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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추풍낙엽 해외 부동산, 진정한 '공정가치평가' 필요

안혜신 기자I 2024.02.06 06:00:00
[이데일리 마켓in 안혜신 기자] 국내 연기금·공제회 등 주요 기관 투자자들(LP)은 운용하고 있는 자산에 대해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을 맞춰야하는 부담이 있다. 어느 정도 수익이 나와야 회원들에게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투자금을 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 시대 주식이나 채권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해외 부동산은 기관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투자처였다. 문제는 저금리 시대가 끝나면서 발생하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망가지기 시작했고 대출 금리는 치솟았다. 이는 고스란히 투자 손실로 돌아오고 있다. 그래서 기관 투자자들은 생각한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아주 간단하다. 손실을 기록하지 않는 것이다.

(사진=AFP)
실제로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한 해외 부동산 중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로 사실상 손실이 불가피한 자산이 됐지만 장부 상에는 멀쩡한 자산으로 기록되고 있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는 명확하지 않은 제도 탓이 크다. 자본시장법상 해외 대체투자 자산 평가시 우선순위 없이 취득가격이나 거래가격(시장가격), 채권평가사·회계법인 등이 평가해 제공한 가격 등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국민연금이나 사학연금 등은 평가 기준 중 우선순위를 명시해놓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연기금이나 공제회에서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손해를 볼 평가 기준을 채택할 유인은 전혀 없다. 이사장이 주기적으로 바뀌고 이에 따른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서 현재 손실을 굳이 본인의 임기 내에 장부에 올려두고 싶어하는 사람은 누구도 없기 때문이다.

기관 투자자들이 법을 핑계로 올바른 평가를 주저한다면 이를 담당하는 감독 기관이 나설 차례다. ‘공정가치’란 합리적인 거래를 전제로 시장에서 자산이 거래되는 시장가격을 말한다. 정확한 손실 규모까지는 파악이 어렵더라도 적어도 손실이 나고 있는 부실 자산이 장부상에 제대로 된 내용으로 기록은 돼 있어야 제대로 평가라 말할 수 있다. 자율이 어렵다면 강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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