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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임 10년 조희연 "제 점수는 아직 70점"[신율의 이슈메이커]

이혜라 기자I 2024.07.14 09:30:02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취임 10주년 인터뷰
"특수학교 신설, '갈등해소' 역할 보람 느껴"
"수능 논서술형 전환 필요...AI 채점 도입"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8일 이데일리TV '신율의 이슈메이커'에 출연했다. (사진=이데일리TV)
[이데일리TV 이혜라 기자] “10년이 지난 시점에도 55점이면 낙제점에 가깝습니다. 70점 정도로 평가해 주면 좋겠습니다.”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감은 이데일리TV 신율의 이슈메이커에 출연해 지난 10년을 채점하면 몇 점을 주겠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취임 2년차 때만 해도 낙제점에 가까운 55점을 줬던 것에 비해서는 많이 올려잡았다. 10년간 전국 교육 행정의 바로미터인 서울시 교육 행정을 책임져온 자신감이자 겸손의 표현이다.

조 교육감은 특수학교 신설을 둘러싼 지역주민과 학부모간 갈등을 해소한 일을 가장 잘한 일로 꼽았다.

취임 초부터 특수학교 증설에 노력해온 그는 강서구 ‘서진학교’, 서초구 ‘나래학교’ 등 2개의 특수학교를 설립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조 교육감은 “강서구에 특수학교를 짓는다고 했을 때 거의 주민 전체가 들고 일어났다. 17년 동안 특수학교를 못 짓던 상황이었다”며 “다행히 그 갈등을 돌파하고 특수학교를 만들었다. 한 번 만들게 되니까 다른 특수학교 설립도 풀렸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현재 2개 특수학교를 추가로 설립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뿌듯해 했다.

그는 이같은 갈등 해소에는 대화와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민주적인 학교 문화 정착이 한몫을 했다고 했다.

“20~30년간은 우리 사회에 정치민주화, 사회민주화의 흐름이 있었지 않습니까. 그동안 일군 사회민주화, 정치민주화를 배경으로 일종의 교육민주화, 학교민주화가 진행됐죠. 지난 10년 동안 민주적 학교 문화가 널리 확산됐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대한민국 교육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다. 조 교육감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암기식, 4지선다형 시험문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우리사회가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막상 시험제도 개선 노력은 지지부진하다고 꼬집었다.

조 교육감은 “수능을 논·서술형을 전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50만명을 동시에 채점하려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날로 발전하는 인공지능(AI)를 활용하면 어떨까 합니다. 먼저 AI가 1차로 채점을 하고. 그다음 교사, 교수가 2차, 3차로 채점하면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지난 11일 서울시교육청은 대법원에 ‘서울학생인권조례폐지조례안 무효확인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했다. 앞서 서울특별시의회는 서울학생인권조례가 교권을 무너트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며 이를 폐지하고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를 새로 의결했다.

조 교육감은 교권 회복이 학생 인권보호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새 조례는 학생 인권은 언급만 하는 정도입니다. 학생인권조례가 없어지면 교권이 회복될까요?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됩니다. 미래로 나아가면서 교권과 학생인권을 함께 존중하는, 공동체형 학교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조 교육감은 “아동학대처벌법을 교권을 침해하고, 선생님들을 괴롭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있다”며 “선생님들의 훈육, 교육 활동을 정서적 학대로 고소할 수 없도록 하는 단서조항·제한조항을 두는 방식으로 법 개정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녹화일 : 2024년 7월 8일(월)

○방영일 : 2024년 7월 12일(금)

○진행 :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혜라 이데일리TV 기자

○대담 :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감

▷신율: 우리나라 전문가들이 가장 긴장하는 분야가 있어요. 온 국민이 거의 전문가 수준인 게 몇 개가 있거든요. 제가 40년 좀 넘게 전공했던 정치 분야가 그렇고요. 이제 또 다른 분야가 바로 교육입니다. 근데 의견이 많다는 것은 좋은데. 문제는 의견이 많은 만큼 또 첨예한 대립. 한쪽으로만 치우칠 수도 없고. 이래서 교육행정이라는 게 아주 정말 줄타기나 고도의 정치력이 없으면 안 될 일이거든요. 근데 그거를 10년 동안이나 하신 분이 계십니다.

