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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함께 있지만…" 코로나19로 더 외로운 엄마들

장영은 기자I 2022.01.31 10:59:40

중년 여성들 "덜 고립되지만 더 외롭다"
대면관계 줄고 SNS로만 소통하면서 고립감도↑
"SNS 줄이고 산책 등 간단한 루틴 함께해라"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원격근무와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성인들이 증가했다는 설문조사 미국에서 결과가 나왔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중년 여성들은 ‘함께 있어도 더 외로운’ 깊은 고립감을 느꼈다.

코로나19 이후 일, 가정 양립으로 지친 중년 여성들은 사회적인 교류마저 끊기면서 깊은 외로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 AFP)


◇집안에 갇히는 엄마들…“숨을 쉬기 위해 싸우는 것 같다”

‘외로움의 뿌리 프로젝트’(the Roots of Loneliness Project)가 1043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팬데믹(대융행) 기간 외로움을 느끼는 이들이 팬데믹 전에 비해 2배 가까이(181%) 증가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외로움을 느낀다고 대답한 비율은 남성이 55%, 여성이 60.6%였는데, 이는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남성은 약 1.5배, 여성은 3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사는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혼자 사는 세대들만큼 외로웠고, 아이들과 함께 사는 다른 세대들보다도 외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당 설문결과와 관련된 칼럼을 최근 2주에 걸쳐 게재했다. 코로나19로 ‘더 외로워진 엄마’들을 소개한 데 이어 이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외로움을 극복하는 법’에 대해 소개하면서다.

WSJ는 “중년은 바쁜 시기이지만 그것도 외로운 것이다. 일과 가정의 요구는 특히 여성에게 우정을 키울 시간을 거의 남겨 두지 않는다”고 짚었다. 일, 가정 양립으로 시간에 쫓기는 중년 여성들은 코로나19로 집에 ‘갇히게’ 되면서 타인과 교류할 시간마저 줄었고, 이에 따라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게 됐다는 이야기다.

특히 외로움의 뿌리 프로젝트에서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외로움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계층은 X세대(1965~1980년생)의 엄마들이었다고 WSJ는 전했다.

설문에 참여한 한 여성은 “나는 점점 스스로 고립되는 느낌이 든다. 내가 돌봐줘야 할 가족들을 보면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없다. 이 고립감은 마치 숨을 쉬기 위해 싸우는 것과 같다”고 토로했다. 데브 파브리치오(55)는 WSJ에 “내가 (친구들의 집단에서) 제외될 것 같다는 두려움이 들었다”고 전했다. 파브리치오는 갓 태어난 손녀를 위해 스스로 외부 활동을 삼가거나 친구들의 연락을 받지 않았고, 이제 친구들은 더이상 그에게 연락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시대에서 고립감과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지인들과 산책 등의 간단한 야외활동을 하거나 화상통화와 음성 메시지를 주고 받아 볼 것을 제안했다. (사진= AFP)


◇SNS가 외로움을 표면화…산책·쇼핑 함께 하는 것도 방법

2명의 대학생 자녀를 둔 앤디 마틴(52)은 대부분의 시간을 84세의 노모를 돌보거나 진료 예약을 하는 데 보낸다. 마틴은 코로나19 락다운(봉쇄조치) 기간 동안 SNS를 통해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와 친척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지만 이러한 연결이 피상적이라고 느꼈다. “나는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게 돼서 좋았지만, 그것이 나의 외로움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라고 그는 말했다.

실제로 미국 은퇴자협회재단(AARP)이 45세 이상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SNS 사용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오히려 더 외로움을 더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폐쇄 당시 이탈리아에서 실시한 연구에서도 SNS가 사회적 상호작용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발견했다.

전문가들은 소셜 미디어가 일정 부분 다른 이와의 소통을 이어줬지만 오히려 이것이 외로움의 감정을 표면화시켰다고 강조했다.

WSJ는 “가정과 직장의 일을 함께 하는 것에 지쳐 있는 여성들에게 SNS는 가장 쉽게 감정을 분출하고 연결을 추구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면서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에 접속하는 것은 결핍과 외로움의 감정을 표면화시켰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SNS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서로 연결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지만 코로나19 시대에서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작은 일이라도 함께 하고 약간의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WSJ는 제언했다.

방역수칙을 지키는 선에서 같은 시간에 반려동물 산책을 함께 한다거나, 친구와 ‘심부름 데이트’ 혹은 ‘쇼핑 데이트’를 시도하는 것도 방법이다. 직접 만나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면 화상 통화를 하거나 음성 메시지를 보내 1대 1 소통을 해보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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