장 ‘꼼짝마’ 3년간 1461억원 체불 감소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농산물 예측 구조도


[이데일리 이지현 김보경 기자] 전통적으로 농사는 하늘에 달린 일이었다. 가뭄이나 홍수로 수확량이 줄면 배추나 양파, 마늘 등이 파동으로 이어져 밥상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 하늘의 일을 예측해 대응하는데 빅데이터가 활용된다.

◇기후·농작물 빅데이터 분석으로 농업정책 대응

기상청과 농촌진흥청은 농작물에 영향을 미치는 기상요인을 분석, 이상기후에 따른 농작물의 생육 상태 등을 하루 단위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강원도 고랭지 배추생산지에 일주일 후 냉해 전망을 입력하면 손실을 예측할 수 있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가격도 조정할 수 있다. 냉해로 배추 품귀현상이 발생해 포기당 가격이 1만원까지 치솟을 때 수입량을 늘려 가격을 조절하는 식이다. 분석 모델의 정확성이 높아지면 날씨가 밥상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농진청은 올해부터 고랭지 여름배추 주산지인 강원도 영월군 매봉산과 강릉시 안반데기, 마늘 주산지인 전남 무안군 농민들이 직접 활용하도록 시범 적용한다. 서형호 농진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장은 “네이버 지도같은 시스템을 만들어 농업인이 자신의 땅을 지정하면 기상상황이나 배추 생산량을 알 수 있게 만든 것”이라며 “이 시스템을 고랭지 지역 농업인에게 우선 보여줘 활용 가능성을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터는 족집게 근로 감독에도 활용된다. 고용부는 사업장 자료와 근로자의 신고사건 자료를 바탕으로 근로 감독 우선 사업장을 분석했다. 여기에 근로복지공단의 고용·산재 사업장 정보, 건강보험공단 보험료 체납 내역 등의 총괄 분석도 담겼다. 지방노동청에서는 신고 전에 상습체납 사업주를 찾아낼 수 있게 됐다.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근로감독관 1명당 100개 이상의 사업장을 관리감독하다보니 형편없이 낮았던 적발률은 스마트감독 도입 이후 1차 검증 기준 약 18~40% 향상됐다. 고용부는 이같은 스마트 감독시스템을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 적발률을 8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3년간 1461억원의 임금체불 감소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관광산업에도 적용…복지정책에도 적극활용

빅데이터는 관광산업에도 적용 중이다. 대표적인 곳이 전주 한옥마을이다. 행정자치부는 전주시와 함께 SK텔레콤 통신데이터와 현대카드 매출데이터를 사용해 전주시와 전주한옥마을 관광객 특성 및 주요 유입지, 한옥마을 유입인구당 매출효과 등을 분석했다. SNS·블로그 등 키워드 분석, 날씨 등도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연간 전주한옥마을 방문객은 1000만명이었고 5월과 10월에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규모는 연간 1150억원이었다. 전주시는 관광객 동선을 예측함으로써 한옥마을에 집중된 주차, 숙박, 쓰레기 난도 해결하고 연계관광지까지 개발해 일석이조 효과를 볼 수 있게 됐다.

남양주시와 국민연금공단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사회취약계층을 발굴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서로 다른 데이터를 생활지역 단위의 집계 정보로 합산·변환해 도출된 수치를 이용, 우선 지원해야 할 취약계층을 선정했다. 또 이들의 실직현황과 실직기간, 세대특성 등 현황을 파악함과 동시에 알맞은 직업훈련계획 수립, 취업 알선 기회를 제공했다. 생활비를 지원하는 것보다 직업을 갖고 자립하는 편이 더 큰 사회적 효과를 내기 때문. 그 결과 6개월 동안 약 100명이 신규취업에 성공했다. 공단 관계자는 “연간 총 18억원의 가계경제·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연금 가입과 연계해 국민연금 사각지 대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국민건강을 돌보고 있다. 누구나 `건강인` 홈페이지에 접속해 마이헬스뱅크 서비스를 클릭하면 지난 10년간의 국가건강검진 결과와 1년간의 진료·처방 약물 내역을 볼 수 있다. 흡연과 식습관, 운동습관 등 나만의 건강기록 확인과 이를 기초로 한 건강상태 진단도 가능하다. 건보공단은 이를 발전시켜 날씨와 환경 상태를 결합한 빅데이터 플랫폼도 구상 중이다. 기온이 뚝 떨어질 때 위험군에 속하는 뇌졸증 환자들에게 상태가 악화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서비스다. 하지만 시범사업 실시 이후 진전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개인별 서비스를 확대하려면 체계적인 사후관리가 필요해 다각적으로 시도하며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빅데이터 플랫폼 `혜안` 가입 공무도 10만 넘어

아울러 올해부터 탈세 추적에도 빅데이터가 활용된다. 국세청은 이르면 올 4월 중으로 빅데이터센터를 출범한다. 납세정보와 세무조사 결과 간의 상관관계를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해 탈세가 자주 발생하는 기업의 특징들을 파악할 계획이다. 최근 증가하는 QR코드 간편결제, 블로그·SNS 등 전자적 상거래에서의 세금 탈루 유형도 빅데이터로 분석하고 AI를 활용한 탈세 위험 예측모델을 만들어 체계적 세원 확충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과거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던 행정서비스가 빅데이터에 기반한 스마트 행정으로 바뀌고 있다. 정부는 작년부터 데이터 경제로의 전환을 강조하며 정책 드라이브를 걸면서 각 부처에서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다양한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을 찾아 강조한 스마트시티도 교통·주거·치안·보건 등 생활 각 분야에서 축적된 빅데이터를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에 결합한 형태다.

범정부 빅데이터 공통기반 플랫폼인 `혜안(慧眼)`에 가입한 공무원도 지난해 10만명을 넘었다. 중앙부처·지자체의 일반직 공무원이 약 35만명임을 고려하면 빅데이터를 통해 국민들의 숨은 수요를 찾아 행정서비스를 발굴하는 것이 일반화됐다고 볼 수 있다. 서보람 행안부 공공데이터정책과장은 “행정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어떤 결정을 할 때 지금까지는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됐다”며 “앞으로는 모든 행정체계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바뀔 것이다. 행정 전반에 전면적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데이터 경제 활성화 의지는 예산 투입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올해 전년보다 4배 이상 증액한 1787억원을 투입한다.데이터플랫폼과 센터를 구축하는데 743억원이 배정됐다. 데이터를 생산·구축하는 ‘빅데이터 센터’ 100곳을 개소하는 데 459억원을 지원하고 금융, 환경 등 분야별 데이터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는 27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데이터 소유 기업에 판로를 열어주면서 데이터 구매·활용·가공이 필요한 중소기업과 벤처에는 구매와 가공비용을 지원하는 데이터바우처 사업에도 600억원이 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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