▷이혜라: 네. 그래서 오늘 이 시점에 지난 10년 동안의 서울 교육, 우리 교육을 되돌아보고요. 또 앞으로 이 시점에서 어떠한 미래를 그려나가면 좋을지 오늘 얘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함께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조희연: 초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신율: 조희연 교육감님도 대학에 오래 계시다가 교육감을 하셔서 10년이 지난 건데. 교수 출신들이 특징이 몇 개 있어요. 좀 권위적이지는 않아요. 물론 사람에 따라 조금 다른데 일반적으로 그렇고. 그리고 여러 가지 좀 순수함과 열정이 있는데 교수 생활하고 교육감. 둘을 비교했을 때 당연히 교육감이 어렵죠?

▶조희연: 당연히 그렇죠. 정말 정치하고 교육은 온 국민이 전문가시잖아요. 그런데 교육 문제에 관해서도 사실상 학부모님들이 다 전문가세요. 그리고 또 최근에는 이제 ‘내새끼 지상주의’라고 표현하는 부분이 있어서 갈등이 굉장히 사실은 많은 상태입니다. 그래서 말씀하신 대로 이제 교수 때는 옳은 얘기, 도덕적 얘기, 좋은 얘기를 하면 되는데 이제 교육감은 행정가잖아요. 행정가이기 때문에 갈등을 조정해야 되는 그런 문제가 굉장히 좀 힘듭니다.

▷이혜라: 힘들다는 말씀하셨으니까 제가 이 시점에서 여쭤보고 싶은 게. 제가 교육감님 오늘 뵙는 약속을 하고 제 책장에서 책을 하나 꺼냈어요. 임기 초기에 쓰셨던 책을 제가 갖고 있었습니다.

▷신율: 정말 사회생활은 이 정도 해야 되는 거군요.

▷이혜라: 취임하시고 한 2주년 때 쓰셨던 건데 그때 ‘내 학점은 55점이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었어요. 지금 10년 지난 이 시점에서는 어떻습니까? 이 점수로 말하는 게 조금 어려우시면. 잘했다. 조금 잘했다.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해 주셔도 좋겠습니다.

▶조희연: 굉장히 어려운 질문인데요. 그때 초기 국면에는 좀 겸양 어법인데. 10년이 지난 시점에 55점이면 낙제점에 가깝기 때문에 한 70점 정도는 평가를 해주시면 어떨까 그런 소망이 있습니다.

▷신율: 겸손함까지도. 사실은 ‘95점 정도는 어떨까요’ 이러면 듣는 사람은 굉장히 반감이 일거든요. 근데 그 정도의 점수를 딱 말씀하시니까 ‘그거보다는 높지’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죠.

▷이혜라: 그러면 그간 가장 좀 힘들었던 부분 말고요. 이거 하나는 참 내가 잘한 것 같다, 좋았다는 부분이 있다면요?

▶조희연: 아까 갈등 말씀을 신 교수님도 해 주셨는데 저희가 특수학교를 짓는 문제가 굉장히 갈등의제였습니다. 그래서 한 지금부터 한 5~6년 전만 하더라도 강서구에 특수학교를 짓는다고 했을 때 거의 주민이 전체가 들고 일어났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한 17년 동안 특수학교를 못 짓고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때 그 갈등을 돌파하고 특수학교를 만들었습니다. 한 번 만들게 되니까 다른 특수학교도 이렇게 풀리게 되더라고요. 왜냐하면 강서 특수학교를 통해서 기억하실 거예요.

▷신율: 그때 김성태 의원 때 아닌가요?

