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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정은 협상 직전 급격히 틀어진 양측 분위기를 반영한다. 전날까지만 해도 백악관은 이란 측이 대면 협상에 나설 가능성을 언급하며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를 파키스탄으로 보내겠다고 밝혔지만, 이란 고위 인사들이 이를 사실상 부인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이란 외무부는 전날 “자국 대표단의 파키스탄 방문이 양자 협의를 위한 것이었을 뿐 미국과 회담할 계획은 없었다”며 선을 그었고, 실제로 이란 대표단은 미국 측과 접촉하지 않은 채 파키스탄 정부 및 군부와 협의만 진행한 뒤 오만과 러시아로 이동했다.
이 과정은 양측의 협상 접근법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드러낸다. 미국은 고위급 직접 협상을 통해 빠른 합의를 도출하려 했지만, 이란은 중재국을 통한 간접 접촉과 조건 조율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협상의 형식과 경로 자체가 어긋나면서 회담은 성사 단계까지 가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사 파견 취소 직후 이란으로부터 새로운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많은 것을 제시했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 “15~16시간 비행을 해서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과 만날 필요는 없다”고 말해 협상 상대와 방식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이번 협상 결렬은 전쟁 장기화 흐름 속에서 나타난 결과로도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시작하며 단기간 내 종전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전쟁은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유가가 출렁이는 등 경제적 부담이 커지며 정치적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핵심 쟁점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확보를 차단하기 위해 고농축 우라늄 반출과 농축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란은 핵 프로그램 유지가 핵심 이익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갈등이 협상 교착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미국은 이란 항구를 봉쇄하고 있고, 이란은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며 맞서고 있다. 양측 모두 선박 나포에 나서는 등 긴장이 고조된 상태다. 미국과 이란의 이 같은 ‘쌍방 봉쇄’는 협상 재개의 핵심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파키스탄 주재 미국·유엔 대사를 지낸 마수드 칸은 “두 봉쇄가 해소되지 않는 한 2차 협상은 시작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양측이 협상 재개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있다. 이란은 파키스탄을 통해 ‘전쟁 종식을 위한 틀’을 제시했고, 러시아의 안전보장 제공이나 호르무즈 해협 공동 관리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미국이 이를 수용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처럼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지는 크게 세 갈래로 압축되고 있다. 군사적 압박을 강화해 협상력을 높이는 방안, 일정 수준의 타협을 통해 조기 합의를 도출하는 방안, 또는 현재의 봉쇄와 휴전 상태를 유지하며 장기 압박에 나서는 방식이다.
강경 노선은 단기간 내 협상력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전면 충돌로 확산될 위험이 따른다. 특히 해상 충돌이나 비대칭 대응이 격화될 경우 상황이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타협 노선은 전쟁 장기화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 선택지로 거론되지만, 핵 문제를 둘러싼 근본적 입장 차이를 감안할 때 제한적인 합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장기 압박 전략은 군사적 충돌을 확대하지 않으면서 협상 지렛대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옵션으로 평가되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협상 환경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유지 여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밝혀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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