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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여정’은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자신만의 여행을 준비하던 춘희가 새로 이사 간 아파트에서 예상치 못한 인연들을 만나며 고요했던 일상에 새로운 선율이 흐르기 시작하는 이야기. 김혜옥이 춘희 역을, 한국계 미국인 배우 저스틴 민이 민준 역을 맡았다.
김 감독은 시나리오를 완성한 뒤 배우를 찾기 시작했다. 현실적으로 섭외할 수 있는 배우가 많지 않았지만 “작은 영화여도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김 감독의 마음이 더해졌다.
영화에서 좀처럼 주목받지 못했던 중장년 배우들의 이야기를 더 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김혜옥의 연기를 보며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영화를 많이 못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와 이야기가 영화에 소개돼야 한다는 작은 책임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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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김혜옥을 “장미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날카로워 보일 수 있지만 정말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저스틴 민에 대해선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서양에서 살아온 경험이 인물의 이방인적인 감각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감독으로서 무책임한 생각일 수 있지만 ‘될 거야. 안 되면 안 돼’라는 마음이 있었다. 108배를 더 열심히 했다”고 섭외 과정을 떠올렸다.
그는 “저스틴의 어머니께서 먼저 대본을 읽고 저스틴에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셔서 저스틴이 한 번 더 읽었다고 하더라”라며 “저스틴 어머니께도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실제 연주자로 활동 중인 박대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첫 스크린 데뷔에 나섰다. 김 감독은 박대호가 재학 중인 한국예술종합학교 피아노과 단체 대화방에 모집 글을 올렸다. 2주 동안 연락이 없다가 촬영을 앞두고 지원자가 나타났다. 김 감독은 박대호를 보자마자 “성찬이라고 생각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은 “몸은 정직하게 가만히 있는데 눈동자 하나만 움직이더라. ‘저건 어떻게 했지’ 하고 놀라는 순간들이 있었다”며 “감정 표현이나 흐름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박대호가 맡은 조성찬 역의 비하인드도 전했다. 그는 “조성진과 임윤찬. 너무 자연스러운 이름이었다”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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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옥의 눈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눈물이 났다고 한다. 배우가 만들어내는 감정을 더 담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지만 일부러 덜어냈다. 인물의 슬픔을 과장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보는 것. 그것이 죽음을 다루는 이 영화에서 김 감독이 지키고 싶었던 태도였다.
사실 ‘흐르는 여정’의 출발은 멜로였다. 김 감독은 류이치 사카모토의 영화 ‘코다’에서 지휘하는 장면을 보며 이야기를 떠올렸다. 농인이 음악을 지휘자를 통해 느끼는 순간을 상상했고, 소리의 진동과 소리 이외의 정서적 교류를 중심으로 지휘자와 농인의 사랑 이야기를 구상했다.
이후 이야기의 방향이 바뀌었다. 죽음이라는 주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창작자로서 자신에게도 필요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 친구들이 술에 취했을 때 “죽고 싶다”고 쉽게 말하던 순간들이 기억에 남았다. 그 말이 김 감독에게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질문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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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게 중요했다”며 “존엄사라는 주제는 누군가는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바라는 지점일 수도 있지 않나. 어느 한쪽으로 강요하지 않고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생각은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병원 외의 선택지가 있다면 어떨까’라는 고민으로 이어졌다. 코다(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자녀)인 김 감독은 장애인과 가족들이 편하게 여행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 리조트 같은 공간을 꿈꾼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모여 술도 마시고 문화생활도 하면서 조금 더 이 세계를 즐기다가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배우들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며 몇 차례 눈물을 참았다. 영화처럼 섬세하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김 감독의 따뜻한 마음이, 세계관이, 작품이 계속 흘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감독은 “이번 영화가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최대치를 해보자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따뜻한, 다양한 영화를 하고 싶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뭐든 열심히 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극장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영화가 있다는 것도 소중하지 않겠나. 이 영화가 관객에게 조금은 쉬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흐르는 여정’은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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