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종원 기자]“치료제 한 병 가격이 736만원, 1년 동안 쓰면 5억원”
적혈구가 파괴되면서 발생하는 희귀질환인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PNH) 치료제 ‘솔리리스주’ 이야기다. 솔리리스주는 이 질환의 유일한 치료제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으로 알려졌다.
환자가 자비로 치료를 받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행히도 지난 10월부터 한 병당 736만629원의 가격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약값이 워낙 비싸다보니 건강보험 적용 결정 과정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건강보험에 적용할 약값을 얼마로 할 것인가를 두고 건강보험공단과 원개발사인 알렉시온, 국내 판매사인 한독약품의 줄다리기가 만만치 않았다.
처음에는 건강보험공단이 병당 450만5195원, 알렉시온과 한독약품이 669만1481원을 제시해 양측이 30% 이상의 간극이 있었다. 난행에 빠진 협상은 표시가격과 실계약 가격을 달리해 제약사가 나중에 그 차액을 반납하도록 하는 ‘리펀드제’를 통해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한 국가의 약값 협상 결과가 다른 나라의 협상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하로는 절대 약을 공급하지 않는 제약사의 특성을 이용한 제도다. 솔리리스주의 병당 가격은 736만629원이지만 실제 가격은 더 낮을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실계약 가격은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사용량 급증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부담이 우려되기 시작했다. 한 환자가 1년 동안 치료를 받으면 5억원이 드는데 20명만 치료받아도 100억원이 된다.
2010년 기준으로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239명으로 이 중 10% 정도가 솔리리스주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병원 입장에서는 약을 사용했다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약값 지급을 거절당할 상황을 우려했다.
결국 사전승인심사제라는 새로운 제도가 탄생하게 됐다. 먼저 약을 사용하겠다고 신청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구성된 심의위원회가 투약 적정성을 판단한 뒤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세브란스병원 등 5곳에서 13명의 환자에게 솔리리스주를 사용하겠다고 신청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오는 15일 첫 심의위원회를 열어 승인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승인이 거부되는 건에 대해서는 공정성을 위해 사유를 공개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