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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만큼 중요한 게 美 인맥구축이다

이익원 기자I 2017.06.30 06:00:00

정상회담은 주고 받는 것
북핵 인식 간극 메워야 결심
김대중-부시 정상회담 때
탄탄한 인맥으로 난관돌파



[이데일리 이익원 총괄에디터]

외교는 미묘한 신경전이다. 회담 주체 간 생각의 차이를 메우는 과정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얻고 싶은 게 있으면 반드시 뭔가를 줘야 한다. 정상 회담 성공 여부는 결국 상대의 마음을 얼마나 촘촘히 읽는냐에 달렸다.

미국은 혈맹국이다. 6.25전쟁에서 베트남전쟁에서 함께 피를 흘렸다. 정상들이 만나서 악수하고 동맹을 확인하면 될 듯한데 걱정이 앞선다. 북핵 처리문제를 놓고 진보성향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 간 인식차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협상 직전에 나온 문 대통령의 대북 압박 발언이 그런 간극을 메울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다.

비즈니스 협상에 능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북핵 불용 의지를 어떻게든 확인하려고 할 것이다. 북핵에 대한 상대의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려고 하지 않겠는가. 사드 배치에 대한 논의도 그런 맥락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트위터를 통해 중국의 역할이 실패했다고 밝힌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미 본토의 안전을 위해 가능한 모든 제재 방안을 거론할 것이다.

북한에 억류됐던 오토 웜비어의 사망으로 북한에 대한 미국 여론은 최악이다. 북한의 행태를 두고 인내할 수 있는 임계점이 다르면 원만한 대화가 어려워진다. 정상 간 만남에서 대북 제재 의지를 분명히 전해야 한다. 그래야만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우리는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라는 모호한 태도를 폐기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외교 전문가들은 2001년 3월 6일 김대중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의 장면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햇볕정책을 추진하는 진보 대통령과 네오콘 강경파에 둘러쌓은 조지 W부시 대통령간 첫 회담이었던 만큼 당시에도 긴장감이 적지 않았다.

노련한 김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신사고를 주창하고 중국을 방문한 사실을 들어 개혁 개방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 같다”며 햇빛 정책의 효과를 넌지시 설명했다. 대북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한미공조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음은 물론이다.

회담 분위기는 썩 나쁘지 않았지만 기자회견장에서 부시 대통령은 거친 말을 쏟아냈다. “나는 북한 지도자를 믿지 못한다. 북한이 모든 합의를 준수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 무기 수출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김대중 자서전) 예상하지 못한 돌출 발언이었다. 심지어 김 대통령을 가르키며 ‘디스 맨’이라고 호칭하는 등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

당시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 네오콘 강경파들은 MD(미사일 방어체제)개발의 명분으로 북한 위협을 내세웠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MD는 중국을 겨낭한 것인데도 중국을 자극할 수 없으니 북한의 악의 무리로 지목한 것이다.

현지 언론들은 정상간 충돌 혹은 갈등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회담 결과를 부정적으로 보도했다. 당황한 김 대통령은 현지 여론 반전을 위해 집요하게 노력했다. 워싱턴 미국기업문제연구소 회의실에서 한반도 문제 전문가, 언론사 기자들과 대화를 갖고 공화당 보수 인사들과 만찬을 가졌다. 아버지 부시(조지 H 부시), 빌 클린턴 대통령과 통화해 간곡하게 협조를 당부했다.

인맥을 통한 외교 노력에 힘입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김대중ㆍ부시 대통령 간 2,3차 회담은 별다른 마찰 없이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핵문제 해결을 돕지 못한다면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공언하고 있다. 일촉즉발의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방미 의미가 어느 때보다 무거운 이유다..

동맹을 과시하고 트럼프와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미국 정가 사람들과 인맥도 구축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과 친구라는 점을 미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 국내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문 대통령이 외교에서도 성과를 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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