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 발매 제품은 1개..상표 등록은 30여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첫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제품명을 ‘브렌시스’로 결정했다. 오리지널 의약품인 ‘엔브렐’과 ‘바이오시밀러’를 연상할 수 있도록 고안된 제품명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사실 브렌시스는 당초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검토했던 제품명은 아니다. 특허정보넷 키프리스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총 30여종의 상표를 등록했다. ‘엔비벡스’, ‘에네벡스’, ‘엔벨로체’, ‘에티빈크’, ‘에톨로체’ 등 엔브렐의 제품명이나 성분명 ‘에타너셉트’가 떠올려지는 상표명이 5~6개 등록됐지만 결국 ‘브랜시스’라는 상표명이 낙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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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에피스는 후속 바이오시밀러의 상표명 후보군도 대거 등록한 상태다. ‘트렉시민’, ‘트렉셀라’, ‘트렉시로체’ 등은 ‘트라스투주맙’ 성분의 항암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의 제품명 후보군으로 보인다. ‘인플릭시맵’ 성분 류마티스관절염치료제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의 제품명으로 보이는 ‘인폴로체’, ‘레마로체’ 등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선점했다.
바이오시밀러 선두 주자로 꼽히는 셀트리온(068270)이 이미 허가받은 ‘램시마’, ‘허쥬마’ 등의 상표만 등록한 것과 비교하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제품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셈이다.
인상깊은 제품명으로 국내외 의료진과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제품 발매 이전에 가능한 다양한 제품명을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다국적제약사와의 상표명 분쟁을 회피하기 위한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실제로 셀트리온이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해외 공략을 본격화하자 존슨앤존슨은 지난 2013년 국내와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필리핀, 인도 등 5개국에서 ‘램시마’ 상표가 ‘레미케이드’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제품명에 대한 이의신청을 했다. 셀트리온의 승소로 일단락됐지만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불필요한 소송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사전에 상표명 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복제약 업체들, ‘그래123’·‘오늘도’·‘칠칠’ 등 독특한 제품명 선점
최근에는 이례적으로 신약이나 개량신약이 아닌 복제약(제네릭)의 제품명 선점 움직임도 눈에 띈다. 이달부터 제네릭 시장이 개방된 발기부전치료제 ‘시알리스’가 대표적이다. 60여개 업체가 제네릭 시장에 무더기로 진출하면서 제약사들은 독특한 제품명 선점 역점을 두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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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제약(000230)은 지난 7월부터 ‘일동기립’, ‘일동삼삼’, ‘나이야가라’, ‘나이야가’ 등 발기부전치료제 이름을 연상시키는 상표를 대거 출원했다. 일동제약의 시알리스 제네릭은 ‘토네이드’로 최종 결정됐다. 제약사들이 검토했던 상당수 제품명은 의약품 이름으로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낙점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아그라’ 제네릭 시장에서 ‘팔팔’로 성공을 거둔 한미약품(128940)이 지난 5월 ‘칠칠’이라는 상표명을 출원했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한미약품은 시알리스 제네릭 제품명을 ‘구구’로 낙점하며 ‘99세까지 88하게’라는 슬로건을 완성했다. 경쟁업체가 팔팔과 유사한 칠칠이라는 제품명을 발매할 것에 대비해 미리 상표명을 출원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팔팔과 유사한 ‘이팔’, ‘탄탄’이라는 시알리스 제네릭이 출시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문의약품은 의사가 처방하기 때문에 이름에 대한 고민은 거의 하지 않았지만 최근 경쟁 과열로 제품명도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된데다 다른 업체와의 상표권 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제품명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는 추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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