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만 내는 대학 등록금 반환 조치..."이게 최선입니까?"

신현지 기자I 2020.08.14 00:05:20

대학측 성적장학금 폐지·축소로 재원 마련
최대 20만원선될 듯...학생들 "학생들과 대화 없이 보여주기식 환급" 불과
“ㅇㅇ대는 소통하라”.., 온·오프라인 통해 대학 비난 수위 높여

2020학년도 1학기 등록금 반환을 두고 대학과 학생들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교육권 손실을 주장하며 등록금 반환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등록금 반환 결정을 한 대학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난달 1일 전국대학생네트워크는 대학생 소송인단 3500여명과 함께 전국 42개 대학에 등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등록금 갈등이 소송으로까지 번지자 정부는 대학에 긴급예산 1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돈을 받는 주체인 대학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문제는 여전하다.

환급액 최대 20만원 수준... 학생 "타학교 눈치 보는 생색내기 불과"

부산대, 인천대, 전북대, 충북대 등 국립대들은 1학기 등록금의 10%를 반환하기로 했다. 올해 국·공립대 1학기 평균 등록금이 209만원임을 고려하면 학생 한 명당 약 20만원을 돌려받는 셈이다.

반면 사립대의 등록금 반환액은 국립대보다 적은 10만~20만원 선에 그치고 있다.

지난달 31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조사 결과 특별장학금을 지급한 18곳 중 12개 대학은 10만원대 혹은 그 이하였다.

현재까지 계속해서 등록금 반환을 진행하는 대학들이 나오고 있지만 사립대 중 등록금 실 납부금액의 10% 이상을 돌려주는 대학은 동의·경남·단국·명지·대구·전주대(10%), 조선대(11.5%) 등 소수에 불과했다.

중앙대에 재학중인 김모씨(24·여)는 “다른학교들이 지급하니까 우리학교도 주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돌려주는 금액이 등록금의 6%에 불과하다. 학교가 생색내기 위한 조치를 하는 것으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성적장학금 폐지하고 모두에게 특별장학금?

등록금 반환에 대한 요구가 지속되자 일부 대학에서는 등록금 반환을 진행했다. 하지만 그 재원이 학교의 예산이 아닌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경비라는 게 문제다.

일부 대학들이 성적장학금을 폐지·축소하면서 확보한 재원을 특별장학금이나 학업장려금 명목으로 반환을 진행했거나 예정하고 있는 것. 청주대와 남서울대를 비롯해 △세종대 △한국외대 △삼육대 △서경대 등에서 이같은 제도를 시행중이다.

세종대에 다니는 김모씨(23·남)는 “장학금을 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서 공부했지만 의미가 없다”며 “성적을 아무리 잘 받아도 장학금을 받을 수 없으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서경대에 재학생인 정모씨(23·여)도 “학교측에서 장학금 관련 문제를 일방적인 통보로 알렸다는 게 학생 입장에서는 많이 화가 난다”며 “에브리타임과 같은 대학교 익명 커뮤니티에서도 등록금 반환 문제가 예민하게 다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육대는 소통하라’라는 총공을 주도했던 삼육대 20학번 김모씨(20·남)는 “학교측이 지급키로 한 코로나19 장학금(30만원, 생활비성 장학금 10만원+등록금성 장학금 20만원)의 재원은 성적장학금으로 지급해야 할 돈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육대는 앞선 지난 6월 올해 2학기에 학업우수장학금과 성적향상장학금 등 학생들의 성적에 따라 지급하는 장학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성적관련 장학금 재원을 코로나19장학금으로 사용키로 한 것.

대학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 속 절대평가를 진행해 성적장학금 수혜자 선정의 엄정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남서울대 관계자는 “성적장학금은 상대평가일 경우 유의미하지만 1학기는 절대평가를 실시해 A학점의 비율이 52%나 된다”며 "학생 간 변별력이 없어 한시적으로 성적장학금을 폐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주대 관계자는 "패논패(패스 또는 논패스, 학점이 아닌 이수 또는 과락으로만 결정하는 방법) 과목도 있어서 변별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성적장학금의 20%를 축소하고 코로나 장학금으로 1학기 수업료의 약 7.1%를 지급한다"고 전했다.

한 포털 사이트에 ‘소통하라’라는 문구를 써 넣으니 자동완성 기능에 대학교의 이름들이 나열되어 있다.(사진=네이버 캡처)


묵묵부답 대학에 실검 총공까지…비대면 시위 이어져

학생들과 소통하지 않는 대학에서 학생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집단 항의도 이어지고 있다. 총학생회 측의 공동성명서와 별도로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기능을 활용한 '실검총공'이 대표적이다.

실검 총공은 알리고 싶은 특정 문구를 포털 검색란에 동시다발적으로 입력해 검색어 순위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남서울대 학생들은 지난 7일과 9일 ‘남서울대는 소통하라’는 문장으로 실검 총공을 진행했다. 특별장학금 재원을 성적장학금 폐지가 아닌 취소된 각종 행사 및 운영비에서 조달하라는 요구였다.

숭실대도 성적장학금 폐지 후 등록금 반환 예정이었다. 이에 숭실대 60대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는 “보상이 누군가에게 지급했어야 할 성적장학금 재원을 활용하는 것이라면 보상이 아닌 2차 피해를 입히는 행위”라며 “등록금 반환을 위해 성적장학금 폐지 여부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학생들 사이에 분란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의견을 학교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숭실대 학생들은 5일 릴레이 피켓 시위를 하고 6일 낮 12시 실시간 검색어 총공을 벌였다. ‘숭실대는 소통하라’는 키워드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숭실대학교 학생들이 등록금 반환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총학생회장 오종운, 부총학생회장 봉진숙 (사진=숭실대 총학생회장 제공)


상명·숭실 등 일부대학, 성적장학금 제도 유지

이러한 학생들의 반발해 숭실대, 상명대 등은 성적장학금을 유지하며 특별장학금도 함께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상명대 재학생들은 성적 장학금을 활용한 등록금 환불은 ‘꼼수’라며 지난달 24일 실검총공을 펼쳤다. 상명대도 9차례 이뤄진 학생대표 간담회를 통해 성적장학금은 유지하면서 수업료 실납부금의 약 7.9%를 특별장학금으로 지급키로 했다.

릴레이 피켓 시위와 실시간 검색어 총공 등 학생들의 반발에 숭실대는 코로나19 특별장학금을 일환으로 등록금 실 납부금액의 4.65%를 2학기 등록금 사전감면 방식으로 반환키로 결정했다. 성적장학금과 성적향상장학금도 과거 기준대로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숭실대 관계자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성적장학금을 폐지하지 않고 등록금 일부 반환을 시행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숭실대 학생들은 학교의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오종운(25·남) 숭실대 총학생회장은 “(학교측이)성적장학금을 유지키로 하면서 등록금 보상 비율이 하향 조정되면서 실질적인 혜택이 줄어들게 됐다"며 "이는 올해 1학기 교육권 손실을 고려하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사용하지 않은 실험실습비 일괄삭감을 위해서도 학생들과 논의해 추가적으로 등록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스냅타임 신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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