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한·미 정상이 한목소리로 양국 공조를 강조하면서 조기 정상회담에 합의한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그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축하전화를 받고 “한반도와 주변정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미 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양국은 단순히 좋은 관계가 아니라 위대한 동맹관계”라고 화답하고 문 대통령의 방미를 공식 초청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기회 있을 때마다 ‘안보 대통령’을 자임했지만 그의 안보관은 선거운동기간 내내 논란거리였다. 그는 보수진영의 공격을 ‘색깔론’ ‘종북몰이’ ‘안보장사’ 등으로 맞받아쳤으나 적지 않은 유권자가 미심쩍은 눈초리를 보낸 게 사실이다. 대선 득표율이 높게 나타나지 못한 것이 그 결과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파동과 “취임하면 평양부터 가겠다”는 본인 발언이 겹친 때문이었다. 문 대통령 자신에게도 귀책사유가 없지 않다는 얘기다.
|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10일 밤 서울시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1월 29일 사우디 국왕과 통화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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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본 등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문 대통령의 영문 성(Moon)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끼워 맞춘 ‘달빛정책’이란 신조어로 경계심을 드러내는 판이다. 이런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위대한’이란 최상급 수식어까지 써가며 양국 동맹에 힘을 실었으니 문 대통령으로선 막강한 원군을 얻은 셈이다. 문 대통령은 어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도 사드 제재 해결을 요청하는 등 안보위기 해소에 팔 걷고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조했듯이 한·미 동맹은 우리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금은 정상회담을 빨리 열어 양국의 철벽 공조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게 무엇보다 요긴하다. 다만 한·미 정상회담 조기 개최에 지나치게 매달리다가 워싱턴 정가에서 ‘김대중 대통령 홀대론’까지 나왔던 2001년의 실책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가 앞서야 한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안보관이 득표율에 미친 영향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제 대통령에 취임한 만큼 안보 불안을 가라앉히고 국민들의 믿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한·미 동맹에서부터 그 믿음을 키워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