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중앙대학교병원. 손님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병원 본관 메인 접수대에서 유니폼을 입은 황아람(37)씨가 밝게 웃고 있었다. 이곳에 설치된 무인 키오스크는 5대. 한 번에 10명이 몰리면서 황씨에게 고객 문의가 쏟아지기도 했지만 황씨는 능숙하게 차례로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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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씨는 “처음엔 고객 문의에 대답을 바로 못 할까봐 두렵기도 했고, 기계가 말썽을 피우는 경우가 있어 힘들기도 했다”며 “시간이 지나니 대처방법과 노하우가 쌓였고 지금은 저녁에 친한 동료인 언니, 동생들과 자리하는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다”고 미소지었다.
황씨는 20대 후반 몸이 안 좋아지면서 수 년간 병원에서 지내기도 했다. 이후 일을 쉬게 됐고 다시 일하기 위해 장애인 지원 센터의 문을 두드려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황씨는 “개인적으로 친절하게 고객을 대하는 서비스업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며 “비장애인들에겐 좀 미치지 못할지라도 약을 먹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좋은 일자리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월급을 받으면 가방이나 평소 사고 싶었던 것을 사고, 미래를 위한 저축도 하며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 좋다”고 강조했다.
황씨는 일상을 회복한 의미가 무엇보다도 크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 저녁에 잠들기까지 일상의 흐름을 잡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일하면서 매사에 감사하는 긍정적인 마음이 생긴 것은 덤이다. 황씨는 “돈을 벌러 나가지 않더라도 장애인지원센터 방문이나 운동 등 아침에 매일매일 씻고 나갈 수 있는 일을 만드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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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공개한 ‘2023년도 등록장애인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등록장애인은 264만1896명이다. 지난해 새롭게 등록된 장애인은 8만6287명이었다. 15개 장애유형별 비중은 △지체장애(43.7%) △청각장애(16.4%) △시각장애(9.4%) △뇌병변장애(9.1%) △지적장애(8.7%) 순으로 지난해와 같았다. 장애인 고용률은 증가하는 추세지만 장애인구 규모에 비하면 부족하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23년 상반기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5월 장애인 취업자는 93만5261명으로 15세 이상 고용률은 36.1%정도였다.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과 일상회복을 위해 장애인의 일자리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사회적 공감대가 모이고 있다. 장애의 유형과 정도가 다양한 만큼 이들의 상황을 파악해 적절한 일자리와 연결하는 것이 지속적인 근무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관계자는 “뇌병변 장애인 경우엔 재택근무 같은 일자리로 연계하고, 신체 활동이 어려운 경우 컴퓨터를 활용하는 일자리를 소개하고 있다”며 “수입뿐만 아니라 일상의 루틴을 확보하는 의미도 크다”고 밝혔다. 황씨는 “장애인이라는 편견을 버리라는 말을 하는 것도 내 편견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며 편견을 자연스럽게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며 “예전 나같은 상황에 놓인 이들에겐 밖으로 나가면 배울 수 있는 데가 많으니,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