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일 오전 7시 23분. 경북 고령경찰서 112치안조합상황실에서 근무하는 박승진 경위는 야간근무 막바지 긴장을 살며시 풀다가 심상치 않은 신고에 정신을 바짝 차렸다. ‘암사자 1마리가 우리에서 탈출했다. 고령에 있는 관리인에게서 연락을 받고 대신 신고한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박 경위는 직후 관할 순찰차를 현장에 출동시키며 소방에 공동대응을 요청했다. ‘방검복 착용이 맞나?’는 생각을 하면서도 출동 경찰관에게 방검복 착용과 유사시 권총 사용을 지령했다. 상황실 모든 직원은 군청에 재난 문자 발송 요청, 유해조수 엽사 현장 긴급출동, 상황반 소집 등을 진행했다.
박 경위는 “근처 야산에서 발견된 암사자를 현장 출동한 엽사들이 사살했다는 무전이 올 때까지 모두가 주민 안전을 위해 정신 없이 움직였고 어떤 인명피해 없이 상황을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며 “언제나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대응하고 있다”고 소회했다.
경찰청은 이같은 일화를 담은 112 우수사례 모음집 ‘2023 소리로 보는 사람들’을 발간했다고 15일 밝혔다. 우수사례 모음집은 전국 112 요원들의 경험담을 모아 발간한 사례집이다.
△중요 범죄 해결(24편) △범죄 예방(9편) △인명구조(12편) 등 이야기를 담았다.
말 없는 신고 전화를 받고 기지를 발휘해 폭행당한 여성을 구조한 경찰관의 이야기도 실렸다. 강원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에서 근무 중인 한상재 경사는 어느날 새벽 말 없는 112 신고 전화를 받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했다. 한 경사는 “말할 수 없는 상황이면 전화기를 두드려주세요”라고 말을 건넸지만 신고자에겐 응답이 없었다. 한경사는 다시 “전화기 버튼을 눌러주세요”라고 요청했고, 신고자는 ‘삐~ 삐~’하며 다이얼을 여러번 눌렀다. 한 경사는 신고자의 신고 이력을 보고 신속하게 주소를 파악해 확인했다. 이후 코드0 신고로 접수해 지구대와 형사팀, 여청수사팀 등이 출동했고 가해자 남성에게 폭행당한 신고자 여성을 구출할 수 있었다.
형사의 직감을 발휘해 마약 사건을 탐지한 사례도 있었다. 외근 형사로 14년 근무한 최용랑 경위(경기북부 남양주남부서 112치안종합상황실)는 ‘어떤 남자가 중앙분리대를 넘나들며 난동을 부린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최 경위는 전화를 받고 단순 주취자가 아닐 거라고 직감했다. 바로 ‘경찰장구를 필히 착용하고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 수갑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흉가 소지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용의자가 잡히자 최 경위는 현장직원에게 “뽕이 의심되니 시약검사해 봐”라고 전달했고, 최 경위의 예상대로 용의자의 소지품에선 대마초와 마약 추정 가루가 발견됐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위험하고 두려운 순간 국민 곁으로 찾아가는 도움의 손길이 ‘긴급신고 112’다”라며 “한해 2000만 건의 신고가 접수될 정도로 국민이 가장 먼저 찾는 꼭 필요한 존재로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더 빨리 다가가고자 하는 112 요원들의 깊은 고민과 노력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며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전국 112 요원과 현장 경찰관들에게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