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리영희, 특정 이념떠나 우리 사회의 왜곡된 문제 풀고자 했다"

김은비 기자I 2020.10.28 06:00:00

故 리영희 타계 10주년 평전·선집 출간
"리영희 선생의 인간적 모습 담아"
"수십년 지났지만 여전히 강한 울림있어"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여전히 한쪽에서는 리영희 선생님을 ‘사상의 은사’라 추앙하고 다른 쪽에서는 ‘의식화의 원흉’이라고 비판한다. 실제 바라본 리영희 선생은 어떤 이념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닌 우리 사회의 왜곡된 문제를 풀고자 했다.”

최근 고(故) 리영희(1929~2010) 평전 ‘진실에 복무하다’를 쓴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이렇게 그를 회고했다. 언론인이자 사회운동가였던 리영희는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큰 공헌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독재 정권 시절 정권의 논점을 반박했고 1970년대에는 특파원을 하며 세계로의 문을 열었다. 1974년 저서 ‘전환시대의 논리’는 당시 많은 젊은이들의 필독서로 꼽혔다.

리영희 재단은 올해 리영희 타계 10주년을 맞아 그의 평전 ‘진실에 복무하다’와 선집 ‘생각하고 저항하는 이를 위하여’(이상 창비)를 동시 출간했다. 권 대표와 ‘생각하고 저항하는 이를 위하여’를 엮은 백영서 리영희재단 이사장·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27일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각각 현 시대에 리영희의 의미를 되새겼다.

권 대표는 한겨레신문에서 리영희와 함께 일했다. 그는 고인의 일생과 작업을 당시의 기억과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담아냈다. 여러차례의 구속과 해직, 연행을 당하면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리영희의 분투를 담았다. 권 대표는 “선생님은 벌거벗은 임금과 소년의 이야기에서 소년의 역할로 평생을 살아간 분”이라며 “모두가 볼 수 있거나 조금만 찾아보면 알 수 있는 것을 아무도 제대로 말하지 않을 때 그 역할을 했다”고 소개했다.

권 대표는 평전을 통해 이념적으로 소비되는 리영희의 인간적 체취를 드러내고자 했다. 그는 “백낙청 선생은 생전 리영희 선생님은 천진난만한 분이라고 얘기했다”며 “실제 내가 본 모습도 그랬다”고 떠올렸다. 또 “선생님과 30년 격차가 나는데 굉장히 격의 없이 대하고 인간 대 인간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그런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최 교수도 “선생님은 실제로 굉장히 소탈하고 붕어빵을 즐겼던 사람으로 기억한다”며 웃었다.

‘생각하고 저항하는 이를 위하여’를 엮은 백 이사장은 “리경희 선생의 글은 수십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강한 울림과 현재성이 있다”고 출간 이유를 밝혔다. 최 대표도 “선생님이 처음 타계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걱정이 앞섰다”며 “한반도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며 울림 있게 우리를 설득할 수 있는 글을 쓸 사람이 없다는 우려였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책이 과거를 떠올리고 새로운 생각을 다잡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책은 리영희 선생이 생전 출간한 저서와 번역서 등 총 20여권에 담긴 350편의 글 중에서 22편의 대표작을 엄선했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사건이나 동시대에 큰 반향을 일으킨 글들을 위주로 엮었다. 또 리영희를 직접 접할 기회가 없었던 청년 세대가 새로 읽고 공감할 만한 내용인지도 확인했다. 백 이사장은 “제일 염려했던 게 리영희 선생을 또 다른 우상으로 만들거나 신화화하는 것”이었다며 “리영희 선생이 역사 속으로 걸어들어 갔으니까 역사를 다시 만드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라고 부연했다.

고(故)리영희 타계 10주년을 기념해 리영희 평전 ‘진실에 복무하다’의 저자 백영서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와 ‘생각하고 저항하는 이를 위하여’를 엮은 리영희재단 이사장·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27일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빌딩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를 갖고 각각 현 시대에 리영희의 의미를 되새겼다.(사진=창비)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