▶조희연: 예. (김성태)의원님이 계셨을 땐데. 주민들이 많이 반대를 하셨고. 무릎 꿇은 장애인 학부모의 그 사진이 분노와 감동을 일으켰던 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걸 계기로 우리 사회가 저는 굉장히 특수교육에 대해서는 부쩍 성장을 했다. 그래서 그다음에 강남구의 나래학교도 만들고. 2개를 만들었고요. 지금 나머지 (추가로) 2개 특수학교를 만드는 작업도 진행이 됐고요.

▷신율: 나래학교가 일원동 쪽에 있는 거 아닌가요?

▶조희연: 그렇습니다. 강남 쪽에 나래학교가 있고. 근데 두 번째 할 때는 주민들이 환영까지는 아니지만 거의 저희가 협의를 해서. 굉장히 협치 형태로 특수학교를 만든, 굉장히 열린 마음으로 특수학교를 환영해 주신. 그래서 주민 편의시설 같은 것도 만들고 그렇게 서로 접점 찾기도 했던 굉장히 소중한 계기였고요. 아무래도 이제 지난 한 20~30년간은 우리 사회 전반적인 정치민주화, 사회민주화의 흐름이 있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제 사회민주화, 정치민주화를 배경으로 일종의 교육민주화. 학교민주화라는 게 진행이 돼서. 지난 10년 동안 민주적 학교 문화라고 할까. 민주적 학교 문화 같은 게 널리 확산됐습니다.

제가 2014년에 (당선)됐을 때 말하자면 공학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어떤 관료제 문화 같은 게 있었거든요. 그걸 좀 빼고요. 심지어는 복장, 의전. 학교 방문하면 쭉 도열해 있고 하는 거 있지 않았습니까.

▷신율: 플래카드 걸고.

▶조희연: 조희연 교육감님 환영합니다. 플래카드도 이렇게 걸고.

▷이혜라: 청소도 열심히 하잖아요.

▶조희연: 그렇죠. 청소도 하고.

▷신율: 옛날에는 교육감님 같은 분이 오시면 그게 민폐였죠. 사실.

▶조희연: 일종의 민폐 같은 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떡 돌리고. 굉장히 권위적 학교 문화. 그 권위는 대개 촌지라든가 부패하고 연관돼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전반적인 문화가 청년 문화라고 할까. 민주적 학교 문화를 그래도 아직 부족하다고 여기는 분도 있지만 그래도 굉장히 다른 영역에 비해서는 많이 확산됐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혜라: 이거 여쭤보겠습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지금 서울시 의장 직권으로 폐지하겠다고 얘기했는데. (교육청이)대법원 제소하실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의회 쪽에서 새 조례 만들지 않았나요. 그거로는 대체나 보완이 안 되는 걸까요?

▶조희연: 크게 보면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학생인권조례, (학생)인권을 보장하는. 그다음에 교권, 교사의 교육 활동을 보호하는 법안. 그다음에 이제 의회에서 새롭게 통과된 것은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이렇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원래는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면서 학생인권조례는 없앤다는 입장을 서울시의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님들이 다수여서 그쪽이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들은 단호하게 반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민주화의 전체적인 과정을 놓고 보면 학생들이 과거에는,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예요.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백성이었잖아요. 국민들이. 그러나 지금은 주인이란 말이에요. 그런 것처럼 학생들을 훈육의 대상이 아니라 당당한 권리의 주체로, 교복 입은 시민으로 대우하자. 이게 학생인권조례의 정신이고. 그래서 굉장히 포괄적인 UN권리협약에 나오는 거의 모든 권리규정이 다 들어가 있어요. 권리장전입니다.

지금 구성원 조례에서는 (학생인권이)조금 언급만 하는 정도로 돼 있고. 주로 이제 교사, 학생, 학부모의 갈등 처리나 갈등조정위원회를 어떻게 가동할까 하는 점이 많이 있고 주안점이어서 저희들은 부족하다(고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같이 가자. 교권보호 조례도 있고, 학생인권조례도 전체하고, 구성원 간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포괄적 규정에 기초한 갈등조정 조례. 그렇게 하자는 건데 이제 또 부득불 폐지한다고 그래서 저희가 대법원에 이번 주에 곧 제소를 하려고 그럽니다.

