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공수처 출범 초읽기…정치적 독립·인권침해 우려 과제

조용석 기자I 2017.11.12 10:04:11

후퇴한 법무부 법안 비판…“수사범위 지나치게 제한”
‘非법조인 공수처장 뽑고 독자 예산편성권 주자’ 제안도
공수처 반대 측도 ‘독립성’ 무게…“제대로 힘 실어야”
“인권침해 우려 더 커질 것” 檢 출신 변호사 반대 입장

11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5개 학회(한국형사법·한국비교형사법·한국형사정책·한국피해자·한국형사소송) 연합 세미나에서는 ‘검찰개혁방안과 공수처의 신설여부’를 주제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사진 = 조용석 기자)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출범이 가시권에 들어온 가운데 학계에서는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특히 최초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개혁위)가 내놓은 공수처 법안에서 상당 부분 후퇴한 법무부 법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반면 공수처의 헌법적 근거 부족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 후퇴한 법무부 법안 지적…“수사범위 지나치게 제한”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5개 학회(한국형사법·한국비교형사법·한국형사정책·한국피해자·한국형사소송) 연합 세미나에서는 ‘검찰개혁방안과 공수처의 신설여부’를 주제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날 세미나는 전국 형사법 관련 교수 및 법조인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윤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법무부 안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15일 최초 개혁위 권고안과 비교해 권한 및 규모에서 상당부분 후퇴한 공수처 법안을 발표했다.

이 교수는 “법무부 안은 수사대상 고위공직자와 범죄의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공수처의 고위공직자범죄 등에 대한 이첩 요구권을 실질화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제거했다”며 “공수처가 검찰에 대한 견제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무부 안은 공수처의 조직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규정하고 예산에 있어서 공수처를 ‘중앙관서’로 보도록 했다”며 “공수처에 대한 대통령의 영향력을 제한하려고 한 개혁위 권고안에서 대폭 수정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법무부 법안이 공수처 검사 임기를 3년, 3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게 한 부분도 지적했다. 최대 12년까지 밖에 근무할 수 있다면 우수자원을 선발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앞서 개혁위는 공수처 검사는 6년 임기(정년 63세)로 연임제한 없이 뽑아야 한다고 법무부에 권고했다.

◇ 독자 예산편성권 부여해야…공수처장 ‘非법조인’ 제안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최영승 한양대 로스쿨 겸임교수 역시 공수처의 ‘독립성’에 방점을 찍었다. 최 교수는 공수처의 조직운영과 관련된 내용을 대통령령이 아닌 감사원처럼 별도 규칙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시절 국가인권위 조직이 20% 가량 축소된 것도 조직 및 운영을 대통령령으로 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공수처는 국회·대법원·헌법재판소처럼 독자적 예산편성권을 가져야 한다”며 “공수처의 경우 여야 정치권의 이해득실에 따라 위상이 좌우될 소지가 있어 예산·회계 상으로도 독립기구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가재정법상 국립기구가 되면 예산조정이 필요할 경우 해당 기관장과 미리 협의해야 한다.

그는 공수처장의 자격을 ‘법조인’으로 한정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공수처장 후보자를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로 제한하면 법조기득세력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최 교수는 “공수처장은 법적 지식보다 어떤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 사람인지가 더 중요하다”며 “법률적인 부분은 공수처 차장이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최 교수는 개혁위권고안, 노회찬·양승조 의원의 공수처 법안처럼 검사가 검찰 퇴직 후 바로 공수처 검사가 될 수 있게 허용할 경우 ‘검찰견제’라는 목적이 퇴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공수처장 추천위는 법무장관 또는 법원행정처장 등 법조계 관계자가 전혀 없이 외부인사로만 꾸려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 9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공수처 설치촉구 공동행동’ 발족 기자회견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정기국회에서 공수처 법안 우선적 심의·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공수처 반대 측도 ‘독립성’ 무게…“인권침해 더 우려” 주장도

공수처 설치에 반대 입장에 선 학자들 역시 공수처의 성패는 ‘독립성’에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정웅석 서경대 법대 교수는 “검찰조직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켜주지 못한 정치권력이 공수처라는 새로운 독립된 조직을 만든다고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이 보장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너무 천진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공수처의 성패는 정치적 독립성을 지키면서 부패범죄를 전담할 수 있는 기구로 기능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는데 이는 최종적으로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공수처 인사에 대한 청와대 등 권력집권층의 간섭배제’가 이루어질 수만 있다면 어떤 공수처 법안이라도 그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역시 반대 입장을 편 이근우 가천대 법대 교수 역시 “공수처를 만들려면 제대로 권한을 주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지금처럼 법안이 어정쩡한 상태로 공수처가 완성된다면 ‘검찰개혁 할 시간만 빼앗겼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고위 검사 출신 변호사들은 공수처 출범에 우려를 나타냈다.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조영곤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는 “상상도 못할 수사기법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공수처 출범으로) 수사기능이 더 강화된다면 인권침해 우려가 더 커질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부천지청장 출신인 이완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공수처는 입법·사법·행정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독립기구로 헌법에 반한다”며 “개헌을 하거나 공수처를 법무부의 외청 또는 검찰청 내 고위공직자비리검찰청을 별도로 두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사회를 본 이상원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법무부 및 대검찰청 관계자에게 입장을 밝혀 달라 요청했으나 특별한 대답을 듣진 못했다. 이날 학회에는 법무부·대검찰청 관계자 등도 참석해 논의과정을 지켜봤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