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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올해·내년 성장률 2%대..금리·보유세 신중해야"(종합)

최훈길 기자I 2018.06.01 06:55:37

文정부 2018년 2.9%, 2019년 2.7% 성장률 전망
3.8%→3.9%, 회복세 세계경제 흐름과 상반돼
투자 급감탓..하반기부터 건설투자 마이너스
수출 증가율도 12.8%→9.3%→4.3%로 둔화
경기지표 3개월 하락..하반기 경제 빨간불
"규제개혁·구조조정으로 산업 경쟁력 키워야"

2019년까지 투자액이 급격히 감소해 성장률이 연속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데 실업률은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성장률은 국내총생산 증가율, 투자는 총고정투자액, 실업률은 계절조정을 하지 않은 수치다. 2017년 수치는 잠정치. 전년동기 대비. 단위=%.[출처=한국개발연구원]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한국경제 성장률이 문재인정부 3년간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회복세를 보이는 세계경제 흐름과 반대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1일 ‘2018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실질 국내총생산 증가율)을 전년동기 대비 각각 2.9%, 2.7%로 예상했다. 문재인정부 첫 해인 지난해 성장률(잠정치 3.1%)보다 잇따라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앞서 KDI는 지난해 12월 경제전망에서는 올해 성장률을 2.9%로 예상했다. 상반기 3.1% 하반기 2.8%다. 이번에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유지했지만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종전보다 0.2%포인트 낮췄다. 건설을 비롯한 산업투자(총고정투자)가 2017년 8.6%에서 올해 상반기 2.8%, 올해 하반기 0.5%, 내년 -0.4%로 고꾸라졌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경제 성장률과 상반된 흐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30일 경제전망(OECD Economic Outlook) 보고서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3.8%, 내년에 3.9%로 예상했다. 투자와 무역의 회복세에 따라 지난해(3.7%)에 이어 잇따라 성장률이 상승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성장률 하락 추세에 대해 “반도체 중심의 수출 구조로 전반적인 경기는 완만한 성장세이나 나머지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신호”라며 “경쟁력을 상실한 산업·기업에 대한 구조개혁 노력을 지속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의 경쟁력·활력 저하가 불기피하다”고 지적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 경제는 전반적으로 당초 목표한 3% 성장 경로를 유지하고 있으나 일부 지표를 감안할 때 향후 1~2분기 경제 흐름이 매우 중요하다”며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도록 거시경제 상황과 위험요인을 면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하반기부터 건설투자 마이너스

KDI가 올해·내년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 것은 부진한 산업투자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건설투자는 마이너스로 전환돼 한국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릴 전망이다. 국제유가 상승, 국내산업 경쟁력 약화라는 악재가 맞물린 결과다. 금리, 보유세 인상을 신중하게 하고 규제혁신, 산업 구조조정부터 착수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 겸 금융경제연구부장(오른쪽)과 정대희 연구위원이 30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출처=각 기관,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KDI가 31일 발표한 ‘2018년 상반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산업투자 현황을 보여주는 총고정투자 전망치가 지난해 8.6%에서 올해 1.6%, 내년에 -0.4%로 잇따라 떨어졌다. 세부적으로는 설비투자가 지난해 14.6%에서 올해 3.5%, 내년에 1%로 감소한다. 특히 지난해 7.6% 성장세를 보인 건설투자가 올해 -0.2%, 내년에 -2.6%로 침체를 보일 전망이다.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건설투자 전망치가 -1.5%로 마이너스로 전환된다.

투자가 이렇게 급감하는 것은 반도체·주택경기 둔화 때문이다. KDI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투자가 둔화하면서 설비투자 증가 폭이 비교적 빠르게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투자는 토목 부문이 부진한 데다 민간주택 건설을 중심으로 건축 부문이 빠르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복지 등 국정과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축소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증가세를 보이는 수출도 마냥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총수출 물량은 지난해 1.9%에서 올해 3.8%, 내년에 3.5%로 작년보단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수출액 증가율 전망치는 지난해 12.8%에서 올해 9.3%, 내년에 4.3%로 감소했다.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시장은 넓어지는데 우리 물건을 제대로 못 팔고 있다는 뜻”이라며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수출·산업 경쟁력이 약화하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KDI는 △주요 수출품목의 단가 하락 △수출 경쟁력 약화를 ‘한국경제 리스크’로 꼽았다. KDI는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거나, 중국 경제의 추격으로 주력 수출품목의 경쟁력이 약화하는 속도가 빨라지면 교역 조건이 악화할 것”이라며 “이 결과 수출시장 점유율이 축소되고 우리 경제는 예상을 밑도는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정대희 연구위원은 “최근 국제유가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20% 더 오른 점도 한국경제에 부담”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다른 지표들이 썩 좋은 편도 아니다. 총소비 전망치는 2.8%(2017년), 3.2%(2018년), 3%(2019년)로 증가세를 보이지만 실업률은 일자리 추경(추가경정예산안)을 두 차례나 했는데도 2017~2019년 모두 3.7%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자물가는 작년(1.9%)보다 낮아져 올해 1.7%, 내년에 1.6%로 전망됐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목표치(2.0%)에 미달하는 수준이다. 경기 회복세가 경제 밑바닥까지 퍼지지 않은 셈이다.

향후 경기 흐름을 알려주는 선행종합지수를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추이를 살펴본 결과, 이 지수가 작년 8~11월, 올해 2~4월 전월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출처=통계청]
실제로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현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7로 전월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경기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0.0으로 전월보다 0.4포인트 떨어졌다. 선행종합지수는 3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선행종합지수가 이렇게 하락한 것은 2016년 2월(-0.4포인트)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향후 경기를 어둡게 본다는 뜻이다.

이는 건설수주 지표가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선행종합지수를 구성하는 건설수주액은 주택·사무실·점포 등 건축(-32.6%), 도로·교량 등 토목(-72%)에서 모두 줄어 전년동월보다 42%나 감소했다. 전월과 비교하면 건설수주액은 2월(-2%)부터 감소세로 전환돼, 3월(-7.1%), 4월(-18.1%)까지 감소율이 커졌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통향 과장은 “선행 지수가 3개월 연속 하락한 것은 부정적 신호”라며 “국제기준에 따라 6개월 기준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은 선행종합지수나 동행종합지수가 6개월 연속 하락할 경우 경기전환점 발생 신호로 보고 경기 침체 여부를 공식 판단한다.

◇“산업 구조조정, 규제개혁 나서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기획재정부]
KDI는 이 같은 국내외 상황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리를 빨리 올리면 가계부채 부담이 커지고 내수가 급격하게 축소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김현욱 부장은 “물가상승 압력이 낮고 고용 개선이 지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당분간 완화적 거시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는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김 부장은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오를지 여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보유세를 인상하면 경제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강병구)은 보유세 권고안을 내달 내놓을 예정이다. 이후 기재부는 내년도 세법개정안을 이르면 7월 발표한다.

KDI는 불필요한 규제를 개혁하고 ‘좀비기업’을 청산하는 산업 구조조정이 1순위 과제라는 입장이다. 김 부장은 “반도체 등 일부를 제외하면 수출 증가세가 견실하게 유지되지 못하고 있다”며 “우선적으로 수출주력 산업의 대외경쟁력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통해 산업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규제개혁,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소홀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한국개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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