▷신율: 근데 사실 학생인권조례의 문제가 불거지게 된 계기라는 거는 서초구 소재 초등학교 선생님께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고 이런 것들이 이제 계기가 돼서 선생님들이 우리의 권리도 중요하다고 말씀을 하신 건데요. 제가 그때 보니까 조희연 교육감님께서도 장례 문상도 가시고 하신 걸 제가 봤는데. 아직까지 한국교총 경우에는 입장이 좀 다른 것 같아요. 학생 인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권리 부여에 따른 의무와 책임의 균형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게 학습권과 교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문제점이 많이 지적됐다는 입장이거든요.

▶조희연: 저는 반성적인 입장에서 그걸 수용하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학생인권조례 개정안도 냈습니다. 그래서 그 개정안에는 지금 딱 말씀하신 권리뿐만 아니라 교사의 교육활동에 승복할 거라든지 또 타인의 학교 내에서의 권리를 침해하는 흉기를 가진다든지. 그다음에 정당한 질서 있는 학교생활을 저해하는 그런 부분에 대한 어떤 책임 있는 시민으로서의 태도 같은 게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걸 규정한 개정안 조례에도 저희가 이제 발의를 한 바가 있습니다.

▷이혜라: 언제였죠? 발의하신 시기가.

▶조희연: 그건 작년에 발의를 했고. 그런데 이제 의회의 입장은. 부득불 학생인권조례는 폐지하고, 구성원 조례로 해소하자 이런 입장인데. 저는 학생인권조례는 지난 20년, 30년간의 우리 사회의 인권 발전의 상징이기 때문에 이걸 없애지 말고. 우리 사회가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 민주화시기를 겪으면서 사람들과 국민들, 학생들을 권리의 주체로 존중했는데 거기서 수반되는 새로운 극단적인 문제도 발생할 수 있거든요. 근데 그걸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 미래지향적으로 어떻게 풀어낼 것이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지금도 그러지 않습니까. 우리 정치 영역에서 권리와 권리의 충돌도 있고 저는 그걸 민주화의 그늘이라고 표현합니다. 저는 민주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입장에서 민주화의 그늘도 인정하면서, 말하자면 새로운 학교를 교권도 존중하고 학생 인권도 존중하고 구성원 간의 어떤 협력적 평화적 관계를 새롭게 증진하는 그런 노력이 새로 필요하다.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그러면서 제가 마지막으로 화두를 우리가 권위주의적 학교, 아까 말씀대로 교육감이 방문하면 바닥 청소하던 권위주의적인 학교에서 민주적 학교를 만들어 왔는데 민주적 학교에 그늘도 있는 거죠. 여기서 어떻게 할 거냐. 과거로 돌아갈 거냐, 미래로 갈 거냐. 미래로 가면서 공동체형 학교를 만들어야 된다. 공동체형 사회를 만들어야 된다고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신율: 지금 그러면 교육감 의견대로 학생인권조례를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지금 선생님들이 제일 바라는 부분이 사실 다른 데 있거든요. 아동학대에 관한 법이 너무 모호하다는 거예요. 이게 심리적 학대. 이게 깜짝 놀라도 소리도 못 지르고. 이런 거를 교육청 차원에서 끊임없이 노력해서 이걸 오히려 개선하는 거는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조희연: 완벽히 같은 입장입니다. 그러니까 작년에 서이초 사건으로. 그러니까 저는 이 교권 붕괴라는 것은 새로운 복합적 문제로 바라봐야 된다고 봅니다. 이게 학생인권 때문이라고 하면 그럼 학생인권조례가 없어지면 교권이 회복될 것 같지만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 이건 새로운 복합적 문제다. 그래서 이 복합적 문제를 그에 맞는 솔루션을 찾아가야 된다는 입장이고. 그 점에서는 이제 여러 작년에 서이초 사건 이후에 법적 보완이 이루어졌습니다. 교원지위법도 보완이 됐고.

