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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국내 대체투자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대체투자를 통해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거나 새로운 투자자산을 발굴해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전문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이들이 이끄는 대체투자팀은 부동산이나 인프라 같은 전통적인 대체투자 상품 뿐 아니라 자원, 농지, 삼림 등의 실물자산과 메자닌(중순위 대출채권),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문화콘텐츠와 사회책임투자까지 다양한 투자자산으로 지평을 확대하고 있어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치열해진 대체시장…키플레이어는?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체투자 시장을 이끄는 ‘파워피플’로 강영구 이지스자산운용 해외부문 대표가 꼽힌다. 그는 해외 부동산투자의 최고 전문가로 지난 2015년부터 부동산전문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의 해외투자 부문을 이끌고 있다. 강 대표가 합류한 뒤 이지스운용은 자타공인 국내 1위 부동산전문 운용사로 부상했다. 강 대표는 지난 2004년부터 2015년까지 국민연금에 재직하면서 해외 부동산 투자시장에서 ‘한국’을 각인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연금 재직시절 투자를 이끌었던 영국 HSBC 본사 빌딩과 독일 베를린 소니센터는 국민연금의 투자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교직원공제회를 이끄는 강성석 기금운용총괄이사(CIO)도 주목받는 인물이다. 강 CIO는 선임된 후 30%를 밑돌던 교공의 대체투자 비중을 10%포인트 가까이 끌어올리며 수익률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특히 교공은 광화문 더케이트윈타워에 투자해 짭짤한 수익을 거둔 곳으로 유명하다. 교공은 더케이트윈타워에 약 1300억원 규모의 우선주에 투자하는 중순위 투자자로 참여했다. 배당금으로만 이미 연간 10%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매각차액까지 고려하면 수익률이 더 높을 것이란 게 업계의 계산이다.
장동헌 행정공제회 사업부이사장(CIO)도 대체투자 시장에서 손에 꼽히는 인물이다. 해외 연기금과의 공동투자를 추진 중으로 해외 대체투자 비중을 대체자산의 50%까지 늘릴 계획이다. 특징은 부동산 지분(에쿼티) 투자보다는 메자닌, 대출 관련 투자를 통해 하방 리스크를 보호할 수 있는 투자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대체운용의 박원준 대체투자본부장도 대체투자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작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드림웍스 글로벌 본사 오피스에 투자하는 공모펀드를 출시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나대체운용은 지난해 미국항공우주국(NASA) 글로벌 본사 오피스에 투자하는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를 출시, 배정 물량 900억원이 판매 개시 1시간 만에 완판되는 등 해외부동산 공모펀드에 투자 열기를 불어넣었다.
이학구 KTB자산운용 부사장의 행보도 두드러진다. KTB자산운용은 2조 2400억원 규모의 국내외 대체투자사모펀드를 운용 중으로 이중 절반 이상(1조1670억원)이 부동산 등 해외 대체자산이다. 특히 이 부사장은 지난달 첫 유럽 부동산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영국 런던 메이페어(Mayfair)에 있는 ‘그로브너 하우스, JW메리엇’ 호텔 중순위 대출 채권에 투자하는 850억원 규모의 사모부동산투자신탁을 설정했다.
◇ 예술·항공기엔진·캣본드까지…틈새 상품 발굴로 수입 ‘짭짤’
다양한 큰 손들이 대체투자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 그 결과 틈새 상품 투자도 확대하는 분위기다. 교공은 지난 2015년에 개봉한 영화 ‘베테랑’에 투자해 투자금액의 3배 이상을 벌어들였다. 앞서 교공은 지난 2014년 국내 연기금 중 처음으로 CJ E&M과 업무 제휴를 맺고 300억원 규모의 영화펀드를 조성, CJ E&M이 배급하는 한국 상업영화 제작에 공동투자했다. 교공은 베테랑에 8억 6500만원을 투자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총 30억원 이상을 회수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베테랑은 총 1341만 4200명의 누적관객 수로 매출액 1051억 6926만원을 기록했다.
행공의 경우 약 200억원 규모로 항공기 엔진에 투자했다. 지난해 8월 행공은 항공기 엔진 리스 전문 회사 ‘윌리스 리스 파이낸스 코퍼레이션’을 통해 항공기 엔진을 자산으로 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에 투자했다. 그동안 국내 연기금들과 증권사, 자산운용사들이 항공기 자체에 투자하는 사례는 많았는데 엔진에 투자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이다. 투자 만기는 10년이며 트랜치별로 신용등급을 배분해 5.8%의 수익률을 고정금리로 받는다.
경찰공제회는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인프라 시설에 약 350억원을 투자했다. 주요 투자는 도로, 항만, 공항, 발전소 등 다양한 인프라 시설이며 투자 기간은 12년, 목표 연환산평균수익률(IRR)은 10%에 달한다. 경찰공제회는 또 유럽계 자산운용사인 LGT파트너스의 ILS펀드에도 약 325억원을 출자했다. LGT가 굴리는 ILS펀드는 대재해채권(캣본드)을 사들여 투자자에게 이자를 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캣본드란 보험사에서 태풍이나 지진 등 대형 재해가 일어났을 때 지급하는 보험금을 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이는 해외 기관투자가에는 일반적인 투자이지만 국내 기관에는 다소 생소한 분야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체투자에서 쏠림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다양한 대체투자 대상을 발굴하고 이를 상품화하는 능력이 제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