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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는 중국에, 수출은 관세에…‘이중고’ 맞닥뜨린 韓 자동차

이다원 기자I 2025.02.25 06:00:00

중국 전기차 브랜드, 한국 진출 타진
저가 가격으로 ''공세''급 시장 돌파
''수출 버팀목'' 한국 완성차는 휘청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국내 완성차 업계가 안팎으로 극심한 경쟁 환경에 직면했다. 내수 시장에서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경쟁이 심화하고 있고, 수출 시장에서는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높은 관세 장벽을 마주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차량들이 서울 시내를 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브랜드 지커의 국내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딜러사 및 수입사 선정 논의를 이어가는 가운데 마케팅 및 홍보 등 경영 관련 인력을 확충하고 협력사를 찾는 사전 준비에 한창이다.

중국 지리그룹 산하 고급 전기차 브랜드인 지커는 이르면 올 연말께 브랜드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커는 글로벌 진출 시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오는 2026년까지 연간 판매량 100만대를 넘기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격전지인 한국 공략 속도를 내는 이유다.

지커 외에도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의 한국 시장 진출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신진 전기차 브랜드 샤오펑은 현재 임원급 인력을 채용하려는 동시에 국내 딜러사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는 샤오미는 국내 법인 사업 목적에 자동차 수입 및 도소매업을 추가하고 자동차 판매 검토에 나서는 등 사업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진출로 내수 시장의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기차 수요 자체가 급감한 상황에서 중국 브랜드가 저가 공세를 펼치며 남은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BYD는 지난달 국내 시장에 진출하며 론칭한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토3’를 3190만~3290만원으로 제시했다. 200만원 수준의 보조금 등이 확정되면 2000만원대 후반까지 가격이 낮아지는 셈이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 ‘2025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경제성’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구매 결정 요인으로 △연료비 절감(57%) △환경 보호(43%) △유지보수 비용 절감(38%) 등이 꼽히면서다.

업계는 중국 브랜드의 한국 전기차 시장 진출 영향력을 예측할 수 없다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진출 초기이지만 BYD를 시작으로 다른 브랜드의 진출도 예고돼 있다”며 “가격이나 수요 측면에서 현대차·기아뿐만 아니라 ‘중견 3사’로 꼽히는 KG모빌리티, 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 르노코리아 등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했다.

◇ 한국 완성차, 관세 장벽에 글로벌 진출 길 ‘막막’

이에 더해 돌파구이던 수출은 관세라는 변수와 만났다. 중국산 전기차를 견제하기 위한 주요 국가의 전략이 확산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외 지역에서 만든 차에 대해 25% 수준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한 달 안에 자동차·반도체·의약품·목재 등에 대해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19일(현지시간) 밝히기도 했다.

국내 최대 자동차 수출입 전진기지인 평택항 자동차 선적 현장.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국내 완성차 기업들은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가격 조정 및 생산 전략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에 빠졌다. 특히 현대차, 기아, GM 한국사업장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변수가 커졌다. GM의 경우 폴 제이콥슨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관세가 지속할 때 공장을 어디에 배치할지 혹은 이전할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며 다양한 생산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완성차 업계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혁신과 차별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가 생긴 만큼, 이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는 경쟁 시장인 동시에 국내 기업이 성장 여력을 갖춘 몇 없는 핵심 산업”이라며 “하나의 브랜드가 진출한다고 해서 시장이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공세’에 가까운 상황이라면 국산 기업의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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