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은 mz세대의 ‘사랑법’까지 바꿨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에는 외부 활동이 자유로워 낯선 사람과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지는, 이른바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가 성행했다. 학교 내외?종교 시설?아르바이트 등등 사회 활동 전반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의 제약이 생기면서 사실상 우연한 계기로 인연을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대신 소위 ‘인만추(인위적인 만남 추구)’가 떠올랐다. 자연스러운 만남 대신 지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매개로 인연을 만들기 시작한 것.
익명의 ‘마담’ 등장? 마담이 주선하는 ‘마담팅’
한 대학교의 커뮤니티(에브리타임)에서는 일명 ‘마담’이 소개팅을 주선해 화제가 됐다.
익명의 마담이 개설한 카카오톡 오픈 링크에 접속 후 간단한 개인 정보(이름, 나이, 신체 스펙 등)와 사진을 첨부하면 ‘마담팅’에 참가할 수 있게 된다.
마담은 여러 참가자 중 스펙을 확인해 인연이 될만한 둘을 엮어(매칭) 새로운 톡방을 개설한다. 이때부터는 기존의 소개팅 과정과 동일하게 전개된다.
마담팅은 ‘중매’를 통해 사람을 만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소개팅과 성격이 비슷하다. 하지만 주선자와 참가자, 모두 서로 간 일면식이 없는 것이 차이점이다.
마담팅을 두 번 주선해봤다는 이모(27,남)씨는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많은 사람이 외부와 단절돼 사교 활동을 못 하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비대면으로나마 친구나 애인을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 새로운 방식의 소개팅을 주선하는 것이 신선한 경험이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엮어준 커플이 실제로 연락을 유지 중인 것에 대해서는 "비록 익명이긴 하지만 주선자 입장에서 서로가 원하는 조건을 맞추기 위해 외모, 성격, 나이, 거주지 등 모든 조건이 완벽한지 따져보고 소개를 했다"며 "이상형에 꼭 맞는 이성과 매칭된 후 감사의 반응을 보이거나 고맙다는 연락이 오면 뿌듯했다"고 전했다.
마담팅에서 매칭되지 못한 사람들은 불만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들은 마담에 대한 비난 글을 게시하며 '마담팅은 마담이 지원자 중 마담 자신의 이상형을 골라 사귀기 위한 것이다', '마담 네가 뭔데 나를 매칭 적격자인지 비적격자인지 판단하냐', '취업 준비도 전인데 벌써 서탈(서류 탈락)을 겪다니' 등의 반응을 보였다.
코로나 이후 데이팅 앱 사용자 2배↑
mz세대가 활동 중인 커뮤니티에서는 '데이팅 앱 추천', '데이팅 앱 후기' 등의 게시글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데이팅 앱은 지인을 통한 만남을 기대하기 어렵거나 소개팅이 끝난 후 관계를 마무리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주로 관심을 갖는다.
이전에는 데이팅 앱에 대한 편견이 다수 존재했다.
주선자가 없다보니 가벼운 '일회성 만남'에 그치기 쉽다는 것이다. 또 익명 설정, 신분 세탁 등이 가능해 앱 개발사 입장에서도 회원관리가 어려웠다. 데이팅 앱이 성범죄의 온상이라는 오명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점차 앱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기존의 부작용을 보완한 신생 브랜드들이 시장에 진출했고 시장 규모 역시 점점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라는 특수 상황까지 더해져 앱 시장이 호황기를 맞은 것.
실제로 소셜 데이팅 앱인 '블라인드 데이트'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 한 지난해 2월 이후, 앱 신규 가입자 수는 약 1.8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매출 역시 코로나 유행 직후 소폭 상승하다가 2분기 말에는 약 2배, 4분기 말에는 약 4배나 급증했다.
블라인드 데이트 대표 강바다씨는 "데이팅 앱 시장에 여전히 편견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려가 많은 부분들은 점차 개선되는 중이다"라고 했다. 이어 "요즘같은 코로나 시국에는 애인을 만나기 위한 수단뿐만 아니라 친구, 지인을 만들려는 사용자들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데이팅 앱 시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성장 중이다. 확실한 회원 신원 보증, 문제 회원 공유 등 기능을 추가해 '가벼운 만남'에 대한 인식을 바꿔가고 있으며 코로나 이후에도 사용자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꾸준히 활동 중인 '번따족', 이에 대응하는 ‘마기족’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는' 이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모두가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하면서 '첫눈에 반한다'는 옛말이 됐다. 하지만 "외모에는 얼굴만이 포함되지 않는다"며 마스크를 썼음에도 낯선 이에게 대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박모(25·여)씨는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예전처럼 얼굴만 보고 한눈에 반하는 것은 힘들다"면서도 "옷 스타일이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이상형에 가깝다면 얼굴을 볼 수 없는 것이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상화가 된 상황이 대시할 용기를 준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모(25·남)씨는 "평소엔 길거리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다가가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것이 조금 창피하게 생각됐다"며 "하지만 마스크를 쓰면 긴장한 표정도 덜 드러나고 나를 완전히 '오픈'했다는 느낌이 덜하다"고 말했다.
호감 표현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입장 역시 존재한다.
김모(23·여)씨는 “어느 날은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모르는 남자가 자신의 이상형이라며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접근했다"며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면 고민을 해봤겠지만 요즘 시국에 대체 무슨 꿍꿍이일까 싶어 번호를 주지 않았다. 거절했더니 별 미련 없이 갔다. 진심으로 다가 온 건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번따족’이 증가하자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에 대응하는 신조어, ‘마기꾼(마스크 사기꾼의 줄임말)'이 등장했다. 마스크를 쓴 상태인 얼굴을 상상한 것과 마스크를 벗은 모습이 완전히 다르다는 의미다.
마기꾼에 대해 누리꾼들은 "눈만 보면 모두 예쁘고 멋지다", "다 함께 마스크를 쓰는 것이 모두의 눈 건강에는 좋을지도"라는 반응을 보였다.
"다양한 사람 만날 수 있어 좋다" vs "그만큼 가벼워지는 관계의 무게"
mz세대들은 새로운 '인만추' 방식이 신선하고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반응을 보인다.
대학생 안모(24·여)씨는 "시대가 변하면 만남의 방식도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친구들을 만나면 다양해진 만남의 방식에 관해 얘기를 나눈다"고 했다. 이어 "만남의 형태가 다양해지면 그만큼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며 "비대면으로 대화가 가능하다보니 내향적인 사람들에겐 사랑을 시작하기에 지금이 더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진중한 관계를 추구하기보다는 누군가를 만나는데에만 급급한 것을 우려해서다.
김모(24·여)씨는 "만남이 쉬워지면 그만큼 관계에 대한 책임감 역시 가벼워진다고 생각한다"며 "사랑하는 사이에서 성적인 요소를 빼놓고 말하기 어렵다보니 성적인 타락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남을 위한 여러 방식이 새롭게 존재한다는 건 이해하지만 내가 직접 시도하지는 못할 것 같다"며 "내가 만나게 될 사람도 가벼운 만남을 즐긴 사람이 아니면 좋겠다"고 이어 전했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통적인 시각에서 보면 최근 유행하는 만남이 가볍게 여겨질 수 있다"면서도 "새로운 만남의 양상들은 시대 변화의 산물"이라고 전했다.
이어 "예전이든 지금이든 사랑의 시작이 항상 진중한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 기반의 만남, 시작이 가벼운 만남이라고 해서 폄하할 수만은 없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신념이며 자신에게 맞는 방식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스냅타임 김세은 기자