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미국 로비자금 정보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 북미법인 등을 포함한 삼성그룹은 올해 상반기 미국 대관 자금으로 354만달러(약 48억원)를 지출했다. 지난해 상반기(322만달러) 대비 9.9%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역대 가장 많았다. 미국에서 고용한 로비스트는 58명으로 1년 전보다 9명 줄었지만 로비 액수 자체는 크게 늘렸다.
삼성의 대미 로비 규모는 인텔(362만달러)을 제외하면 반도체업계에서 가장 큰 수준이다. 엔비디아(320만달러), 마이크론(118만달러), 브로드컴(115만달러), 텍사스인스트루먼츠(68만2000달러) 등 직간접적으로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미국 회사들 역시 상대적으로 적게 썼다. TSMC의 1분기 로비 액수도 163만달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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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000660)를 통해 반도체 사업을 하는 SK그룹도 상반기 254만달러를 집행했다. 지난해 상반기(227만달러)와 비교해 11.9% 늘었다. SK그룹은 올해 초 북미 대관 컨트롤타워인 ‘SK아메리카스’를 신설했다.
재계 한 인사는 “미국 행정부가 적극적인 산업정책, 특히 반도체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로비 액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한국 업체들이 중국에 생산 공장이 있기 때문에 미국 정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상반기 123만달러를 지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08만달러) 대비 13.9% 증가했다. 현대차(005380)는 조지아주에 위치한 전기차 전용공장의 준공을 앞두고 있다. LG전자(066570), 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을 포함한 LG그룹은 상반기 43만달러를 집행했다. 1년 전 31만달러보다 38.7% 늘었다. 한국무역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 역시 경제 협력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재계의 워싱턴 대관 확대 움직임은 국내 경비 감축 행보와는 다른 것이다. 그만큼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정부와 의회를 직접 상대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특히 미중 반도체 전쟁이 심화할수록 한국 정부의 외교력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들만 홀로 뛰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워싱턴에서 기업들을 적극 도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