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노동법도 진화해야…지금은 구성원의 시대"

김혜미 기자I 2025.04.16 05:35:00

[만났습니다]①목승환 서울대기술지주 대표이사
“현 시대에 맞춰 실리콘밸리식 노동유연화 필요”
“스타트업 성장시켜 좋은 기업 만들어야 고용 늘어”
“유니콘 기업 나오려면 국제교류·모험자본 늘려야”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인공지능(AI) 시대 속도에 맞춰 노동법도 진화해야 합니다. 지금 같은 시대에 주 52시간 근로제는 더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1시간만 일해도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는데 근로시간을 정해버리면 그 가치를 시간당 임금으로 계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용자가 아닌 노동자 중심의 시대에 국가가 근로시간을 정하는 건 노동권과 개인의 자유를 박탈하는 행위입니다.”

목승환 서울대기술지주 대표. (사진= 이영훈 기자)
목승환 서울대기술지주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구성원의 시대”라며 이같이 말했다. 목 대표는 지난 2016년 서울대기술지주에 본부장으로 합류한 뒤 운용자산을 약 1200억원 규모로 키워내는 등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2020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한때 그는 직접 스타트업을 창업해 엑시트한 경험이 있다.

‘구성원의 시대’란 업무의 강도를 구성원 스스로 선택하는 시대라는 의미다. 최근 유행하는 팀장(승진) 거부나 혹은 승진을 했다가 자발적으로 내려오는 이른바 ‘면(免)팀’도 시대 변화의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목 대표는 빠르게 기술이 변화하는 지금 대한민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현 시대상황에 맞는 노동 유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다. 소위 ‘실리콘밸리’식(式)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韓스타트업, 채용 어려워…노동에 대한 선택 구성원이 해야”

목 대표는 “모든 스타트업들이 현행 노동법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간을 아껴 빠르게 성장해야 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우선 경쟁이 어려워진데다 단기 계약직을 채용할 경우 좋은 인재가 오지 않고 정규직으로 전부 채용하기에도 추후 인력조정이 어려워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목 대표는 구성원들이 주도하는 현 세상에서 노동에 대한 선택을 이들이 직접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업무시간 같은 세부 내용은 노사간 자율적인 약속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는 노사간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한 제재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했지만 미국에 법인을 만들어 고용하고 급여를 현지식으로 지급해야 하나라는 반(半)농담도 들은 적이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할 정도로 벤처·스타트업들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앞서 벤처·스타트업계가 주장해온 내용이다. 이달 초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과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장 등 8개 협회 및 기관장들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초청 간담회에서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해 건의했다. 인재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획일적인 주 52시간 규제로 있는 사람마저 제대로 일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목 대표는 “최근 몇 년간 프랑스조차도 노동법의 내용을 매우 유연하게 많이 바꾸었지만 우리는 더 강화하고 있다”며 “좋은 기업을 만들어 고용을 늘리려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노동유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니콘 기업 배출되려면 글로벌 교류·모험자본 중요”

목 대표는 한국에서 유니콘 기업이 활발히 나오려면 다른 나라와의 인적교류를 늘리고 모험자본 유통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봤다. 함께 교류하면서 발전하고, 인프라와 모험자본이 잘 돌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기금이나 기관 투자가 활발해질 수 있도록 재간접 펀드를 대거 늘리고 100조원 규모의 AI 펀드를 조성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목 대표는 “정부는 기본적인 역할까지만 하고 나머지는 기업들이 알아서 뛰도록 해야 한다”며 “판을 깔아준 뒤에는 법령 위반 등 관리감독 의무만 정부가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 스타트업들의 미국 진출과 관련해 목 대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투자를 받을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스타트업들이 미국에서 투자받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아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미국에 가서도 한국인들끼리만 일하는 경우가 있다. 현지인보다 현지 사정을 잘 알기는 어렵기 때문에 공조하거나 현지 채용을 통해 현지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익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목승환 서울대기술지주 대표. (사진= 이영훈 기자)
“1~2년새 AI에이전트 다수 등장할 것…한국 열심히 응용해야”

올해 들어 피지컬AI가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강점에 대해 목 대표는 기존에 경쟁력이 있는 제조업과 AI를 연결하는 분야를 강점으로 꼽았다.

목 대표는 “이미 거대언어모델(LLM)은 강자들이 등장했고 많은 AI 에이전트들이 1~2년 사이 등장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그는 “세계적으로 제조업에 강한 나라가 몇 군데 되지 않아 한국은 경쟁력이 있다”며 “AI에이전트는 기존의 엔진을 활용해 서비스에 적용하는 것이므로 우리가 열심히 해야 하고 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실생활에서 적용될 수 있는 AI가 가속화될 것이라면서 헬스케어와 물류를 지목했다.

한편 목 대표는 서울대기술지주가 진행한 성공적인 투자로 지난해 유니콘 기업에 등극한 ‘리벨리온’ 외에도 ‘트래블 월렛’을 꼽았다. 그는 “보통 사람과 팀을 보고 투자하는데 이들은 잘 될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며 “해외에서도 이들 두 기업의 이름은 다들 알고 있을 정도로 실력이 있는 기업들”이라고 치켜세웠다.

목 대표는 초기 투자를 결정할 때 판단 기준으로 ‘PREG’를 언급했다. 그는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하고(Positive), 책임감이 있어야 하며(Responsibility)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Energy). 그리고 끝내 해내려는 투지(Grit)가 있는 기업에 투자한다”며 “실패했어도 책임지고 잘 정리했는지, 마무리를 잘 지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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