그런데 이제 교권5법의 보완이 이루어졌는데 신 교수님이 말씀하신 그 점이 지금 안 됐습니다. 아동학대처벌법상의 말하자면 심리적, 정서적 학대. 특별히 정서적 학대 부분이 무한대로 확장해서 교권을, 선생님들을 괴롭힐 수 있는 공백 지점이 좀 있습니다. 그래서 이게 기본적으로는 가정폭력이거든요. 가정에서의 아동학대를 제한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법인데 이걸 다른 학교 현장에 적용하다 보니까 그걸 악용하는 분이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선생님들이 적절한 질책을 했는데 선생님이 조금 거기에 화를 냈다면 그걸 정서적 학대로 걸어버리는 거죠. 그래서 지금 학교에 아동학대법상의 정서적 학대 조항을 적용하려면 단서 조항을 많이 둬야 될 것 같아요. 선생님들의 훈육 활동이라든가 교육 활동을 정서적 학대로 고소할 수 없도록 하는 단서조항. 제한 조항을 두는 방식으로 법 개정에 저도 열심히 나서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혜라: 열심히 해 주시기를 바라고 있고요. 지금 2033년 대입 대비 많은 내용들 바꿔보자고 말씀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소개해 주세요.

▶조희연: 2028년 대입 제도까지는, 지금부터 4년 후 대입 제도까지 결정이 됐어요. 그런데 그걸 국가교육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 제가 위원이었습니다. 근데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AI 시대에 모든 교육전문가들이 이렇게 ‘암기식 지식 교육을 계속해서 되겠냐’, ‘4지선다형 5지선다형을 하면 되겠냐’ 그 말씀을 많이 하거든요. 아이들의 창의적 사고를 북돋우는 평가를 도입해야 된다. 그런데 그 국가교육위원회 논의를 하다 보니까 시기상조다, 준비가 안 됐다 얘기를 하세요. 그래서 제가 과감하게 2028년 다음 한 5년 후에 어차피 4~5년 후에 대입제도 개선을 하지 않겠냐. 2033 대입 제도를 미리 상상하고 설정하고 역순으로 준비하자(고 한 것입니다).

대표적인 게 수능을 논서술형으로 전환하자. 이게 저의 핵심 주장입니다. 예를 들면 프랑스는 철학 문제가 나온다고. 프랑스 바칼로레아라고 대입 시험에서 철학적 문제가 나왔다고 굉장히 놀라움을 가지고 보도하잖아요. 저희도 논서술형으로 가야 됩니다. 그래서 그걸 하자.

근데 시기상조의 대표적인 것은 채점이 어렵지 않냐(는 의견이 있습니다). 50만 명이 한꺼번에 (채점을 받으려면). 최근의 기술 발전을 놓고 보면 AI채점 방식도 일단 1차로는 좋겠다. 왜냐하면 로스쿨 같은 데도 부분적으로 도입을 해가고 있잖아요. 아직 완전히 도입은 아니지만. 그게 가능하다는 게 나와 있잖아요. 그리고 약간 낮은 수준의 어플도 나와 있어요. 채점 어플이. 그래서 AI 기반 논서술형 평가 시스템을 1차 도입하고. 그다음에 선생님, 교수가 이렇게 같이 채점해도 2차, 3차로 할 수 있지 않겠냐.

그래서 물론 이게 대입 입시 지옥을 없앤다든지 사교육을 전면적으로 없애는 데 어떤 효과를 낼지는 아직 미지수예요. 그러나 이왕에 현재 입시 경쟁 구조가 있는 반면에는, AI 시대에 맞는 방식의 시험 방식, 평가 방식이 낫지 않겠냐. 왜냐하면 암기식 4지선다형, 5지선다형은 이미 과거 퇴물이 됐기 때문에 말입니다.

