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식품업체들이 각자 경쟁력 있는 HMR 시장에서 주력상품에 집중했다면 코로나19로 HMR 시장은 격전지가 됐다. 집밥 선호 현상이 HMR 제품의 판매를 부추기면서 국, 죽, 안주를 가리지 않고 전 방위적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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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4월 CJ제일제당 비비고죽은 상품죽 시장 점유율 39.4%로 1위를 기록했다.1992년 출시 이후 줄곧 1위를 지켰던 동원F&B의 양반죽이 0.3% 포인트 뒤진 39.1%로 2위를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이 비비고죽을 처음 출시한 2018년 동원F&B가 60.2%, CJ제일제당이 4.3% 점유율을 보였다. 이어 2019년에는 동원F&B가 43.4%, CJ제일제당이 34.6%로 격차가 좁혀졌다.
기존의 상품죽은 용기죽 형태가 일반적이었는데 CJ제일제당이 그릇에 덜어 간편히 데워먹을 수 있는 파우치죽을 내놓으면서 인기를 끈 것. 비비고 죽의 매출 증가는 전체 상품 죽 시장도 키웠다. 2019년 시장규모는 1400억원대로 2017년에 비해 2배로 커졌다.
CJ제일제당은 최근 ‘비비고 프리미엄 죽’ 3종을 출시하며 고삐를 당겼다. 역시 기존 제품에 비해 1000원 이상 비싸지만 원재료를 풍성하게 사용해 맛과 품질을 한 차원 높였다는 설명이다.
◇동원도 국·탕·찌개 간편식으로 도전장
동원F&B도 비비고가 1위를 차지고 하고 있는 국·탕·찌개 상온 HMR 시장에 양반 브랜드 신제품을 내놨다. 올해 목표액을 500억원으로 공격적으로 잡았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이 시장의 규모는 1998억 5700만원 규모이며 CJ제일제당의 시장점유율은 57.3%로 압도적으로 높다. 그 뒤를 오뚜기(13.7%)와 대상(6.4%)이 잇고 있다.
동원F&B는 최근 출시한 국·탕·찌개 HMR은 자연 재료를 엄선해 가마솥 전통방식으로 끓여 정통 한식의 맛을 담은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통참치 김치찌개’는 시원한 참치 육수에 통참치를 통째로 넣었다.
동원F&B는 양반 국·탕·찌개 출시를 위해 광주공장 9917㎡(3000평) 부지에 400억원 규모의 특수 설비를 설치했다. 열처리 시간을 20% 이상 단축해 재료의 식감이 물러지는 것을 방지했다.
CJ제일제당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시장을 다지고 있다. 최근 출시한 ‘비비고 차돌 육개장’은 기존 육개장 제품보다 가격이 1000원 이상 비싸지만 한 층 더 높아진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췄다는 설명이다. CJ제일제당은 올해 비비고 스테디셀러 제품들의 프리미엄 제품들을 계속해 선보여 프리미엄 HMR 국물요리 시장을 키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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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R이 집밥만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여파로 ‘홈술’, ‘혼술’ 문화가 확산하자 이 수요를 잡기 위해 안주 제품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안주 간편식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7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요리형 안주와 마른안주로 나뉘는 이 시장에서 요리형 안주 규모는 약 1200억원이다. 아직까지 냉동 제품 위주로 형성돼 있어 상온 제품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대상 청정원은 안주 전문 HMR 브랜드 ‘안주야(夜)’로 2016년 냉동 안주 시장 개척에 이어 최근에는 ‘통마늘 모듬곱창’, ‘매콤 제육오돌뼈’, ‘매콤 껍데기’ 등 상온 제품 6종을 내놨다. 상온 안주야(夜)는 파우치를 열지 않고 그대로 세워서 전자레인지에 1분만 조리하면 된다. ‘증기배출 패키지’를 적용해 조리하는 동안 생겨난 증기가 자동으로 배출돼 포장이 뜯어지거나 내용물이 밖으로 튈 염려가 없어 편리하다.
CJ제일제당도 상온 안주에 발을 디뎠다. 최근 ‘햇반 컵반’, ‘비비고 국물요리’, ‘비비고 죽’ 등 상온 HMR 제조로 쌓아온 연구개발(R&D) 노하우를 적용해 상온 안주 HMR 브랜드 ‘제일안주’를 론칭했다. 소양불막창, 순살불닭, 불돼지껍데기, 매콤알찜 등 총 4종으로 시중에서 재료를 구해 집에서 만들기 어려운 메뉴 위주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에도 식품사들이 1분기에 좋은 실적을 냈던 것의 1등 공신은 HMR이었다”며 “지난해 4조원, 2022년 5조원 규모에 이를 HMR 시장을 둔 업체들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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