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날이었던 지난 9일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로 일정을 시작한 김 대표는 최고위원회의를 열며 당이 비상대책위원회의 비상 체제가 아닌 정상 체제로 복귀됐음을 알렸습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예방한 데 이어 선출된 지 닷새 만에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만찬도 했습니다.
정부와의 소통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예방했고 민·당·정 협의회에도 자리해 현안도 챙겼습니다. 19일 열리는 고위 당정 협의회에도 참석할 예정입니다.
김 대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해 여야 협치를 강조했습니다. 당 내부도 다독였습니다.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놓고 다퉜던 안철수 의원과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를 잇따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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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에서 공천권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무총장엔 이철규 의원이 임명됐고 그 산하 부총장은 박성민(전략기획)·배현진(조직) 의원이 맡습니다. 이들 모두 당내 최내 규모로 친윤계가 주축이 된 공부모임인 ‘국민공감’ 간사단이거나 소속돼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지명직 최고위원인 강대식 의원이나 강민국·유상범 수석대변인도 그렇습니다. 이들의 지역구는 영남이나 서울 강남 등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 대다수입니다.
전당대회 예비경선에서 당대표 후보였던 윤상현 의원은 지난 16일 KBS 라디오에서 “(김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주장하던) ‘연포탕’(연대·포용·탕평)으로 보기엔 아쉬운 점이 많다”며 “당정일체, 계속 친윤계 지도부 일색 아닌가, 당직 인선도 혼연일체를 택한 것 아닌가”라고 평가했습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CBS 라디오에서 “흔히 얘기하는 친윤 그룹, 이렇게 일반 국민이 판단할 수밖에 없는 당직을 구성했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당내에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총선을 위한 지도부일 순 있어도 총선 승리를 위한 지도부는 아니다”라는 얘깁니다. 친윤과 영남 중심으로 구성된 지도부가 정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도권 민심을 잡으려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판단에섭니다.
만나는 인사도 친윤계와 크게 거리가 멀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전당대회 판도를 흔들었던 당권 주자였던 천하람 변호사와는 만남 일정을 잡지 못했습니다. 천 변호사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가) 만나자고 했지만 지도부가 선거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보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고 말씀 드렸다”고 말했습니다. 최고위원들이 전당대회 이튿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제히 개혁 보수를 자처한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격한 발언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래도 김 대표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적잖습니다. 정권이 바뀌기 전 여대야소 국면에서도 원내대표로서 협상력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지금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이 맡는 것도, 언론중재법을 무산시킨 것도 김 대표가 자부하는 업적입니다. 국회의원 4선·울산시장 등 정치·행정 경력도 탄탄합니다. ‘약속하면 지킨다’는 김 대표가 공언했던 연포탕을 보여줄 때가 곧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