▷신율: 독일도 아비투어(Abitur)라고 해서 입시가 있는데 거기도 물론 서술형이 많죠. 근데 이제 우리나라는 그 정도까지는 아닐 거예요. 우리가 살면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이 뭔지 서술하라. 이게 정답이 없잖아요. 근데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거는 지금 대입 경쟁이 제일 치열한 나라가 일본, 우리나라, 중국, 대만 정도인데. 이 네 나라의 공통적인 특징이 유교문화권이라는 거거든요. 근데 유교문화권에서 왜 대입이 그렇게 치열하냐. 저는 사회자본과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사회자본의 가장 중요한 건 사회적 신뢰. 사회자본을 구성하는 요소 중에 사회적 신뢰가 충분하지 않으니까. 이게 승복 문화가 생기지 않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게 승복을 하려면 쉽게 얘기해 덜 골치 아프게 하려면 사지선다 식으로 정답 나오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사실은 사지선다형을 하는데. 만일 논서술형을 하면, 저 이번에도 기말시험 끝나고 학점 줄 때 ‘교수님 제가 어느 부분이 문제가 돼서 왜 이 점수가 나왔는지를 설명해 달라’ 그거를 지금 우리 학생들한테는 설명이 가능한데. 50만 명 정도 되는 학생들 중에 몇만 명이 한다면 쉽지 않을 거예요.

▶조희연: 정확히 신 교수님이 핵심을 짚어주셨습니다. 그게 쟁점인데. 그게 실제 강남이나 굉장히 치열한 입시 경쟁을 하는 데서는 지금도 문제가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일부러 사지선다형을 내요. 왜냐하면 민원을 피하기 위해서. 그런데 언제까지 이럴 것이냐. 그러면 그다음에 말씀하신 대로 논서술형으로 한다는 얘기는 모든 문제를 논서술형으로 할 필요는 없는 거죠. 예를 들면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같은 경우 논서술형을 하더라도 사지선다, 오지선다가 필요한 게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큰 기조로는 과정 평가 그러니까 기말고사의 문제 시험으로 평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과정 평가, 수행평가라고 그러거든요. 그걸 논서술형으로 지금 권장하고 있습니다. 근데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그게 확산이 안 되고 있는데. 이제 예를 들면 AI 1차 채점, 그다음에 2차 교사 채점, 3차 교수 채점 그러면 저는 평가의 신뢰성은 확보될 수 있을 거다.

▷신율: 교육감님께서도 본고사 시대시죠?

▶조희연: 네. 그렇죠 본고사입니다.

▷신율: 논술형 시험을 각 대학 별로 했었는데, 사실 그때 생각해 보면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없었거든요. 제가 이렇게 생각해보면.

▶조희연: 그래서 40~50만 명 수험생 답안지를을 교사나 교수가 채점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AI 방식의 채점이 실제 앱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일부 논서술형 평가를 확대하기 위해서, 학생 1인(채점)당 한 달에 4불씩을 주더라고요. 그러면 1년이면 한 50불 되니까 한 5만 원 된다고 쳤을 때. 근데 이제 비용이 꽤 되는 거죠. 그러나 어쨌든 초기 확산 과정에서 충분히, 예를 들면 로스쿨을 AI가 (채점)해서 무사 통과하는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더구나 AI는 기계 학습을 하잖아요. 50만 명씩 데이터를 기계 학습하면 2~3년만 하면 저는 상당히 높은 수준에 갈 거라고 보기 때문에.

그리고 이제 또 하나의 방식은 이런 방식도 있습니다. 수능을 2단계로 해서 1단계는 객관식으로 하고 2단계를 논서술형으로 해서 대학이 평가 자료를 두 가지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고요. 그러면 이제 2단계를 안 보는 학생도 있는 거고요. 지금은 일률적으로 전체를 다 보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논서술형으로 하더라도 그것이 결합되는 방식은 여러 제도 설계가 가능하다. 근데 단지 또 4~5년 지나면 시기상조가 되잖아요. 준비가 안 되고 우리 입시 경쟁은 치열하고. 그럼 언제까지 이렇게 할 거냐. 저는 이제 그런 주장입니다.

▷이혜라: 지난 지방선거 치르고 나서 아무래도 이제 의회가 국민의힘 의원들로 구성이 되다 보니까요.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으셨나요?

▶조희연: 교육에는 정치 논리가 개입하지 않았으면 하고 또 지금 우리 사회의 정치나 사회에서 치열한 적대적 진영 논리 같은 게 있잖아요. 그런 게 이제 교육을 접근할 때는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는데. 지난번 지방선거를끝나고 나서 초기 과정이었기 때문에 저는 그렇다고도 생각을 합니다만. 중요한 교육 예산들을 거의 막. 조희연 교육감이 하는 건 문제가 있을 거야 약간의 이런 논리 하에서 많이 삭감을 했었죠. 그래서 학교에서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예산들. 전자칠판 같은 것도 저희가 당시에는 예산이 좀 풍부했던 시기입니다. 그래서 이 스마트 기기하고 전자칠판을 연결하면 굉장히 효과가 크거든요. 그래서 1500억을 편성을 했었어요. 그런데 이제 그것도 일괄 삭감을 했는데 그동안 한 2년 지나면서 교육재정이 굉장히 또 어려워졌어요.

그러니까 이제 하려고 해도 어려운 상황에 와 있어서 그런 면이 있고. 또 생태전환교육 조례 같은 것도. 지금 기후위기 시대에는 뭔가 전환적 접근이 필요하잖아요. 생활 양식도 바뀌어야 되고 산업 구조도 탈탄소형으로 전환적 노력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의 관점에서 생태전환교육 조례라는 적극적인 조례가 있었는데 그것을 폐지했는데, 이 자체가 나쁘기보다는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그런 진영 논리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물론 저도 반성적으로 볼 때도 있습니다만 그걸 넘는.

그래서 제가 10년 동안 행정을 하다 보니까 공존의 교육 공존의 사회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 아이들이 공존을 어떻게 할까 해서 제가 심지어는 우리의 전통에서. 아까 동아시아 문화 얘기를 했습니다만 역지사지라는 그 통찰을 좀 끌어와서.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 수업 이걸 지금 굉장히 강력(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반대 입장에 자신을 놓아보고, 반대 입장에서 그 주제를 토론해 보는 그런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 수업 같은 것도 정말로 우리 미래 세대는 지금의 정치나 사회처럼 적대적 진영으로 나눠서 싸우지는 말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미래 세대의 교육 방법은 그렇게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좀 잘하고 있지 않습니까.

▷신율: 그럼요. 지금 아주 핵심을 찔러주신 건데 역지사지가 안 되면요. 이게 또 다른 버전으로 내로남불이 되거든요. 내로남불이 되면 이게 사람의 감정을 긁습니다. 이렇게 되면 극단적으로 싸움이 치달을 가능성이 있어요. 저는 역지사지를 한다는 게 제일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라고 봅니다.

▶조희연: 민주화가 안착기에 들어가면 헌팅턴도 ‘투 턴 오버 테스트’(Two turn over test·두 번의 정권교체 실험) 이런 얘기하잖아요. 그러니까 투 턴은 정권 교체가 이렇게 두세 번 바뀌어야 된다는 얘기예요.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정권 교체가 이렇게 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야당이 있을 때 접근법과 기준과 여당이 있을 때의 접근법과 기준이 달라지게 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내로남불이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내로남불을 넘어서려면 반성적 노력이 필요한 거죠. 거기에 저는 역지사지라고 생각을 합니다.

▷신율: 그러니까 이게 교육에 있어 가장 핵심을 지금 말씀을 해 주셨는데, 어쨌든 지나간 10년이 앞으로의 10년을 굉장히 빛나게 만드는 그런 어떤 뒷받침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조희연: 예. 노력하겠습니다.

▷신율: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교육 얘기를 하다 보니까 여러분도 궁금하신 건 많을 거예요. 그런데 이 디테일한 문제는 저희가 또 나중에 기회가 됐을 때는 한 번 더 모셔서 얘기를 듣는 걸로 하고요. 가장 중요한 것, 우리는 역지사지를 잘 하고 있는 걸까요.

▷이혜라: 한 번쯤 떠올려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는 다음 시간에 인사드릴게요. 함께한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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